부에노스 아이레스 탐색전

2014. 6. 8. 19:27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2. 부에노스 아이레스

어제(6월 6일) 하루는 상파울루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동하는 데 다 보낸 셈이 되었고, 실제로는 오늘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첫 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숙소에 있는 여행자들이 말하기를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소소하게 즐길만한 재미로 가득하다고 했는데... 일단 첫날은 도시 탐색에 나섰습니다.

 

 

 

 

 

파리의 개선문처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징은 바로 오벨리스코( Obelisco)

원래는 함께 숙박중인 여행자들과 이 곳에 모여서  Free Walking Tour 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찾은 관광객들과 함께 시내를 돌면서 무료로 소개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군요. (완전 무료는 아님. 매너상... 투어 마친 후에 관광객들이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하는게 관례랍니다. 우리 돈으로 약 5천원 정도^^)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투어는 취소되어 버렸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넘길 수 밖에 없었네요. 며칠 더 있을 예정이니까 그 때 한 번 다시 기회를 봐야할 듯하네요.

가는 길에 자그마한 사고(?)가 생길뻔 했습니다. 숙소에서 함께 길을 나선 아주머니께 웬 양아치 같은 녀석이 접근해서 팔을 잡아 끌면서 주머니를 뒤지더군요. 남의 돈 뺏는 놈 치고는 하도 어설프고 같잖고 대그빡에 피도 안마른 놈 같아서 그냥 아래위로 훑어 내리면서 쫒아 버리니까 또 그냥 가더라구요... 하여간, 한 눈 팔면 뭔일 생길지 모르니..

오전에 생각했던 워킹 투어가 없어져서 일단 이구아수 폭포행 버스표를 사러 갔습니다. 버스표도 사고, 가는 길에 조금씩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도 적응하고, 대중교통(버스, 지하철)도 한 번 이용해 보는  거구요.

 

레띠로(Retiro)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레띠로(Retiro) 라는 매우 큰 버스 터미널이 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넓디 넓은 아르헨티나 곳곳이 대부분 버스로 연결되는데, 그 모든 버스가 레티로 터미널을 통해서 연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땅도 넓고, 버스도 많고, 또 버스 노선마다 운영하는 회사도 다양하고, 국내선뿐만 아니라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로 이어지는 국제선 버스까지!

거짓말 좀 보태면 어지간한 공항보다도 더 큽니다. (버스 티켓 부스만 수백개^^)

같은 행선지라도 여러 버스회사의 노선이 운영되는데, 요게 또 약간씩 가격 차이가 있고 카운터 재량으로 살짝 디스카운트도 가능합니다. 조금이라도 싸게 이용하려면 몇 군데 발품을 팔아야하고, 덕분에 저도 1만 5천원 정도 차비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백개가 넘는 티켓 부스를 훑으면서 이구아수 폭포행 버스 가격을 물어보는거 보통일 아니더라구요.

카운터의 직원은 영어가 안되고, 나는 스페인어가 안되고. 거의 필담으로 가격을 주고받는 수준이었는데... 이것도 나름 재미는 있더라구요. 

 

뭐, 결국은 운이 좀 따랐는지 젤 예쁜 아가씨가 카운터를 보는 회사의 버스표가 제일 싸더라구요.^^

 

 

 

이래저래 낯선 도시에서 버스표 하나 끊으니까 오전이 다 지났습니다.

같이 터미널에 갔던 일행분들이 숙소 근처에 딥따 맛있는 핏자 가게가 있다고 해서 그리 갔는데... 완전 바글바글...

 

저희는  나폴리타나(?)라는 핏자 큰거 한판을 주문했는데, 가격이 9천원 밖에 안하네요?

이건 싸도 너무 싸다 싶을 정도인데...

 

 

이게 비주얼도 그럴싸 하지만 맛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제법 두툼하게 나와서 핏자의 도우가 두꺼운줄 알았는데 위에 얹은 치즈가 양도 많고 되게 부드럽더라구요. 제가 1년에 핏자 먹는 날이 며칠 안되는데, 오늘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성인 남녀 3명이 9천원으로 아~주 맛있는 핏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작지만 큰 기쁨이죠^^

 

술 좋아하는 나라는 안주도 맛있고, 소 많이 키우는 나라는 치즈도 맛있나봐요 ^^

 

 

 

 

레꼴레타(Recoleta)

식사 후에는 레꼴레타(Recoleta)라는 지역으로 갔습니다. 이 지역은 약간의 부촌이라구 할까? 좀 때깔이 다른 동네라고 합니다.  건물들도 깔끔하고 거리도 깔끔하고 관광객들이 목에  DSLR 카메라를 걸고도 편한하게 걸어 다닙니다.^^

미술관도 있고, 디자인센터도 있고, 대학도 있고, 넓고 깨끗한 공원도 있고...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레콜레타를 찾는 이유는 이곳이 매우 유명한 공동묘지 부촌이기 때문입니다.

 

  
 

 

 

사진만 봐서는 고풍 스러운 중세의 어느 골목길 같죠?

그런데 좌우에 늘어선 작은 집들은 사실 가족 무덤입니다. 마치 호화 주택처럼 꾸며 놓았는데, 실제 크기는 성인 남자의 키 정도 됩니다. 안에 들여다 보면 관들이 겹겹이 놓여 있고, 또 어떤 곳에는 누군가가 헌화한 꽃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누군가가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무덤치고는 그 화려함이 대단하지요. 정교한 조각으로 치장한 고급 주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크기만 작은... 사후 세계의 별장 같아요. 힘있고 돈 많은 사람들은 죽어서도 그 화려한 인생을 즐기는 모양입니다.


에바 페론( Eva Peron)

우리에게는 에비타( Evita) 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여인.

유명한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 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뮤지컬 에비타의 실제 주인공이기도한 그녀!

 

그녀의 무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곳이 바로 에비타의 무덤이구요.

누군가는 꽃을 놓고 가기도 하고...

(무덤 되게 많아요. 수천개는 될겁니다. 들어가서 에비타 무덤 찾느라 고생하지 마시고 입구에서 함 물어보세요.^^)

 

 

 

에비타의 무덤까지 둘러보고 나니 이제 날이 개기 시작하고 공기가 맑고 하늘이 예쁜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모습을 드러내네요. 오전에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예쁘게 열린 하늘을 보니 기분 다시  UP!

 

 


마침 페스티발 기간이라서 공원에는 난전이 벌여졌더군요.

소소한 먹거리, 길거리 퍼포먼스, 그리고 각종 기념품, 기념품, 기념품, 기념품...^^

아직 이른 오후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미처 가게를 오픈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둘러보는 재미가 있네요.

 

 

많은 수공예품과 기념품들 중에서 제가 노린 것은 바로 요놈!

아르헨티나 남자들이 마테차를 마시는 도구랍니다. 항아리 같은 용기에 마테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차를 우려내고, 거름 장치가 되어 있는 빨대를 이용해서 차를 마신다고 합니다.
같이 월드컵 여행을 준비한 친구 중에 먼저 아르헨티나를 다녀 온 친구가 있는데, 아르헨티나 남자들이 차를 마시기 위해 겨드랑이에 보온병을 끼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빨래도 쪽쪽 빨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다시 아르헨티나에 가면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마테차 도구를 파는 곳도 몇 군데 있었고, 친구가 했던 말도 생각나고... 나도 함 아르헨티나 마초남 코스프레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 샀습니다^^ 

 

 


요렇게 폼 나게 이름까지 새겨서요^^ (한 개 8천원 정도)

 

정훈아, 니꺼두 하나 샀다! 브라질에서 전해주마^^

 

그리고, 마눌님아... 자네꺼 안샀다고 머라 그르지 마셔... 이건 남자들 놀이야^^

 

 PS)  요기까지 마치고 저녁에는 1시간 짜리 탱고 레슨 받고, 또 저녁 식사와 함께 탱고쑈 봤습니다.

여건 나중에 올릴께요^^ ㅋㅋ 탱고... 재밌습니다.^^ 한 번 더 배우고 싶음^^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