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자~알 놀고 왔습니다!

2022. 3. 5. 12:2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북(0:1)포항, 2022.03.02(수), K리그1 Round 2 (직관)


올해도 우리가 K리그 우승 결재 담당이 아닐까 싶은 기대감이 생기는 경기였다.
생각보다 시즌 준비를 충실하게 잘한 것같다.

원정 경기 임에도 초반부터 전북을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20분까지는 전북도 당황하는 티가 역력할 정도!
아마, 이 시점에 골이 터졌다면 경기가 훨씬 재밌게 흘러갔을 것 같은데... 우리팀이 좋은 찬스 몇개를 놓치는 바람에 골이 많이 터지지는 않았다. 우리가 먼저 넣고 달아나면 전북도 더 공격적으로 나오고, 그렇게 되면 치고받고 하면서 더 많은 골이 나올만한 경기였다. 우리나 전북이나 슈팅 수 대비 득점이 너무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전주 원성에서 시종일관 정면승부!
우리는 한골 전북은 빵골!
우리는 3점 전북은 빵점!
원정에서 아주 바람직한 결과를 얻었다!

작년과 비교불가, 우리는 확실히 강해졌다

아직 센터 포워드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공격진은 정말 좋아졌다. 새로 합류한 정재희, 돌아온 허용준과 이광혁에 기존의 임상협, 팔라시오스까지! 빠른 놈, 힘쎈 놈, 기술 좋은 놈, 저돌적인 놈들이 다 모여있다.
하나 하나씩 보면 다들 어딘가 단점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포항이라는 팀에서는 늘 장점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한 때... 왼발만 쓰는 황진성, 후반에만 뛰는 노병준, 가을에만 축구하는 박성호를 가지고 리그 우승은 물론 아시아까지 평정했던, 개인이 아닌 팀으로 플레이하는 게 우리 포항의 전통 아니겠어?

경기후, 오늘의 MOM 정재희!

한 시즌 이상 발을 맞췄던 다른 선수들 틈에서 정재희는 놀랍게 빨리 적응을 하고 있는 것같다. 이광혁도 빠르고 정재희도 빠르고... 여기에 완델손까지 가세! 아마 올 시즌 포항을 상대하는 수비들은 빠른 선수들 때문에 고생 좀 할 것같다.

수비는 아직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할 것같다. 윤평국이 매 경기 한 점 이상을 지우는 놀라는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고 새로 합류한 센터백 박찬용이 잘 적응하고 있긴하지만, 지난 김천상무전처럼 세트 피스에서 3실점하는 모습이 다시 나올까봐 걱정되기도했는데... 다행히 전북을 상대로 수차례의 위기를 모두 막아냈다.
(전북에게 4골 정도의 찬스가 있었는데... 한 번은 윤평국, 한 번은 골대, 나머지 두 번은 오프사이드 때문에 날려버렸다.)

밸런스가 깨진 전북, 우승후보 맞아?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전북은 분명 최강이다. 포항 출신의 핵심 선수들을 후보로 돌려쓰는 집이 전북이다. 그나마 송민규와 일류첸코는 교체로라도 뛰지... 김승대는 출전 명단에도 오르지 못하고있다. 포항의 에이스들만 잉여자원으로 쓰는게 아니다. 국대급의 문선민과 김보경도 붙박이 주전이 아니고 한교원과 이승기까지... 공격수들이 넘쳐나는 전북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대비 두 곳의 구멍이 보인다. 수비형 미들과 센터백! 최영준과 김민혁의 공백을 아직 메우지 못한 것같다. 저 두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운다면 전북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가 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이 무척 힘들어 질 수 있다.

또 한 명, 최철순! 전북과의 경기를 보면서 가장 탐나는 선수가 최철순이었다. 측면 수비는 물론 돌파와 롱 패스에도 능하다. 무엇보다도 투지가 철철 넘치는 플레이와 끊임없이 동료들의 빈 곳을 커버하는 활동량과 헌신이 부러웠다.
개인적으로 전북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라 생각하는데...
그런 최철순이... 포항전에서는 예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단 포항전만 그랬을까? 올시즌 다른 팀과의 경기를 보지는 못했는데, 만약 최철순의 스피드와 활동량이 예전같지 않다면 전북으로서는 팀 전력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북의 공격수들이 끊임없이 전진할 때, 그 뒤의 모든 공간을 메워주던 선수들... 신형민, 최철순, 최영준, 김민혁 같은 선수가 있었기에 전북은 공격적이면서도 수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뭐... 우리가 전북 걱정할 처지는 아니고... ㅎㅎ
우리나 잘하자구!

동문회 멤버들...

경기전에는 포항 동문들 모여 수다 한바퀴. 경기후에는 늘 잊지 않고 서포터스에게 간단히나마 인사를 주고 가는 송민규와 일류첸코.

얄밉게 떠난 님 송민규보다 일류첸코가 더 많은 박수, 더 뜨거운 콜을 받았다.
이적의 기술이랄까? 이별의 매너, 팀과 팬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이렇게 중요하다.

경기 후, 작은 마찰이...

포항의 1대0 승리로 경기를 마치고... 전북팬 한 명이 포항 서포터스의 원정석 근처까지 달려와서 고래고래 저주와 고함과 욕설을 퍼부었다.

"꺼져! 이 18 베이비들아!" x 10

뭐...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대략 100명이 채 안되는 포항 팬들이 전주성에 모였는데... 원정팀 치고 포항은 전주성에서 참 잘 논다. 육성 응원을 자제해 달라는 장내 멘트가 여러번 반복됐지만,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포항 서포터스는 슬쩍슬쩍 고함도 지르고 육성 응원도 했다.

승리후에는 또 어땠을까? 남의 집에서 "영일만 친구" 부르면서 북치고 춤추고 난리 부르스~
홈 팀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망쳐버린 경기로 열받아 죽겠는데 상대팀은 좋아 죽는 상황이 얼마나 아니꼬왔을까...

욕하고 욕먹는거에 서로 익숙한 사람들인지라... 상대가 욕하면 "우~~~"하는 야유와 북소리를 맞받아 치면서 받아 넘기는 그만이다. 이긴 팀이 진 팀을 도발하면 자칫 감정 싸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 팀의 화풀이는 그냥 받아 들이면 뒤끝없이 일단락!
(단, 상대가 울산일 때는 울산의 마지막 팬이 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골려먹는 재미가있긴 하지! ㅎㅎ)

...

시즌 개막 후 원정 경기만 6연전. 그 중 세 경기에서 2승 1패. 원정 3연전에서 얻은 결과 치고는 나쁘지 않다.
남은 세 경기... 그 마지막 상대는 울산!
우리는 울산정복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포항.... 임을 되새기면서... 승점 차곡차곡 쌓고, 울산도 잡고 스틸야드에서 만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