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6. 14:53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포항(1:2)서울, 2021.12.04(토), K리그1 Round 38-최종전
우승 경쟁도 아챔 출전권 경쟁도 강등 경쟁도 없는 시즌 마지막 경기. 크게 동기부여가 될만한 꺼리도 없이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였지만, 그래도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포항을 찾았다. 그래도 마지막 홈 경기에서는 승리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랬고, 마침 오범석의 은퇴 경기이기도 했다. 긴 겨울... 이 경기를 끝으로 내년 2월까지는 축구가 없을 것이다.
2021, 최종성적 9위
서울의 이기고자 하는 욕심, 더 완성된 경기를 하고자하는 욕심이 우리를 압도한 경기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은 이겼고 인천은 비겼고 우리는 졌다. 그래서, 최종 9위로 시즌 마감. 아챔 준우승이 없었다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우리가 9위라니... 우리가 9위라니...
뭐, 최종 순위야 그렇다치자. 어차피 7위나 9위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보다는 시즌 마지막 홈 경기, 그리고 주장의 은퇴 경기, 상대는 우리에게 크게 나을 것도 없는 서울과의 경기에서 2대1로 역전패하는 모습.
그래... 우리는 2021 K-리그 12개 팀 중 9위 팀으로 마감하는구나. 힘없이 내용과 결과를 모두 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챔 준우승의 환각 상태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범석의 은퇴경기
간만에 오범석이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센터백 전민광. 승패에 좀 더 민감한 중요한 경기였다면 출발부터 불안했을 선발 라인업이겠지만, 이 날은 오범석의 은퇴 경기니까 봐주는걸로^^
올 시즌 내내 나는 참 오범석이 불안했다. 활동량이 적었고 스피드는 현저히 떨어졌으며 볼 처리는 늦었고 잔실수도 많았다. 아무리 폼이 떨어져도 베테랑의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방은 있을범한데 오범석은 시즌 내내 불안했다.
포항 유스 출신으로 포항에서 데뷔했다 포항에서 은퇴한다는 것 외에 크게 내세울만한 기록이나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포항에서 뛴 기간도 몇 년 안되고 포항을 위해 충성을 다한 선수도 아니다.
뭐 그럼에도... 워낙 힘든 2021 시즌이었기에, 그리고 하필 그 힘든 시즌에 포항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애들 델꼬 고생꽤나 했을테니 충분히 박수 받으며 떠날 자격이 있는 선수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불안불안했던 선수로 기억될 것 같다. ^_^
전반 14분, 오범석의 등번호 14번을 상징하는 시간.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유도하고 전 관중이 축하의 박수를 쏟아 내는 순간, 상대의 슛이 우리 골대를 쾅!
전반 32분, 오범석의 데뷔 등번호 32번을 상징하는 시간. 절묘하게 32번 박승욱과 오범석의 교체를 준비한 센스는 좋았는데... 그 순간 상대의 득점! 잠시 후 오프사이드로 인해 무효가 선언되긴 했지만, 오범석 은퇴 이벤트만하면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이 아이러니는 뭔지... ㅎㅎ
구단에서는 오범석의 은퇴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준비를 했다. 뭐랄까... 오범석의 은퇴식은 짧게, 대신 홈 팬들과 나누는 시즌 마감 행사에 좀 더 촛점을 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날 포항의 레전드, 포항의 영혼 같은 선수였던 박태하가 경기장을 찾았다.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의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았겠지만, 포항의 마지막 홈 경기와 오범석의 은퇴 경기를 축하하는 마음이 왜 없었을까만...
조금은 오버스럽게 준비한 오범석의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보자니 은퇴 경기는 고사하고 변변한 은퇴식조차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했던 박태하가 떠올랐다. 오범석보다 백배 천배는 더 대접을 받았어야할 선수였는데...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모든게 미숙하고 인색했는지 모르겠다.
내년... 우리는 좀 더 희망적일까?
어린 선수들에게서는 분명히 희망을 읽을 수 있을 것같다. 내세울만한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시즌 내내 최전방에서 분투한 이승모는 많은 성장을 했을 것이다. 이번 겨울을 통해 가장 큰 변화가 기대되는 선수이다. 90분을 충실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 수비와 직접 부딪치면서 공을 간수하는 역량,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출전경험을 쌓았다. 아마 겨울동안 약간의 벌크업을 거친 후 본래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즌 막판에 합류한 심상민과 김용환의 존재감도 크다. 만약 그들의 전역이 조금만 빨랐어도 포항의 성적은 달라졌을 것이다. 심상민과 김용환의 공백을 메웠던 김륜성과 박승욱도 기대된다. 김륜성은 성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고 박승욱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다른 변신 스토리를 쓸 수도 있을 것같다.
이호재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조재훈 노경호 김준호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반면에 큰 기대를 가졌던 고영준과 이수빈은 크게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 부디 겨우내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다시 성장하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강상우, 신진호, 임상협, 권완규, 팔라시오스는 내년에도 포항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늘 팀에 좋은 기운을 넣어주고 포항의 팀 컬러를 살려주는 선수들인 것같다.
떠나는 선수도 있을테고 새롭게 들어오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올해처럼 힘들기야 하겠어? 최악의 상황에서 그래도 한 번은 울산을 크게 울렸고, 그와 함께 아챔 준우승까지 오른 우리인데... 내년에는 그래도 올해 보다는 더 나은 시즌이 되지 않을까?
아챔 준결승, 울산전 딱 한 경기를 위해 달렸던 시즌으로 기억될 것 같다. 뭐, 그거면 됐다. 우리는 그 한경기로 1년치 축구를 다 봤으니까... 시즌 준우승 3연패로 마감한 울산보다는, 시즌 9위지만 아챔 준우승으로 마감한 우리에게 좀 더 행복한 시즌이 아니었나싶다. 그래... 그거면 됐다!
시즌 종료하고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봄아~ 빨리와라~~~ 축구보러 포항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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