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포항(1:2)광주 - 졌지만, 잔류했고, 아챔결승 나간다

2021. 11. 10. 16:0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1:2)광주, 2021.11.07(일), K리그1 Round 36

결과적으로 남은 일정상 K리그1 잔류전쟁에서는 벗어나게 되었지만 기분 좋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포항으로서는 아챔 결승에 모든 촛점을 맞추는 상황인데, 광주와의 경기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챙겼다면 한결 자신감 넘치게 사우디 원정을 떠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강원전 대승의 흐름이 쭈~욱 이어질 수 있었는데... 아쉽네...

 

 

이거슨 아챔 라인업?

김기동 감독의 전술도 광주전 자체보다는 아챔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강원전에서 큰 폭의 변화를 시도하더니 이번에도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강상우와 박승욱의 포지션이 크게 이동했고 김륜성과 전민광을 윙백으로 기용했다. 이수빈이 신광훈을 대신하고 신진호는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다. 

 

 

아챔을 위한 마지막 리허설에서 퇴장 변수와 함께 완전히 다른 흐름의 경기가 돼버렸으니 감독 입장에서는 패배보다 그게 더 아쉬울 것같다. 퇴장이 없었더라면 어느 정도는 우리 의도대로 경기가 흘렀을 것이고 감독이 의도하는 포지션과 전술 변화도 다듬을 수 있었다.

 

성공적인 리허설, 그리고 승리도 거둘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반대로 몇 가지 약점만 노출하고 말았는데...

 

엄원상 한 명에게 농락 당함

빠르고 볼 터치가 좋은 엄원상에게 두 번 당했고 두 번 모두 퇴장을 불렀다. 전반 이른 시간 그랜트의 퇴장으로 우리는 내내 끌려가는 경기를 해야했고 마지막에는 골키퍼 이준이 퇴장과 함께 시즌을 접게 됐다. (참 사이도 좋지... 1, 2, 3번 골키퍼가 골고루 출전하면서 경험을 나누는구나...)

 

두 개의 실점은 그냥 운이라고 치자. 알렉스와 헤이스의 슛이 좋긴 했지만, 몇 년에 한 번 나오는 인생 슛이 공교롭게 한 경기에서 두 번 나왔을 뿐이다. 그 두 골 보다 이준의 세이브에 막혔던 엄원상의 슛 찬스들이 우리에게 훨씬 위협적이었고 우리 수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라인을 올리고 지역 방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수비방식은 엄원상처럼 빠르게 공간을 파고드는 볼 컨트롤 좋은 선수에게 헛점을 보일 수 있다. 상반기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정상빈, 강현묵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헛점을 노출하곤 했다. 울산의 이동준, 서울의 조영욱도 마찬가지다.

 

그랜트의 퇴장과 함께 수비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 명의 빠른 선수 때문에 수비라인이 수차례 뚫린 것은 고쳐야한다. 우리 수비수들이 스피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하고 침투 전에 저지시키거나 침투 후에 백업을 할 수 있는 조직력이 갖추어져야겠다. 뚫리지 않는게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뚫린 후의 대비책이라도 마련해 두자.

 

이승모-팔라시오스-크베시치

지난 아챔 4강과 준결승에서 세 선수는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방에서 많이 뛰면서 상대를 괴롭혔고 최전방 수비수 역할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가뜩이나 체력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울산을 더욱 지치게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아챔에서 알짜 활약을 펼쳤던, 그리고 점점 파워를 끌어 올리던 이승모가 결승전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체자도 없다는 것!

 

이호재를 대체자로 쓰기에는 출전 시간과 경험이 부족하고 플레이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아마 팔라시오스를 최전방에 선발로 내보내고 이호재는 후반 승부처에서 사용할 카드로 남겨두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록 올 시즌 득점에서는 폭망했지만 상대 수비 조직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팔라시오스처럼 위력적인 선수도 없다.

 

여기에 크베시치를 함께 선발로 내보내면서 강상우는 수비 위치에서 시작, 후반에 강상우를 올리고 김륜성을 투입하는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올 시즌 내내 스타팅 라인업 보다는 후반 변화를 통해 승부를 가르는 전략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아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키 맨, 전민광 or 신광훈

박승욱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한 후 오른쪽 윙백으로 전민광을 기용하고있다. 스피디한 오버래팅은 안되지만 킥이 좋고 깊숙한 곳에서 헤딩 경합을 잘하는 장점이 있다.

 

전민광은 종종 집중력 어이상실급 실수를 저지르곤 했는데 다행히 지난 아챔 준결승 이후로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그 날의 피말리는 짜릿한 승부 뒤에 자신감과 집중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같다.

 

그래도 여전히 스피드의 약점을 노출할 때가 있고 1대1 싸움에서는 버거워 보인다. 한 동안 오른쪽 윙백 신광훈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신광훈으로 알고 있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신광훈이 오른쪽 윙백으로 복귀하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 것같다.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포지션에서 우리의 성패가 결정되지 않을까싶다.

 

시즌 내내 땜빵과 실험으로 점철되는 경기들이었다. 하루살이 살듯이 꾸려온 팀이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이 지경에서 변화와 희망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겠지만, 이 죽일 놈의 축구팀은 그게 가능하다. 아무리 개판이 나고 팔 다리가 다 떨어져 나가더라도... 우리가 알힐랄을 꺾을 수 있는 희망적인 이유를 백 개 쯤은 더 찾아 낼 수 있을 것같다.

 

.....

 

어쨌든!

우리는 아챔 결승에 나간다!

K리그 7위팀 포항 스틸러스가 아챔 결승에 나간다!

니들이 강등 고민할 때 우리는 아챔 결승 나간다!

울산과 전북이 우리 빼고 리그 우승을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아챔 결승 나간다!

우리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역사에 도전하는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