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졌다고 세상 끝났나? 난 아직 재밌구먼!

2020. 4. 24. 13:25월드컵 여행 - 2018 러시아/04.로스토프 온 돈

2018-06-24

져서 아쉽지만 아직 우리팀의 경기가 남아있고 월드컵도 아직 한창입니다. 저는 멕시코에 진것보다 남은 휴가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것이 더 아쉽습니다^^

좌석이 필드랑 아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현장감 팍팍, 손흥민의 숨소리까지... 다만, 산더미 같은 멕시코 팬들 속에 점처럼 박힌 것이 약간 힘들긴 했지만....

지난 유로2016 부터인가요? 경기전에 출전팀의 국기 통천을 펼치면서 웅장한 음악이 쫘아~악! 긴장감 최고조! 오프닝부터 뭔가 격이 다른 대회의 위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의 음향시설이 엄청 좋네요? 사운드가 완전 극장 사운드에요!

날씨는 디럽게 덥고... 저 스프링클러를 관중석에 좀 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도 멕시코 아미고, 저기도 멕시코 아미고, 온 경기장이 멕시코 멕시코… 그래도 착하고 신사적인 아미고들입니다. 이틀동안 그 많은 멕시코 팬들을 만났지만, 우리를 깔보거나 위협하거나 디스하는 팬들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흥은 또 얼마나 넘치는지… 저 멀리서 눈빛만 마주쳐도 "헤이~ 꼬레~"하면서 손을 벌리고 옵니다. ^^

기차에서도 거리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정말 많은 멕시코 팬들을 만났는데, 이 친구들 참 대단합니다. 동네 친구들 모여서 20시간 비행기타고 날아왔습니다. 그 큰 멕시코 모자를 들고, 북을 들고, 바리바리 응원 악세사리를 들고 한 경기 보러 왔답니다.

돈은? 모른대요… 있는거 다 긁어서 어찌어찌 왔대요. 몇게임 보는데? 돈이 없어서 이거 한 게임 본대요. 다른 경기도 응원하면 좋을텐데…하니까, 그건 다른 사람들이 또 오겠지 그럽니다. 그러면서 물어봅니다. 너넨 잘사는 나라 아냐? 많이 안오네?

그렇죠…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입니다! 축구가, 월드컵이 나에게 가지는 가치! 멕시코는 그래서 축구를 잘하는 거구요.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월드컵의 현장에서도 제대로 흥이 오르고 매 순간이 꿈처럼 신나는거겠죠.

대통령도 이 경기에 오셨어요. 끝까지 경기 관전하시고…. 디게 더웠는데… 힐끔힐끔 쳐다봤는데, 안에서 안보시고 긴팔 와셔츠입고 땀 흘리면서 스탠드 직관! 역시 뭘 해도 건성건성은 절대 없는 양반! 우리 대통령의 위엄^^

후반전 시작하기 전, 홀로 먼저 나와 선수들 응원하는 열혈 여사님!

후반전 추가시간 5분! 미칠것처럼 뛰어야했던 시간. 지고 있는 우리팀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질 것같은 시간… 귀빈석 쪽을 보니 대통령 내외께서도 일어서 계시네요…

월드컵 경기를, 그것도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상대팀 분위기의 경기를, 마지막까지 죽도록 뛰고도 질 수 밖에 없었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축구의 에너지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인생 어느 한 페이지에도 "축구"와 "월드컵"이 강하게 남았을 것같습니다.

비록 지긴했지만 선수들도 점점이 박힌 한국 팬들도 원없이 최선을 다한 경기어서 한편으로는 후련하네요. 월드컵을 다섯 번째 직관하고 있지만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를 볼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후련하게 최선을 다한 경기라면 기꺼이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은... 으으...)

돌아가는 길… 경기는 졌는데 머가 이렇게 이쁜거아~~ ㅎㅎ

낮에는 몰랐는데 밤이 되니 경기장에 러시아 국기가 그려지네요! 국기 문양 단순한 나라의 특권인가요? ㅎㅎ

승자의 행진! 월드컵 직관하면서 제일 부러운 시간입니다. 이기고 돌아가는 승자의 저 위용을 보세요. 상당히 먼 거리인데 저 큰 깃발을 꼿꼿하게 들고갑니다. 승자의 노랫소리 응원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비록 졌지만 우리도 우리의 노래를 부르지요. 그래도... 분위기는... 마냥 마냥 멕시코 멕시코 합니다.^^

이제는 쓸쓸한 패배감도 즐길 수 있습니다. 멕시코 팬들이 “멕시코” “멕시코” 하면 우리는 꿍꿍따하면 되지!

멕시코, 쿵쿵따, 코리아, 꿍꿍따, 아메리카, 쿵쿵따, 카나다, 쿵쿵따,… ㅎㅎ

아쉬움은 털고 맛있는 러시아 요리와 함께 진하게 맥주 한 잔! 진짜 우리도 선수들만큼 뛰었어요... 믿거나 말거나... ㅎㅎ

괜찮아, 지면 어때, 언제부터 16강이라고..

다음 상대는 독일? 니들 혹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벨기에 알어?

16강 거의 확정된 벨기에를 한국이 죽도록 물고 늘어져 결국은 끌어 내렸거든?

독일, 니들도 조심해라… 우리가 논개처럼 안고 떨어질 수 있으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