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멕시코한 로스토프온돈(경기 1일전)

2020. 4. 24. 10:13월드컵 여행 - 2018 러시아/04.로스토프 온 돈

2018-06-22

모스크바에서 야간 침대열차로 장장 17시간을 달려 멕시코전이 열리는 로스토프온돈에 들어왔습니다.

월드컵 여행 중에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이동도 가급적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러시아는 철도망을 잘 갖춘 나라이고 열차도 매우 쾌적합니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팬들을 위한 특별 무료열차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ut….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눔 나라는 넓어도 너무 넓습니다! 다음 경기 장소 이동하는 데만 1박 2일 걸리는 셈이니까요. (아마 다음 2022 카타르 월드컵때는 정반대의 경험을 하겠지요. 숙소 하나 잡아놓고 전경기 관람^^)

지도에서 파란 동그라미가 현재 위치입니다. 모스크바를 출발한 열차가 로스토프온돈에 거의 다 온 것같죠? 아직 100키로 정도 남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거리가 멀어서 문제지 기차는 매우 쾌적하고 좋습니다. 2층 침대석 2개가 있는 4인실입니다. 2등석, 10만원/인! 하룻밤 재워주고, 차 태워주고, 밥도 한 끼 줍니다.

맛은 별루지만 굶기지는 않구요. 귀리로 지은 밥 같은데, 먹을만하다고 하기 보다는 먹을 수 있다고 하느게 맞을 것같은 그런 맛입니다. 굶느니 저거라도 그냥 우겨 넣고 저녁 늦게 컵라면 하나 개봉했습니다.^^

야간 침대열차가 처음인 마눌님이지만 의외로 만족도가 높네요. 자리가 넓고, 누울 수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좋다고… 모스크바 숙소보다 좋은것 같다고… 모스크바 숙소가 엄청 작은방이었거든요. 10제곱미터짜리 저예산 트리플룸^^

침대 누워서 느끼는 열차의 흔들림도 좋다고 하네요. 규칙적으로 들리는 덜커덩 소리와 살짝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잠 자는데 오히려 편했다고 합니다. 아들램은 밤 늦게 컵라면 하나 먹인 후 "오늘은 이 닦지 말고 바로 자자~"라는 한마디에 바로 쿨~쿨~

창밖의 풍경은 그게 그거입니다. 처음 볼 때는 광활한 평원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지만, 몇 번 보다보면, 아님 몇 시간 내내 비슷비슷한 풍경을 보다보면… 결혼 20년차 부부랑 같아집니다. 삭발을 하지 않는 이상 서로의 헤어스타일 바뀐거 절대 모르죠. ㅎㅎ

기차는 온통 멕시코 친구들! 탈 때부터 많은 줄 은 알았지만, 내릴 때 한꺼번에 쏟아지는걸보니 제가 멕시코 팬을 위한 특별열차를 타고 온 모양입니다.^^

우리방이 4인실인데 우리 가족 셋 말고 남은 한 자리는 멕시코 아가씨. 옆방은 멕시코 가족, 멕시코 친구들, 그 옆방에 옆방도 다 멕시코. 단 한 객실, 월드컵 여행중인 스코틀랜드 사람 둘 말고는 멕시코 멕시코 멕시코...

"모두 멕시코. 우리만 소수민족이네^^"

스코틀랜드 2인방은 금새 친해졌습니다. 여행중인 아버지와 아들인데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여행중이고, 마침 한국:멕시코 경기가 있어서 그걸 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멕시코 잘하더라. 너네 힘들겠어 ㅠ.ㅠ"

로스토프온돈에 도착하니 뜻밖의 러시아 사람들이 방가방가해줍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분들이죠? 와~ 반가워요~”

“저희 사물놀이 배우고 있어요.”

“내일도 한국 응원할꺼에요.”

“대~한! 민! 국!”

우리 가족을 보자마자 유창하게 쏟아지는 한국말~ 밝고 씩씩하고 발랄한 그 말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늘 즐겁고 신나는 월드컵 여행이지만 수없이 밀려드는 상대팀 팬들 속에 있을 때는 사실 좀 쓸쓸하고 힘빠질 때가 많거든요. 뭐, 이제는 그 속에서도 나름 즐길 수 있긴하지만 여행의 즐거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뭔가 허전함이 있습니다. 99%의 상대팀 속에 있는 1%의 느낌이랄까? 좀 그런 쓸쓸함이 있어요...

대략 6개월 전부터 숙소를 알아보면서 최대한 미리 예약했는데, 로스토프온돈은 유난히 숙소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졌지만 역에서는 가까운 곳의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스텝들이 모두 친절하고 따뜻하네요. 말이 통하지 않아서 손짓, 발짓, 눈짓, 구글 번역기를 총동원하자니 체크인 하는데만 30분이 걸립니다.

그래도… 월드컵 때문에 자기 도시를 찾는 한국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이 이들에겐 큰 설레임일까요? 귀찮은 내색 없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배려에 피로가 스스륵 풀리네요. 러시아 사람들이 무뚝해 보이면서도 정이 많나봐요 ^^

역시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숙소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닭고기, 쇠고기, 물고기가 포함된 볶음밥이랑 백반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몇 개 시켜놓고 브라질:코스타리카의 경기를 보는걸로 로스토프온돈에서의 체험 삶의 현장을 시작합니다.

 

무쟈게 덥습니다. 섭씨 34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이글이글거리고 숨이 턱턱 차오릅니다. 기차에서처럼 숙소에서도 멕시코 친구들만 보이고 날씨까지 멕시코를 닮아버린 것 같네요. 이렇게 타는 듯이 더운 날에는 코로나 맥주가 생각나지만...

오늘 절대 코로나 맥주는 안마신다! 발티카(балтика) 마실꺼다!

이따만한 큰 캔 마실꺼다! 불곰국은 캔 맥주도 천cc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