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4. 22:02ㆍ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지난 주말, 태풍 둘(볼라벤, 덴빈)을 보낸 후 첫 나들이,
여느 때처럼 룰루랄라 흥얼흥얼 내려갔는데...
초보 건달농부의 옥수수 밭이 완전 개 작살이 났다!
옥수수들이 온통 휘어지고 꺾이고, 이건 뭐 도대체 성한 놈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밭에는 온갖 잡것들이(비닐, 페트병, 고무다라이, 박스, 모자, 페인트 깡통 등등) 너저분하게 흩어져있고...
아들놈은 어리둥절, 마눌님은 완전 어이상실..
그 와중에 건질만한 놈들이라도 챙겨보려고 쓰러진 옥수수 더미를 들여다 보았더니,
태풍만이 범인은 아니었던 듯...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옥수수들은 하나 같이 짐승들이 먹다 남긴 흔적들이 보이고...
나쁜 시키들, 먹을 것만 잘 먹고 떠날 것이지... 거의 모든 옥수수들을 다 건드리면서 띄엄띄엄 먹다 남긴 흔절들만 수두룩하게 남겨 놓은 꼴이라니...
멧돼지라도 다녀갔는지 밭 군데군데 땅바닥을 파헤친 흔적도 보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태풍이 주범이 아니라 다녀가신 손님이 옥수수 밭을 망쳐버린 주범인 듯!
이걸 복수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큰 힘 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건달농사를 짓긴 했지만, 돈벌이 하려고 지은 농사도 아니지만
완전 약올라... 완전 약올라...
옥수수 못 먹는거 보다도 약만 오르는구나!
우씨.. 약 오르는건 약 오르는거고...
놈들이 남기고간 잔해들을 일부 긁어 모아봤더니, 이게 또 장난이 아니네.
그냥 밭에 내버려두자니 영 보기가 싫고...
어쨌든 긁어 모아서 따로 치워 놓아야할텐데...
이건 또 어떻게 다 처리할지 모르겠네.
쒸방쉐들... 쳐먹을거면 줄기랑 이파리까지 다 먹어 치우던가 할일이지 남기긴 왜 남겼냐?
건달 농부가 지은거라서 맛이 없어서 남겼냐?
차라리 다 먹어 치웠으면 깔끔하기라도할텐데...
어디 멧돼지 고기 파는데 아는 사람 없나?
멧돼지 고기라도 좀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서 소심하게 복수라도 해야할지 모르겠네...
농사 지을 때도 건들건들 대충 했는데, 이거 치우자고 왕 노가다를 하게 생겼으니 이게 말이 되냐고..
일단, 요 상태에서 내팽켜치고 귀가하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 주말에는 정리작업을 좀 하던가 해야겠다.
하여간... 음식 남기는거는 사람이고 멧돼지고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거!
특히... 단양군 영춘면 장발리 일대의 멧돼지들, 명심해라!
에라이 나쁜 놈들아, 콱 변비나 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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