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심었더니, 대충 자란다!

2012. 6. 4. 21:32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유기농법도 아니고 자연농법도 아니고...

저는 지금 건달농법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

 

대충 심고, 대충 뿌리고... 대충 물주고... 대충 잡초 뽑고...

그랬더니... 뭔가 대충 자라네요. ^^

 

(작물의 생명력에 무한한 존경을!)

 

 

방울 토마토.

모종을 심었는데, 개중에는 죽기 일보직전으로 말라 비틀어가는 놈이 있는가하면

또 개중에는 알맞게 열매를 맺은 놈들도 있습니다.

요놈들... 빨개져랴! 빨개져라!

 

 

 

대충 씨를 뿌려도 대충 잘 자라는 대표적인 효자, 상추와 쑥갓!

상추는 제법 아이 손바닥만큼 입이 벌어진 놈도 있어서 한 쪽 따서 먹었더니... 고소하고 쌈싸름하고... 오호라~

씨 뿌리고 물 몇번 줬을 뿐인데, 이런 가뭄 속에서도 제대로 자라주다니!~

흔히 먹을 수 있고, 쉽게 자라고, 보아하니 벌레도 안먹는 것 같고...

건달이 농부에게 딱 좋습니다!

 

 

요런거는 참 난감합니다.

백원짜리 동전하고 크기 비교해 보시면 알겠지만, 대략 이쑤시개 한 개 크기 정도가 되는데...

 

요놈이 꼴에 대파랍니다. T.T

대파라고 심었으면 안돼도 실파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실파는 커녕 새싹채소 수준입니다.

 

과연 이놈이 대파만큼 자랄까요?

기다려볼까 말까...

그냥, 실파 정도까지만 돼도 감사하겠음 T.T

 

씨를 꽤 뿌린 것 같은데...

그나마 요모양으로 머리 내민 놈도 몇 안됩니다.

행여 아들놈이 무심히 밟아 버릴까봐...

빙 둘러서 작은 돌조각으로 마눌님께서 울타리를 쳐 놨다는... ㅋㅋ

 

 

 

 

고추 모종은 꽤 많이 심었습니다.

듣자하니... 고추가 아주 손을 많이 타는 작물이어서 초보 건달이 농부에게는 비추라는데...

 

여름날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쌈장에 찍어먹을 만큼의 풋고추만이라도 얻을 생각으로 이것저것 심었습니다.

(일반고추, 청양고추, 당조고추...)

 

개중에 당조고추의 모종 상태가 제일 튼튼하고 좋아 보이더만

기대대로 이 놈이 제일 먼저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른 새끼손가락 크기 정도?)

 

제일 먼저 열리는 고추는 어느정도 자라면 따 주어야 한다는군요.

그래야, 그 다음부터 열리는 놈들도 많고 크기도 크다네요.

 

대략 내 집게 손가락 크기 정도만 되면 얼른 따먹어야지!

 

 

 

 

 

호박은 제법 모양이 나오죠?

꽃이 피었으니 곧 하나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박과 함께 오이도 심었는데, 오이는 좀 상태가 불량한 반면, 호박은 제 모습을 보이네요.

 

 

무지막지하게 심었던 옥수수들!

먼저 싹을 틔운 놈들은 벌써 잎이 대여섯개 벌어졌습니다.

애당초 퇴비를 얹고 로타리로 땅을 한 번 뒤집어 줬어야했는데...

그냥 땅 대충 고르고 옥수수알만 떨렁 심었기 때문에 비료를 좀 줘야 한다는군요.

잎이 대여섯개 벌어지면 비료를 줘야 한다고 했으니...

이제 대략 비료 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옥수수 무지막지마게 많이 심었습니다.

모두들 제대로만 자란다면... 제가 아는 주위 사람들, 그들의 사돈에 팔촌까지 먹을 수 있을지도 모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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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맑고 따뜻한 봄날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지금 시골 농가에서는 가뭄 때문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닙니다.

이제는 옛날에 비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방송에서도 예전만큼 가뭄 소식을 전하지는 않는군요.

집집마다 양수기 돌리면서 계곡물 퍼서 밭에 뿌려주기 바쁩니다.

저 역시 주말에는 만사 제쳐두고 작물에 물주기 바쁜 상황이구요.

 

지난 주말 저녁에 시원하게 쏟아진 소나기가 어찌나 반갑던지!

이번주에도 한 번 시원하게 내려줄려나 모르겠네요.

이러다가 장마철에 왕창 쏟아 낼려고 하는건지...

아무리 건달농법이라지만... 그래도 굶겨 죽이지는 말아야할텐데...

걱정입니다!

 

죽지만 말아라... 대충 거둬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