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9. 18:30ㆍ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지난 여름... 6월이나 7월쯤 될까요?
열심히 밭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방귀 냄새 같기도 하고 똥냄새 같기도 한 것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시골 밭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거름냄새 같으면서도, 그거와는 다른... 너무나 생생한 냄새라고나 할까?
슬쩍 고개를 돌려 봤너니...
맙소사!
아들 놈이 엉덩이를 까고 밭 한켠에서 똥을 누고 있었습니다!
들판에서 남들 보는 눈 없으면 대충 오줌 갈기는거는 애고 어른이고 남자들은 쉽게 하는 짓거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똥을 싼다는 것은 진짜 황당한 일이지요.
일단, 아무데서나 함부로 궁뎅이 까고 똥 싸질르면 안된다고 야단을 쳐 놓았는데, 녀석이 하는 변명이랄까?
"밭에 거름 주려구요..."
이 녀석은 대체 개념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똥이 그렇게 급했던 건지, 아니면 호기심이었는지...
똥을 다 눈 다음에 뒷처리는 어떻게 할려고 그랬는지...
진짜 거름을 주려고 그랬는지 어쩐지...
하여간, 그 일이 있은 후!
저도 모르게 그 놈의 똥을 그냥 땅에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ㅋㅋ
그리하야... 마침 약간 비실비실거리는 나무가 하나 있어서, 그 똥을 떠다가 거름으로 주었습니다. ^^
그리고, 한 참 시간이 흐른 후!
똥에서 참외가 나왔습니다. ^^
개똥 참외라는 거 혹시 아시나요?
사람이 참외를 먹고 똥을 싸고, 그 똥을 다시 개가 먹고, 그 개가 싼 통에서 자란 개똥참외.
여름이 다 가고 난 후에 콩고물처럼 뽀나스로 먹을 있는 참외인 셈입니다.
작지만 제법 탄탄하고 맛도 좋은 그 참외....
좀 더 두고 키워 볼까 했는데, 산속인지라 이미 날이 많이 추워져서 그냥 수확(?)을 했습니다.
사진에 갤럭시 S3랑 비교해 보시면 대강 크기 짐작이 가실거에요. ^^
참외를 쪼개 보니, 역시나 아직 속은 좀 덜 익었습니다.
파르스름한 빛깔이 나면서 맛은 약간 쌉싸름한... 참외 맛 같으면서도 참외보다는 오이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제법 아삭아삭하면서 달고 시원한 맛이 나더군요.
아~~주 귀한 참외 한 번 먹었네요. ^^
그래, 이놈아!
신기하고 재밌냐?
발랑 누워서, 니 똥 먹고 자란 참외 받아 먹으니... 아주 꿀 맛이냐?
ㅋㅋ
PS) 참외 먹고 똥 싸면 참외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치우가 알았습니다.
내년에 또 아무데서나 똥 싸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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