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따냐 아사모아냐 (이게 뭔말?)

2011. 3. 17. 00:0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포항 스틸러스나 K-리그에 그닥 관심이 가지 않느 분들이라면...
"모따냐 아사모아냐"라는 말이 인도네이사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네요. ^^

2011 시즌 초반, 포항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아사모아가 단연 화제입니다.
개막전으로 치른 K-리그 데뷔전(성남전)에서부터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 부지런함과 근성, 그리고 엔드라인까지 치고 들어가서 올려준 환상적인 크로스까지!
비록 단독 찬스에서의 득점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단 한 경기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에서 바로 득점까지 올렸습니다.
단 두 경기에서 바로 스타성을 보여준 셈이지요.

또 한 명의 공격수 모따...
이미 K-리그에서 그 실력이 입증된 최고 레벨의 공격수.
개막전에서 아사모아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으며 후반 종료 직전에 천금같은 페널티 킥을 만들어 낸 선수.
비록 그 페널티 킥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다소 부상을 입었고, 그가 만들어낸 기회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역시나 결정적인 순간에 점 하나를 딱 찍어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었지요.
팀에 꼭 필요한 순간에... 홀몸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

올 시즌 첫 등장부터 팬들을 사로잡은 아사모아...
그러나, 아직은 좀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할 듯 합니다.
빠르고 저돌적인 움직임과 돌파능력, 그리고 겁없는 투혼을 갖춘 선수이지만, 모따처럼 다양한 레파토리를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플레이가 단순하다는 말입니다.
첫 라운드에서는 그의 다이내믹한 플레이에 상대팀들이 상당히 애를 먹을겁니다.
발놀림 좋고 빠르고 부지런한 선수라면 어느 팀에라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K-리그의 수비수들 수준이라면 한 번 당한 후에는 나름대로 그에 대한 방어책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아서 1대1로 능히 아사모아와 대적할 수 있게 되겠지요.
아사모아로서는 이 과정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가 될 듯 합니다.
성공적으로 극복을 하게 되면 포항 스틸러스 공격의 한 축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후반전에 투입될 분위기 반전용 교체카드로 자리매김 하겠지요.

거기에 비하면, 모따는 이미 많은 것을 증명했습니다.
결정적인 경기,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러 차례 보여줬으며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빼어난 공격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스로의 득점력도 좋을뿐더러 득점 찬수를 만들어 내는 재주도 뛰어납니다.
세트 피스에서의 킥도 좋고 순간순간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자신감도 넘칩니다.
언제나 상대 수비에게 새로운 무기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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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모아는 포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할까요?

소극적으로 생각한다면 노병준 선수처럼 확실한 교체카드로 첫 시즌을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첫 시즌에 모든 것을 얻기 보다는, 확실하게 자신을 각인시킬수만 있어도 상당히 성공적일테니까요.
노병준 같은 경우... 90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두리뭉실하게 11명 중의 한 명이 아닌 그만의 가치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주전보다 가치가 높은...
플레이의 폭은 좁지만 공격수로서의 확실한 무기 한 가지는 가지고 있는... 흔히 말하는... 수퍼서브...

K-리그의 팀들은 한 시즌을 보내면서 40~50경기를 치릅니다.
그 모든 경기를 철각처럼 뛸 수 있는 선수도 드물지만, 팀 입장에서도 마냥 베스트 11에만 기댈 수는 없지요.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선수도 있어야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치를 때마다 그 고비와 승부처를 넘겨줄 수 있는 선수들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선수들은 단기전 토너먼트에서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포항이 올 시즌 컵 대회 4강 또는 K-리그 챔피언십(플레이오프)에 나갈 경우, 아사모아나 노병준 같은 선수는 보배중에 보배가 될겁니다.
포항의 입장에서도 아사모아와 노병준을 때론 선발로, 때론 서브로...
둘의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기용할 수 있다면 감독으로서는 큰 무기를 손에 든 셈이겠지요.

...

비록 설기현이 시즌 개막 직전에 이탈을 했지만, 포항은 상당히 훌륭한 공격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력도 좋을 뿐더러 아시아 챔피언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요소요소에 포진하고 있지요.
문제는 선수 운용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감독이 선수를 어떻게 쓰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말이고
그만큼 황선홍 감독에게 책임과 중압감이 따른다는 말이겠지요.
매우 어렵겠지만, 황선홍 감독이 과한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과한 욕심이란 뭘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팀 전력의 80%에서 만족하는 것이지요. ^^
그리고, 아사모아에게도 눈높이의 80%만 충실하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
아마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한 번은 나머지 20%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