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까지는 실력만으로 가능, 하지만 그 후는?

2011. 1. 25. 15:4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축구경기를 보면 볼수록 느끼게 됩니다.
우승이라는 것은 실력 +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합니다.

경기 외적인 변수, 경기 당일의 돌발 변수, 침대 축구, 뜻하지 않은 부상, 어이 없는 한 번의 실수, 편파판정, 골대 불운, 기타 등등…
제가 좋아하는 포항 스틸러스도 그랬고, 우리 대표팀도 그랬고...
우승을 위한 마지막 순간에 발목을 잡는 일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늘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해 왔고, 또한 모두들 우리를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지난 50년간 아시안컵 정상을 밟지는 못했으니까요.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 팀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4강에 올랐습니다.
실력여하를 떠나서 이란과의 8강전은 정말 어려운 경기가 전개되었음에도 마지막에 깔끔하게 마무리!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승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호주와의 예선 경기에서도 우리는 그들을 압도했습니다. (인도와의 경기도 완전 압도였고... ㅋ~^^)

(이란전... 정말 어렵게... 조마조마하게 봤습니다.
경기를 잘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흐르고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점점 안좋은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암튼 경기 내내 불길한 기운과 씨름하면서 봤네요. ^^)

마지막 남은 우승 후보 일본, 그들을 상대로한 4강전!
뚜껑을 열어 보지는 않았지만 저는 분명 경기력 면에서는 우리 팀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아시안컵에 나선 일본 팀의 전력 또한 매우 강하기 때문에 호주나 이란보다는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힘을 내세우면서 몸과 몸을 강하게 부딪치면서 중원에서의 백병전을 즐기는 이란이나 호주에 비해서
볼과 공간을 위주로 플레이하는 일본이 우리에게는 좀 더 익숙한 상대일테니까요.

그러나,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기는 너무나 힘들죠.
또한 부질없는 짓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이기든 일본이 이기든… 누가 이기더라도 충분히 승자가 될만한 실력을 갖춘 팀입니다.
축구 경기란 것이 10%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1골을 보장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한국과 일본처럼 실력이 서로 엇비슷한 두 팀이,
그것도 친선경기가 아닌 아시안컵 4강전에서 맞붙는다면
팀의 실력 때문에 승패가 갈리기 보다는
당일의 선수들 컨디션, 정신적 자신감, 이기려는 의지, 또는 그날의 히어로에 의해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가 앞서는 만큼의 실력의 차이는 경기 내용에서 나타나겠지만,
승리의 결과까지 가져오기 위해서는 10%의 실력차를 넘어서는 제3의 기운이 필요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광래 감독이나 우리 선수들이나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은 이미 다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승에 올라가건 못 올라가건, 한일전에서 이기건 지건 간에, 또는 우승을 하건 못하건 간에…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이 보여준 경기의 수준과 선수들의 경기력,
독특한 전술적 특징 등은 이미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한일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분명 좋은 경기를 펼칠겁니다.
꼭 이기길 바라고, 이길 것이라 믿고, 열렬히 응원합니다.
그러나, 설사 한일전에서 진다고 해도… 예전처럼 우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씁쓸하게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감 넘치고 자부심 충만한 마음으로…
”경기는 상대적일 뿐!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 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뭐랄까… 축구를 오래 보면서 느끼는 감이랄까?
즉, 누구와 누구랑 맞붙어서 비교해 보지 않아도 우리 팀이 강하다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내 몸속에 스톱와치가 있다면...
혼자 달리기하는 사람만 봐도 그 사람이 잘 달리는지 못 달리는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이미 우리 팀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저만 그런 느낌이 드는건 아니죠?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이번 조광래호 만큼은, 설사 한일전에 패하거나 결승에서 미끄러지더라도
개차반으로 물어 뜯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_^
그들의 실력으로… 든든한 보험 하나 들어 놓고 4강전에 나서는군요.

경기에 나서는 그들도 우리가 같은 느낌이겠죠?
예전에 비해서 부담 덜 느끼고, 자신감은 완전 충만, 승부욕 활활!

그럼 뭐… 이기면 되겠네!!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