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좀 거시기한 이란전

2011. 1. 22. 02:0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이란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란전은 상당히 경계할 수 밖에 없네요.
최근의 상대 전적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조광래호의 경기 스타일이 이란의 플레이 스타일과 비교해 보면 몇가지 꺼림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란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고 좋습니다.
기본적인 경기 운영, 체력, 수비력, 기동력, 슈팅력 등에 있어서 전 선수가 고른 기량을 보입니다.
그리고, 경기를 어떻게 하는지... 특히 이기는 경기를 어떻게 하는지를 잘 아는 팀입니다.
냉정하게 경기를 치를 줄 알고 불필요한 실수가 거의 없는 팀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맞대결을 펼치면서 거칠고 치열한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다소 밀리는 경기를 할 때에도 우리가 조금의 약점이라도 보이면 그 틈을 파고들어서 득점을 올리곤 했습니다.
기본적인 수비력이 있고 전 선수가 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한 골 정도는 지켜낼 줄도 아는 팀이지요.

문제는... 이번 아시안 컵에서 조광래호는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 내용에 기복이 좀 있다는 점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상대팀을 월등히 압도할만큼 많은 움직임을 구사하는 우리의 스타일 때문일겁니다.
기동력이 살아 있는 전반에는 상대를 월등히 압도하지만, 후반전에 체력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면
전반전처럼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할테니까요.
인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불필요하게 힘을 낭비한 점도 체력적인 부담이 될테고
이번 대회에서 너무 일찍 팀 컨디션이 올라온 것 같은 점도 조금 경계가 됩니다.

아마도... 이란은 절대 물러서는 플레이를 하지 않을겁니다.
한국을 여러 번 겪어봤고 이겨보기도 했던 팀입니다. 한국을 상대할 때는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맞부딪치면서 역습 기회를 노리는게 가장 좋은 득점방법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겠지요.
수비위주로 하면서 전반전을 0대0으로 끌고가기 보다는, 전반전에 0대1로 끌려 가더라도 강하게 맞부딪치는 경기를 하게 되면, 거기에 맞서는 한국으로서도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겠죠.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쉽게 실점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하지요.
후반 승부처에 우리 팀의 운명을 손에 쥐어줄 수 있는 조우커도 없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전반전에 먼저 득점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1점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이란은 0대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후반에 동점골을 뽑을 수 있는 상대인 반면
우리는 후반에 힘이 딸리는 시점에 느닷없이 너무 쉽게 허무하게 실점을 할 때가 많았지요.
결국... 후반 중반쯤 되었을 때, 즉 우리가 기동력에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는 상황이 해제되는 시점에...
이란은 매서운 찬스를 노릴 것이고 우리는 좀 더 집중력 있게 방어를 해야겠지요.

....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할만한 포인트는 없을까?

우선, 박지성입니다.
경험과 실력이야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가장 기대되는 점은 예선 3경기에서 분명히 박지성은 자기 콘트롤을 했다는 점입니다.
결코 예선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내지 않았습니다.
예상컨데... 토너먼트가 돌아가는 8강전부터는 박지성의 진면목이 보다 부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고트비 감독입니다.
유능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뛰어난 분석가인 것은 맞지만...
경험에서는 분명히 조광래 감독과 차이가 있을겁니다.
만약 어느 순간이건 간에 선수들이 아닌 감독의 기량으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가 더 유리할거라 생각합니다.

호주와의 예선 때처럼만 경기가 풀려준다면 좋겠는데...
만약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면...
조광래식 꼬꼬마 땅볼 축구를 조금 양보하고
좀 더 선이 굵은 축구, 힘과 힘으로 맞부딪치는 축구, 과감한 축구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이란의 전력은 우리보다 결코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팀의 스타일에 강한 상대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