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왜 100점짜리 경기를 만들지 못하는거지?

2011. 1. 15. 01:0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한국 1 : 1 호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느정도는 예정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전반전은 스코어도 앞섰고 경기도 우리 페이스대로 잘 풀렸는데...
문제는 조광래호의 플레이 스타일은 자잘하게 많이 뛰는 축구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전반전처럼 우리가 상대보다 월등한 기동력을 가지고 이곳저곳 짧고 빠르게 찍고 돌고 할 때는 우리팀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잘 끌고 나갈 수가 있지만
후반전처럼 우리와 상대 모두 기동력이 어느정도 둔화된 후에는 우리의 스타일로 상대를 압도하는데 한계가 있네요.
결국은... 후반 초반이 지나는 시점부터는 한 번의 실수라든가, 한 선수의 개인기, 한 순간의 득점력 같은 것으로 골이 터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취 득점을 지켜서 1대0으로 마무리하거나 불의의 일격으로 1대1로 끝나는 경우는 많지만
우리의 추가 득점이 나오기는 좀처럼 힘드니까요.

우리 팀의 스타일, 우리 팀의 장점이 100% 실행됐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네요.
현재까지의 경기 페이스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이렇게... 예선에서 호주 같은 강팀과 부딪치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도 좋구요.
우리의 스타일로, 우리가 잘하는 무기만 가지고도 호주 같은 팀을 충분히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선수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좀 더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코치진은 몇 가지 단점을 찾았을테니까요.

가장 강한 포인트는 공격, 반면에 가장 취약한 포인트도 공격.
전체적으로 좋은 선수들로 짜여졌기 때문에 아시아의 어느 팀보다 강한 공격진이기는 하지만
경기가 항상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요.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내거나, 마지막 마침표를 찍거나...
이런 상황은 어느 경기에서나 다반사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가령 우리가 호주에게 1대0으로 끌려가는 후반 25분 상황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누구를 투입해야 할지...
오늘 후반에 교체 투입된 유병수, 염기훈, 윤빛가람 모두 그런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고
지동원과 구자철 또한 그 상황까지 넘어설 수 있는 힘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격진...
아시안컵 출전국 중에 단연 최고 수준!
잘하는거 맞고, 현재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갈거라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잘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어떤 고비가 왔을 때... 별다른 후속 대책 없이 답답한 마음만 가지고 끝까지 가야할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이 약점이 될 수 있겠네요.

호주전에서도 상대 페널티 에리어를 기가막히게 파고드는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고,
좋은 슈팅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득점에 근점한, 득점이 될 수 있는 슈팅은 전반전 구자철의 득점과 후반전 기성용의 슈팅이 전부였습니다.
나머지는... 좋은 찬스였음에도 마지막 1%의 삑사리 때문에 아깝기만 했을 뿐...
조광래호의 장점은 슈팅 직전까지는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아쉬운건 거기까지라는 것!
빠르고 세밀한 패스로 상대 진영을 요리조리 샤샤샥 파고들면서 치고 빠지는 특공대가 최고의 정예무기인데
정작 우리의 득점은 골키퍼의 로~~옹 킥에서 만들어진 찬스였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

호주는 아직 준비가 완벽하게 된 팀이 아닌 듯합니다.
중간중간 조직력에 삑사리가 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힘들게 뛰더군요.
이런 상황의 호주 팀 입장에서는 예선에서 한국 같은 팀과 부딪치면서 경기력도 끌어 올리고 조직력도 더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되네요.
우리가 호주에 대해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의 강약과 자신들의 강약을 되짚어 보면서
그들 나름대로 한국을 꺾을 수 있는 실마리와 자신감은 가졌을테니까요.
그러나... 호주는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조직력과 팀 파워를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8강에서 한 방 먹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우리가 가장 강팀인 것 같습니다. ^^
음하하~~

PS) 그나저나 놀랍습니다.
아시안컵... 중계 기술은 다소 딸리지만 화질과 하드웨어는 월드컵 수준이네요.
경기장도 완전 수준급! 아시안컵도 이제 제반 시설이나 규모에서 상당히 발전했다는 느낌입니다.
이게 카타르와 함맘의 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