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반 바스텐을 보러간다!!

2007. 5. 31. 17:15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저는 주말마다 부모님과 우리 아들놈이 함께 살고 있는 원주에 다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6월 2일 토요일 상암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와의 경기는 아예 일찌감치 포기를 해 버렸지요. 어차피 토요일이면 원주에 있을테니까...

...

그러나... 경기 날짜가 다가오면서 참을 수 없는 설레임이 찾아오더군요.
정말 그 경기를 보지 말아야 할 것인가...
그냥 원주에서 TV 화면을 통해서 볼까?
이동국도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다던데...
상대가 누군가... 네덜란드란 말이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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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웹 사이트를 뒤적뒤적...
이번에 내한하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선수 구성에 대한 기사를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었죠.
훈텔라르, 해셀링크, 카윗, 반 브롱크호스트, 보우마, ....

그리고, 그들의 감독 반 바스텐!

반 바스텐.... 두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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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수트에 잔잔한 미소를 짓는 이 사나이의 모습을 딱 보는 순간!
도저히 경기를 보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랴부랴 와이프에게 연락을 해서, 금요일 밤에 원주에 가서, 토요일에 아이와 함께 서울로 와서 경기를 보고, 일요일에 다시 아이를 원주에 데려다 준 후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다소 강행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생애에 직접 그토록 유명했으며, 끝없이 선망했던 반 바스텐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올지도 모르니 꼭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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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의 무릎이 조금만 더 성했더라면 80년대의 유럽 축구 역사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굴리트, 라이카르트와 함께 전설적인 오렌지 삼총사로 불렸던 이 위대한 선수는 이탈리아 축구, 그 중에서도 명문 AC 밀란의 최대 전성기를 창조해 냈으며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리그는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럽 선수권 대회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끝으로 이루어낸 우승 트로피와 득점왕 타이틀로 80년대를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다만...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기에, 20대 초반에 얻은 무릎부상을 늘 달고 다녔기에 그는 월드컵과는 영 인연이 닿지 못했으며, 또한 당대 최고 선수로서의 영광에서 2% 부족한 상태로 은퇴를 하게 됩니다.

...

저는 6월 2일에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상암에 갑니다.
수 없이 많은 태클에 쓰러지고 또 쓰러졌지만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던 멋진 사나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 너무나 화려했지만 한 없이 고독하기도 했던 위대한 선수가 지휘하는 팀의 경기를 와이프와 아들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