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

2007. 2. 27. 20:11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며칠 전에 읽은 책입니다.
언뜻 책 제목을 보면 수학 관련 책인 것 같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사고로 인해 기억 장애를 가지게 된 '박사'와 그의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 그 파출부의 아들이 함께 엮어 내는 사랑과 정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물론 책 내용 속에 소수, 약수, 완전수 등의 수학적인(사실상 초등 산수수준 ^^)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며 약간의 수식과 그것을 유도하는 방법들도 살짝 등장을 합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수학 맹이라 할지라도 책을 읽으면서 그냥 글을 읽듯이 받아 들일 수 있으니 그냥 이야기 속의 한 장면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975년까지의 기억만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는 80분이 지나면 모든 것을 잊어 버리는 수학자의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 아름답기도 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기억이 사실상 1975년에 머물러 버린 수학자와 오늘까지의 기억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는 가정부와 그 아들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가장 큰 매개가 바로 숫자(수학)이며, 다른 하나는 야구라는 것!

습관적으로...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소설 속에 '야구'가 아닌 '축구'가 있었으면 얼마가 좋을까하는 시샘을 하게 됩니다.
(소설의 전개 내용상, 야구를 축구로 바꾼다고 해도 아주 자연스럽거든요. 야구가 메인이 아니니까요.)

소설을 쓴 작가 오가요 요코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만큼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야구는 생활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인 모양입니다.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할 것 같은 수학자와 미혼모 출신의 파출부, 그리고 초등학교 다니는 그녀의 아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니 말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는 뭔가 후련하게 끝맺음하지 않는 것 같은 가려움이 남지만... 반대로 보면 그 만큼 여운이 짙게 남는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단, 사칙연산(+, -, *, /)에 에로사항이 없고 a(a+1) = a*a + a 형태로 분해된다는 것까지 안다면 책을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_^

만약 오일러의 공식이라든가 루트, log, 페르마의 정리 따위에 대해서 평소에도 어느 정도 풍얼을 읉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쩌면 쉽게 편안한 소설을 어렵게 읽을 수도 있으니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