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글라데시] 3대0 가지고는 배고프지...

2006. 11. 29. 11:0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상대팀 방글라데시는 약체였다.
3대0이라는 스코어도 맘에 들지 않지만...
경기를 완전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부분이 문제!

선수들이 승부에 대한 의욕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것은 의욕 이전에 경기를 풀어 나가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바짝 웅크린 채 수비에 집중하는 상대방을 부수는 기술이 부족한 것!


후반 들어가면서 베어벡 감독은 오범석을 박주영으로 교체한다.
공격은 3톱에서 3톱으로, 수비는 4백에서 3백으로 변경. 결과적으로 3-5-2 형태의 포진을 하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양 측면의 최성국과 염기훈은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 것 같다. 전반전에 비해서 수비 부담이 늘긴 했겠지만 반복되는 측면 질주와 높게 포물선을 그리는 단순한 크로스가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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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는 첫번째 득점으로 어느정도의 공헌을 하긴 했지만 좀 더 상대를 농락(?)하는 플레이가 아쉬웠다. 훨씬 쉽게 공을 처리하고, 상대를 교란시킬 수 있었을텐데...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천수 정도의 선수라면 보다 깔끔하고 손쉽게 상대를 농락할 수 있었다. 특히... 밀집 수비 상태에서 보다 넓은 시야로, 침착하고 간결하게 주변의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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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방송 내내 강신우 해설은 최성국의 크로스가 상대 선수에 걸리지 않고 잘 올라온다는 칭찬을 여러차례 했다.
그러나... 크로스는 상대 문전에 공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료 선수의 동선에 맞게 긴 횡패스를 넣어주는 것이다.

행여나... 신장이 작은 방글라데시 선수들에 비해서 정조국이 우월해 보인다는 단순한 판단이었던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공격수보다 먼저 위치를 잡고 있는 수비수들이 득실거리고 공격수보다 팔 하나만큼 높은 곳에서 공을 채가는 골키퍼가 있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이 우리의 찬스로 연결될 확률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자. 낮고 빠르고 정확하게, 그게 예리한 커브를 그리면서 상대 수비가 차지하지 못한 작은 틈으로 공을 전달하겠다는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

염기훈은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매우 파괴력이 있는 선수이다. 그리고... 비교적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로 보인다. 최성국에 비해서 공 소유 빈도가 많지는 않았지만 패스나 움직임,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돌파는 최성국 보다 나아 보였다.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도 좋았고...
다만... 몸놀림이 좀 부거워 보였다고나 할까?

최성국은 여전히 공을 잡으면 측면의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이 최성국의 장기이기는하지만 좀 더 중앙쪽으로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테면... 짧게 패스를 주면서 공간을 파고드는 식의 플레이가 필요하다.
왠지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로 대변되는 그 만의 단순한 플레이가 습관화 되어 있다는 느낌!

...

정조국은 비록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몇 번의 좋은 찬스가 있었다.
또한 동료 공격수에게 공을 떨어뜨려 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한 팀의 'Top' 자리에 서는 선수는 스스로의 위력 시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골을 넣건 못넣건 간에
그의 발끝에 공이 전달되면 상대 수비가 바싹 쪼그라들게 만드는 칼날 같은 플레이!

그것은 위력적인 슈팅이 될 수도 있고, 현란한 1대1 개인기가 될 수도 있고,
수비를 단번에 무력화 시키는 멋진 패스가 될 수도 있고,
가공할 몸싸움으로 상대를 눌러 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수비수보다 우월한 공격수라는 사실, 정조국이 움직이면 최소 한 명의 수비는 따라 움직여야 하고
그가 공을 잡는 순간 한 명이 더 따라가야만 한다는 부담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

박주영... 두 골을 넣은 것도 칭찬받을만하지만
바로 정조국에게서 부족했던 그 역량을 박주영이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골을 만든 상황처럼... 중앙에서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뚫고 공을 잡아 내고
그것을 슈팅 가능한 곳으로 끌어내면서 슈팅할 공간과 각을 잡고
마침내 골로 연결되는 슈팅을 선보였다.

박 주 영 혼 자 서!

이런게 바로 무력 시위라는 말이다.
설사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대 수비수 3-4명이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완전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공격수라면
상대 수비로서는 여간한 공포가 아닐것이다.

...

오장은과 이종민 또한 공격과 수비 양측을 넘나들면서 성실한 플레이를 했지만 역습 찬스에서 빠른 공격을 주도한다거나 좌우 측면으로 빠르게 전환시켜주는 시원한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그건 플레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전방의 공격수들이 재빠르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하니까 단순히 미드필더가 꿈뜨게 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TV로 경기를 보면 이게 너무 아쉽다. 경기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한 눈에 들어 오는데 말이다.)

약체에 약한 것은 징크스가 아니다. 그것을 깨는 방법과 그 방법을 실천하는 우리의 기술이 모자라는 것이다.
상대를 무작정 몰아치기 보다는 좀 더 여유있게 다루는 여유, 찬스에서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파고드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웍과 공간 침투,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급해하지 않는 냉정함과 자신감!

골 잔치를 하려고 달려들어서는 안되지...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우리가 상대를 찌르고 부수어 들어가기만 하면 무수히 많은 찬스가 만들어진다.
그러한 찬스를 얼마나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가가 중요하다.

이걸 누가 모르겠는가...
문제는 그런 플레이를 엮어 주는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고, 이천수 수준의 선수가 그런 장면을 창조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고, 이천수가 그런 플레이를 하도록 염기훈이나 최성국이 공간을 찾아 달려들지 못한 것이 불만이고, 염기훈과 최성국이 달려들 공간을 위해 정조국이 상대 수비를 끌어 내지 못한것이 아쉽고, 정조국이 안될 때 이천수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것이 의문이며, 이천수가 움직일 때 오장은이 그 역할을 했어도 좋았을 것이고, 이종민 김치우 오범석 김치곤 김진규에게서 빠르게 이천수나 오장은에게 연결시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등등등

길게 썼지만...  패스는 딱 두번이다!
내 말은... 그게 필요하단 말이지!

...

근데... 어제 경기에서 김영광이 뛰거나 점프한 적이 있습니까?
공을 건드리긴 했던 것 같은데...

혼자서 국민체조만 하다 나간거 아닌가?
김진규량 둘이서 쌍쌍체조라도 하던가...

(골키퍼들... 우리편이 중앙선 넘어서 공격할 때면 혼자 골문에 서서 국민체조 합니다.
팔돌리기, 허리돌리기, 엉덩이 돌리기, 제자리뛰기, 목돌리기, 발목돌리기 등등...
심지어 크로스바에 매달려서 턱걸이 하는 놈도 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