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1. 14:03ㆍ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EURO 여행 - 2024 독일
크로아티아 2: 2 알바니아, 함부르크, 2024.06.10 [유로2024]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경기장 가는 전철을 점령한 만취 상태의 크로아티아 팬들의 소음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잘 가던 전철이 중간에 멈춰버렸습니다. 독일어로 뭔가 안내방송이 나오고, 승객들끼리 뭐라 뭐라 웅성웅성하더니 일부는 차에서 내리기도 했습니다.
대략 승객들끼리 나누는 얘기를 종합해 보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열차는 거기서 멈췄고, 뭔지는 모르지는 무슨 조치가 있을 때까지 운행이 중단된답니다. 5분 후에 출발할지 1시간 후에 출발할지는 모르는 거고요.
오늘은 쪼금 독일에 실망한 날입니다. 우리가 헤매는 동안 어떤 안내도, 자원봉사자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영어 경기장으로 가는 어떤 대체 교통편도 제공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안내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수소문 끝에 전철에서 내려 버스 편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술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아드레날린 발사하는 키 큰 크로아티아 무리와 함께...
관중 - 크로아티아 6 : 4 알바니아
관중수와 응원의 분위기는 크로아티아가 압도했습니다. 경기장뿐 아니라 가는 내내 온통 크로아티아의 세상이었고요.
이런 열기가 있으니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몇 번이나 월드컵 4강에 가는 거겠죠.
다만... 팬들의 열기가 지나쳐서 좀 지랄 맞습니다^^
홍염에 연막탄, 말 안듣네...
아시다시피 경기장에서는 홍염, 연막탄을 포함한 일체의 화약류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놈들은 어떻게든 숨겨 들어오고 경기중에도 터뜨립니다.
중단하라는 안내 방송도 계속 나오지만, 아주 얄밉게 강제 진압이나 경기가 중단되지 않을만큼만 살짝살짝 홍염과 연막탄을 터뜨립니다. 안내방송 나오면 잠잠하다가, 안심할만하면 하나씩...
알바니아도 덩달아 연막탄 하나 터뜨리긴 했으나 크로아티아 애들처럼 꼴사납게 지속적으로 하지는 않더라구요.
말은 안듣지만 응원과 열기는 끝내줍니다. 크로아티아가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력한 응원을 펼쳤습니다.
반면 알바니아는 1:2로 역전되자 서포터들의 전투력이 갑자기 뚝 떨어졌지요. 우리가 월드컵에서 자주 보는 끈질기고 뒷심있고 포기할 줄 모르는 크로아티아의 전투력이 여기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후반 중반을 넘어서면서 삐걱 거리고 스피드 느려지고 간격이 벌어지면서도 선수들도 팬들도 경기 몰입도가 장난아니었습니다. 홍염질과 연막탄질, 그리고 버스에서 술취해 지랄만 안한다면 참 멋진 팬들인데 말입니다. ㅎㅎㅎ
내용은 크로아티아 6 : 4 알바니아
경기 내용은 크로아티아가 앞섰던거 갔죠? 최소한 현장에서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크로아티아가 전체적으로 경기를 이끌면서 공격을 주도하고 알바니아는 수비에 집중하다가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경기가 계속 됐습니다.
크로아티아가 경기를 리드하긴 했지만 알바니아의 수비가 워낙 탄탄했습니다. 전방부터 압박하기 보다는 뒷쪽에 수비진을 구축하고 방어하는 방식. 이럴 경우, 수비의 조직력에 구멍이 있거나 수비수들의 실 수 한 번으로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바니아 수비는 매우 견고했습니다.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딱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크로아티아가 역전에 성공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날 것 같았죠. 알바니아의 카운터 어택도 결국은 최전방 한 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크로아티아의 수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으니까요.
알바니아아가 1대0 리드 상황에서 2대0으로 달아나는 추가 골을 넣거나, 아니면 크로아티아가 2대1 역전 후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양팀 모두 찬스를 날려버렸습니다.
축구가 그렇죠. 찬스를 놓치면 위기가 오고, 결정적인 득점찬스 한 번을 살리느냐 놓치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죠. 그래도 양팀 모두 실수나 실점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게 자기들의 축구를 계속하는 뚝심이 좋았습니다.
최종 결과는 2대2!
알바니아의 종료직전 극장골은 정말 대단했죠.
비단 마지막 순간 극장골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알바니아가 참 잘 싸웠습니다. 상대 공격 때문에 후방으로 밀리는 축구를 해야했지만, 짜임새가 좋고 빨랐습니다. 역습은 효율적이고 정확했고요.
경기 시작하기 전에는 크로아티아의 날이 될 것 같았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알바니아였습니다.
크로아티아 팬들에게 머릿수와 기세에서 밀렸지만 경기 후에는 어꺠 쫙 펴고 당당한 알바니아.
지난 2016년 프랑스 유로에서 프랑스:알바니아의 경기를 직관했는데, 그 경기가 알바니아의 첫 유로 본선 경기였답니다. 개최국이자 우승후보인 프랑스에 비해 여러면에서 약하고 초라한 팀이었죠.
그랬던 알바니아가 8년 후에 이렇게 단단한 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4년이든 8년이든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팀은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세가 최강급 팀과의 경기도 충분히 대등하게 치를 수 있고요.
우리처럼... 4년간 축적한 것을 1년만에 말아 먹지는 않는다면 말입니다. ㅜ.ㅜ
유로를 뛰는 K리거, 자시르 아사니
광주FC 팬 여러분, 광주의 아사니가 유로에서 정말 잘 뜁니다! 이날 알바니아의 첫 골도 아사니의 크로스 도움이었습니다.
경기 시작하기 전 베스트 11 소개할 떄, 아사니에 대한 알바니아 팬들의 반응 정말 장난아니었습니다!
K리그 어느 팀도 유로 오프닝에서 장내 아나운서의 샤우팅으로 소개된 선수는 없습니다. (울산의 마틴 아담도 헝가리 대표로 출전하긴 했지만 아사니처럼 베스트 11은 아니었죠)
유로 공식 팬북에도 이름을 올린 광주FC의 Jasir Asani!!
자네 혹시 포항으로 올 생각은 없나?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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