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7. 04:22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것은 아챔 16강전. 게다가 포항은 우승 후보도 아니다. 자칫 들러리 팀이 될 수도 있고 패했을 때는 괜한 에너지 낭비에 후유증까지 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에 임한 포항의 자세는 아챔 결승전이나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에 못지않았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모습이었고 극강의 투쟁심으로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이게 얼마만의 아챔 8강인가! 고작 8강에 오른 것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하지마시라! 우리에게 의미없는 경기, 의미없는 승리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경기가 포항의 역사이고 팬들은 그 모든 경기를 추억한다. 그리고 그게 포항의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싶다.
두 팀 모두 엇비슷한 경기력이었다. 전반은 포항, 후반은 세레소오사카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누가 승리해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였지만 끝까지 집중력 유지한 포항의 승리!
운도 따랐고 코로나라는 변수 덕분에 원정의 약점도 희석됐지만, 포항이 더 악착같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선발 라인업으로 우직하게
선발 라인업이 시종일관 탄탄하고 끈끈하게 경기를 이끌었고, 그때문인지 김기동 감독은 선수 교체를 최소화했다.
후반 막판 1대0 리드지만 밀리는 상황에서는 공격수를 빼고 수비를 보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을 최대한 끌고갔다. 전후반이 완전히 다른 변화 무쌍한 전술구사와 선수교체도 없었다. 선발 선수들이 최대한 경기를 책임지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 것같다.
벤치의 선수들도 보고 느낀바가 있을것이다. 선발 라인업이 간절하게 뛰는만큼 벤치 멤버들의 정신무장도 강화될테니까!
이승모, 골(Goal) 조오~타!
득점만이 아니다. 90분 내내 죽어라 뛰어다는 모습은 울컥하기까지했다. 마치 최전방 수비수처럼... 골이 안되면 다른 걸로라도 팀에 도움을 주려는듯이...
무엇보다 골이 터진게 중요하다. 그리고 골을 만든 장면도 좋았다. 측면을 부수고 빠른 크로스, 그리고 세컨볼 차지. 어찌보면 임자 없는 세컨볼이었는데, 그걸 수비와 골키퍼보다 먼저 낚아채는 집중력과 과감함이 좋았다.
이 골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미 재능과 센스는 검증된 선수다. 골에 대한 집념과 자신감, 그리고 과감함만 장착하면 더 무섭게 득점을 올릴 수 있다. (겨울에 피지컬 보강하는거 잊지말고^^)
고영준은 보여준게 없다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팔라시오스를 봐라. 골이나 도움이 없어도 얼마나 위력적인가 말이다!
교체가 아닌 선발을 꿈꾼다면 고영준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상대를 괴롭히고 위협하는 역할을 먼저 습득해야한다. 공격 포인트는 그 다음이다.
또래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빛날 것같았는데 좀처럼 치고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떤 선수든 경기의 기복은 있다. 하지만, 훌륭한 선수는 폼이 안좋은 상황에서도 뭔가 제몫을 한다. 짧은 시간을 뛰기 때문에 제약이 많겠지만 고영준이 투입되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를 보여줘야한다.
수비에 공을 많이들인 경기
전반에는 좌우의 강상우와 팔라시오스가 활발하게 공격을 주도했지만 후반에는 강상우가 주로 아랫쪽에서 플레이했다. 잠시 김륜성이 올라가고 강상우가 내려오는 장면도 나왔다.
그러면서 간간이 신진호가 롱 패스를 길게 넣어주는 방식의 공격을 펼쳤다. 세레소오사카가 공격 비중을 높이는 상황이어서 나름대로 효과가 좋았다.
공격수들의 전방수비도 잘됐고 수비지역에서의 협력수비가 특히 좋았다. 이번 시즌은 수비 완성도가 낮은 편인데,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협력수비로 커버하는 모습이었다.
강현무는 안정감이 있었고 신광훈은 때로 스위퍼 역할까지했다. 신광훈이 내려섰음에도 신진호는 월등한 활동량과 투지로 그 넓은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뺏기지 않았다.
모두가 다 한 발짝 더 움직인 덕분에 끝까지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경기였다. (플러스... 세로소오사카의 빈곤한 슈팅력^^)
......
8강과 준결승전은 전주에서 열린다. 더 강해진 그들의 경기를 볼 수 있을것 같다!
울산을 만나면 더 재밌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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