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의 나라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경기장입니다!

2020. 6. 24. 16:33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2019 싱가포르

2019-07-26

쿠알라룸푸르에서 1박 2일 동안 즐길만한 것이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이럴 때는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한 두 곳 돌아보고, 적당히 현지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 한 두 곳 들러보는게 전부입니다.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를 찾아보니,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와 메르데카 광장(Dataran Merdeka)이라고하네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신시가의 상징쯤 되고 메르데카 광장은 구시가의 상징쯤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70~80년대를 함께 보낸 축구팬들에게 “메르데카”라는 이름은 매우 익숙하죠. 당시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한국과 축구 라이벌이었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예선, 아시안컵 등에서 주거나 받거니 힘든 승부를 펼쳤었죠.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메르데카컵 축구 대회에 우리나라가 심심찮게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 땐 그랬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축구 경기가 열린 곳이 바로 “메르데카” 경기장입니다.

 

“고국에 계신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상하의 나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경기장입니다.”

 

거의 매번… 중계가 시작되면 이런 멘트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상하”: 항상 여름, 常夏) 당시에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축구 중계를 보았는지 모릅니다.

웸블리(Wembley),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 안필드(Anfield), 깜 누(Camp Nou), 산티아고 베르나베우(Santiago Bernabéu), 산 시로(San Siro), …  저에게 메르데카 경기장은 최소한 이들과 동급입니다. ^_^

 

메르데카 광장 (Dataran Merdeka)

메르데카(Merdeka)는 ‘독립’이란 뜻이라고합니다.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날, 말레이시아 독립 선포와 함께 국기가 게양된 장소라네요. 저에게는 “메르데카”라고하면 “메르데카 경기장”과 “메르데카컵 축구대회”가 먼저 떠오르지만, “메르데카 광장”이야말로 쿠알라룸푸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입니다.

 

메르데카 광장은 축구장 2~3개 정도 크기의 넓은 잔디광장입니다. 주변에 이슬람 사원, 박물관 등이 함께 있고 교통도 편리합니다. 무언가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광장이라기 보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큰 광장이겠죠.  오후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저희는 오전에… 더위가 밀려오기 전에 산책삼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닥치고, 메르데카 경기장!

메르데카 광장에서 슬슬 걷다보니 메르데카 경기장까지 가게 되더군요. 약 2km 정도 되는 거리니 그리 멀지는 않지만, 더운 날씨에 움직이기엔 멀게 느껴집니다. 메르데카 광장 옆에 있는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Kuala Lumpur City Gallery)를 돌아보고, 가는 길에 센트럴 마켓과 차이나타운(페탈링 시장, Petaling)도 둘러보고,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 잔 하면서… 가는 길에 만나는 노점에서 봉지 과일도 하나 사먹으면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선 후 쉬엄쉬엄 돌아보면서 걸어가기에는 그리 멀리 않았습니다.

메르데카 경기장 일대는 지금 공사중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꽤 규모가 큰 공사가 진행중인거 같습니다. (공사는 삼성이 하네요. 공사현장 엄청 깨끗하게 관리하더라구요. ^^)

 

공사 현장을 지나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니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보안회사 직원 같기도하고… 경기장 투어 같은 것은 아예 없지만, 관리자에게 간단히 양해를 구하니 들어가게 해 주더라구요.^^

출입대장에 간단히 기입해야합니다. (이름, 국적, 방문목적 등) 그다지 심각하게 제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중하게 예의 갖춰서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더라구요.

 

그리하야! 두둥~ 어린 시절 중계방송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그 경기장에 입장!

요즘은 워낙 현대적인 경기장이 많기 때문에 다소 초라하고 올드해 보이죠? 그렇지만 여기는 한 때 아시아의 챔피언들이 치열하게 승패를 겨뤘던 역사의 현장입니다. 지금도 축구 경기가 활발히 열리는 살아있는 경기장! 잔디 상태도 완전 굿!

빛 바랜 문양, 투박한 시멘트 스탠드, 군대 사열대가 연상되는 국기 게양대, 시간과 스코어만 나올 것 같은 단순한 전광판… 저에게는 모든 것 하나 하나가 마치 클래식 자동차나 역사적인 유적처럼 느껴지네요. 오래된 것, 기억속의 그 모습이 주는 감동이 있습니다.

 

필드에도 내려가 볼 수 있습니다. (방문객은 우리뿐. 말리는 사람도 없어요^^) 과거 이회택, 차범근, 허정무, 박성화, 김정남, 김호 같은 축구영웅들이 앉았을 그 자리에 저도 한 번 앉아봤습니다.^^

 

여기에는 홈 팬들이 앉았었겠죠? 가장 저렴한 좌석이지만, 가장 열정적으로 경기를 보는 사람들,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승패에 영향을 줄만큼 파워를 뿜어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을 그 자리. 지금이라면 저 반대편에 붉은악마들이 자리를 잡고 있겠지만… 예전에는 주로 본부석 맞은편 어딘가에 일부 교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네요.

아쉽다! 날짜를 좀 잘 잡았더라면 여기서 말레이시아 리그 경기를 볼 수 있었을텐데다!

본부석 위쪽에 있는 (아마도) VIP 라운지쯤 되겠네요. 에어컨도 없이 외부에 마련된 장소지만 그 당시에는 이게 최선이었나봐요. 비록 현대적인 시설이 갖추어지진 않았지만, 멋스럽지 않나요? 저기서 경기보면서… 맥주 한 잔 & 담배 한 대! 캬~~~

 

요즘의 현대적인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는 화장실과 매표소, 출입구. 비록 낡고 시대에 뒤쳐지긴 했지만 잘 관리된 모습입니다. 저처럼 시간여행 온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 투박하지만 운치가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멀잖아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로운 경기장이 들어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메르데카 경기장은 원종관, 서기원 캐스터의 낭낭한 목소리로 소개되던 그 경기장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고국에 계신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상하의 나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경기장입니다.”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

메르데카 광장 바로 옆에 있습니다. 무료입장, 하지만 전시물들은 꽤 알차게 갖추었습니다. 1층에 기념품 샵과 카페도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무료입장이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으로 좀 북적거리고 소란스럽습니다. ^^ (단체 관광객 대부분은 인구대국 사람들)

좀 소란스러운 대신… 아이들이랑 학생들도 많다보니 이렇게 대놓고 놀기는 좋네요.^^ 조용히 점잔 빼는 갤러리가 아니라, 설정 샷 열라 찍고 유쾌하게 장난치면서 놀 수 있습니다.

 

시장 둘러보기 (센트럴 마켓 & 페탈링 야시장)

가는 길에 둘러보려니 둘러본거지… 뭐, 별다른거 없습니다. 그냥, 말레이시아 사람, 중국 사람 많이 오가는 남대문 시장입니다. ^^

둘 중 하나 추천한다면 페탈링 야시장 추천합니다. 둘 다 살만한 물건이 많은 시장은 아닌데, 페탈링 야시장이 보고 듣고 맛보는 재미가 더 큽니다. 좀 더 이국적이고 활기 넘치는 느낌이랄까?

 

리틀인디아 숙소

숙소는 Ayu Hotel (5만원/1박, 수페이러 패밀리룸)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싼 숙소를 찾다보면 리틀 인디아나 차이나 타운이 제일 저렴합니다. 음식점도 대부분 저렴하구요. 리틀 인디아답게 주변에 온통 카레 냄새와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풍기고 인도풍의 가게와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것도 또 하나의 재미죠? 쿠알라룸푸르에서 느끼는 인도! ㅎㅎ

호텔은 매우 깔끔하고 직원들도 친절합니다. (체크 아웃할 때, 마눌님께서 작은 목걸이를 방에 놓고 나왔는데… 나중에 다시 찾으니 못찾겠다 꾀꼬리… ㅠ.ㅠ)

저녁에는 옥상에서 작은 바도 운영합니다. 대부분 직원 친구들이 놀러 오는 것 같긴한데…. ㅎㅎ 간단한 안주에 맥주 한 잔, 그리고 구속받지 않고 담배 한 대 펴도 됩니다. 소소하고 저렴하게 하루 마감~

먹고 즐기기

싱가포르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민들의 아침 정식이랄까? 보통 카야 토스트 + 수란(반숙보다 덜 삶은 계란) + 커피가 한 세트입니다. 잘 안어울려 보이지만 의외로 입에 잘 맞고 아침 식사로 제격! 가격도 저렴하구요. 수란에 간장(같은 소스) 뿌려서 간 맞추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표적인 메뉴가 나시르막. 쌀밥에 삼발 소스와 간단한 반찬(멸치 볶음, 땅콩 볶음)이 나오고, 여기에 닭고기가 추가 되기도합니다. 별 생각없이 길거리 분식점 같은데 가면 먹을 수 있습니다. 달꼼 짭쪼름한 삼발 소스에 슥슥~ 별 대단한 맛은 아니고 그냥 한 끼 적당히 떼우는 식사죠. ^^

 

찬돌, 첸돌? 영어로는 Cendol. 말레이시아 팥빙수쯤 되겠네요. 제 입에는 우리나라 팥빙수가 더 맛있지만, 저거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워낙 더운 나라라 차고 달콤한 것들은 입으로 쑥쑥 잘 들어갑니다. ^^

 

길거리 지나면서 심심찮게 먹었던 봉지 과일. 한 봉지에 500원 내외. 5~6 조각의 과일이 들어있습니다. 저희는 망고와 파파야를 주로 먹었는데, 풋망고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뿌려 먹으면 우리가 아는 망고 맛과 다른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현지인들 하는거 보고 따라하면 됩니다.) 값이 워낙 저렴해서 오가는 길에 쉽게 손이 가더라구요.

 

묘한 냄새를 풍기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맛 또한 일품인 두리안! 여행할 때는 우리 입에 익숙한 맛보다는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맛을 더 즐기고 싶어지죠.

두리안 전문점에 가면 다양한 두리안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스크림도 있고, 쿠크다스 같은 것도 있고, 두리안 초콜릿도 있고, 두부처럼 생긴 것도 있고…. 생(生) 두리안에 비해 먹기도 편하고 냄새도 덜합니다. 우리 아들램도 생두리안은 못먹더니 두리안 과자는 곧 잘 집어 먹더라구요. 하나 둘 먹다보면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말라카 → 쿠알라룸푸르 (Bus로 이동)

말라카에서 쿠알라룸푸르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대략 5천원 정도면 넓은 좌석으로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말라카와 쿠알라품푸르 모두 버스 터미널이 도시 외곽에 있습니다. 시내까지 시간도 좀 걸립니다. (말라카: Melaka Sentral Bus Terminal, 쿠알라룸푸르: Terminal Bersepadu Selatan). 말라카는 작은 도시라 교통체증이 별로 없지만 쿠알라룸푸르는 체증이 좀 있었습니다.

터미널은 시설도 잘 되어있고 깨끗하고 편리합니다. 티켓은 온라인, 자동발매기, 매표소 모두 가능하구요. 무슬림 국가답게 터미널에 기도실을 갖추고 있는게 좀 특이했습니다.^^

 

Grab

끝으로… 말레이시아나 싱가폴 여행할 때 제일 유용한 앱! 바가지쓰지 않고 저렴하고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방법은 일반적인 택시 앱과 똑같습니다. 그랩 택시가 워낙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호출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고, 기사들도 다들 친절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