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라의 첫날, 간보기 외출

2020. 4. 28. 18:43월드컵 여행 - 2018 러시아/06.사마라

2018-07-05

아침 일찍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을 출발해 사마라 도착! 저는 Red Wings 항공사를 통해 예약했는데, 제 비행편은 Nordvia 항공사여서 잠시 당황했는데, 둘이 같은 회사라고 하네요.

1시간 동안 한 항공사에서 5개의 비행편 체크인이 진행되는 탓에 체크인 대기가 엄청납니다. 결국 30분 넘게 줄을 섰네요…ㅠ.ㅠ (한국의 빠른 처리와 순간 대응력은 역시 세계 최강! 우리 축구가 그걸 좀 잃어버려서 요즘 좀 거시기한 듯^^)

사마라에 예상(3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빨리 도착해 깜짝 놀랐는데, 모스크바보다 시차가 한시간 빠릅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시 사이에 4 개의 타임존이 있습니다. 러시아 영토의 서쪽 반에서만 개최하는데 말이죠^^)

일단, 몇 개 도시를 오가다보니 어느 정도 시스템이 익숙해 지네요. 사마라 도착 즉시 알아보니 역시나 공항, 기차역, 팬 페스트, 경기장 등의 주요 기점을 운행하는 무료 셔틀이 있네요.

근데, 제 숙소가 좀 애매하게 도시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입니다. 서울로 치면 성수동쯤 될텐데… 어느 셔틀을 타도 한 번은 갈아타야 되는 상황. 공항의 자원 봉사자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바로 가는 버스를 알려주네요. 이것도 무료라고 하면서!

예쁜 아가씨가 친절하기까지 하면 그냥 바로 말 듣는거죠 뭐… 고민할거 있나요? 392번 버스를 타면 되겠지!

그 392번 버스는 큰 버스가 아닌 미니버스. 즉, 봉고차 같은건데… ㅎㅎ 기사는 난닝구 입고 운전하고 에어컨은 ‘당연히’ 안틀지요. 예쁜 아가씨 말만 듣고 크고 쾌적한 팬 전용 셔틀을 10분 전에 그냥 보냈는데… ㅎㅎ

뭐 그래도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가는 버스는 맞았습니다. 절대 예쁜 아가씨 말 잘 들은거 후회하는거 아님!^^

좀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이번에도 그냥 보통 사람들의 보통 아파트에 묵게 됐습니다. 아파드는 역시 러시아 아파트가 아니라 소련 아파트지만 주인 아줌마랑 아저씨가 어찌나 친절한지 모든게 완벽하네요.

띄엄띄엄 통하는 영어로 차근차근 설명을 하더니, 주인 아저씨가 시내 나갈거면 자기가 태워주겠다고 하네요. 고맙게 넙죽 오케이 했는데… 이 아저씨가 시내 주요 지점과 교통편, 팬 패스트 가는 길, 경기장 가는 길을 하나하나 거치면서 시내에 내려 주시네요!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와는 또다른 인정이 느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저씨는 드미트리, 아줌마는 율리아. 카잔 숙소의 주인은 드미트리,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예약할뻔한 숙소 주인은 율리아. 아~주 귀에 익은 러시아 이름들입니다.

시내 나가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장보기! 중앙 시장쯤 되는 트로이츠키 시장 구경도하고, 이제는 기본 반찬이 된 당근채와 과일 몇가지늘 샀습니다. 몇 마디 얘기 나눈 시장 아저씨들과 인증샷 놀이도 하고^^

혼자 지내는 마당에 딱히 뭔가 해먹을건 아니지만 시장 찾아가면서 도시 분위기도 익히고, 또 사람 냄새 맡으면서 도시와 친해지는 느낌도 들고 좋습니다.

아직 토큰을 사용하는 지하철의 모습도 재밌고, 트램도 타고 지하철도 타면서 도시의 교통편을 배우는 재미도 있습니다.

제 숙소는 가가린스카야(Gagarinskays, гагаринская) 역입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가가린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역 내부에도 로켓 그림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어린시절, 백과사전을 펴면 맨 앞에 나오는 단어가 "가가린"이었어요. 가나다순의 깡패... ㅋㅋ)

경기 전날과 경기일에는 시내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습니다. 이제 이 정도는 미리 체크하고 냉장고에 맥주도 미리 채워놓고^^ (애주가의 나라에서는 500미리 맥주 6캔에 오천원!)

다시 밥 먹으러 나가기도 귀찮고…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5층 오르내리기는 더 귀찮고… 장 봐온 것 몇가지 꺼내 놓고 짜파게티와 맥주로 한 끼 때우는 걸로^^

해 떨어지는 베란다에서 담배 한 대 피면서 사마라의 첫 날 마감!

베란다에서 담배피는 행복이 얼마만인지… ㅎㅎ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

베란다가요… 조금 아찔해요… 가드라란 앵글부속, 두께가 얇은 콘크리트, 여기저기 삐걱삐걱.... 건강해 보이지가 않아요… 덕분에 스릴도 한 모금~^^

그래도 좋구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