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5. 23:27ㆍ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지난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올해 거든 참깨로 참기름을 짰습니다.
어릴적 동네 기름집에서 익숙하게 보긴 했지만 직접 방앗간(기름집)에서 기름을 짠 것은 처음이네요.
마침 저희 시골집 동네에 아시는 분이 참깨 농사를 지으셨다기에 참기름을 한 말 샀습니다.
참깨 농사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많은 농가에서 참깨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단양이 참깨 주요 생산지도 아니고, 그저 집에서 먹고 아는 분들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농사들만 짓는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마침 아시는 분이 정성껏 지은 것 중에서 운 좋게도 마지막 남은 한 말을 제가 살 수 있었습니다.
참기름 한 말 들고 동네 방앗간으로 Go~ Go~
기름만 짜는 곳이 아니라 방앗간과 기름집을 같이 합니다. 한 쪽에는 기름짜는 기계가 있고, 다른 한 쪽에는 떡을 만들거나 고춧가루를 내는 기계가 있습니다.
먼저 깨를 깨끗이 씻어 줍니다. 다들 씻어서 방앗간에 가지고 온다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 그냥 들고 가는 바람에 방앗간에서 씻었습니다. 잘 씻은 후에.... 이제 본격적으로 기름을 짜기 위해서 참깨를 볶아줍니다.
잘 볶은 후에 소금을 좀 넣어서 기름짜는 기계에 붓습니다. 소금을 넣어 주어야 참기름이 더 고소해 진답니다.
드디어 참기름이 졸졸졸 나오기 시작하면서 고소한 냄사가 방앗간에 쫘~악 퍼지고...
짜낸 기름은 거름종이(필터 같기도하고^^)로 내려줍니다.
참깨 한 말에서 대략 페트병 큰거 하나에 작은거 반 정도가 나오네요. 대략 2리터 반이 조금 넘을 것 같네요.
기름 짜고 난 찌꺼기로 깻묵이 원반 모양으로 남습니다. 이걸 잘게 부수어서 다시 기름을 내리기도 한다는데, 제가 기름을 짠 곳은 그냥 한 번에 끝내더라구요.
어릴 때 동네 기름집에서 깻묵 집어먹던 생각이 나서 살짝 맛을 봤는데... 뭐, 그냥 별거 아닌 곡식 껍데기 맛 T.T
짜-잔!
최종 완성은 역시 비주얼 ^_^
300ml짜리 작은 병에 잘 나누어 담고, 뚜껑 확실하게 밀봉 해주고, 라벨링까지 하면 단양군 영춘면 장발리표 100% 국산 참기름 완성!
참깨 한 말에서 300ml짜리 9병 나옵니다.
가격을 계산해 보니, 300ml 한 병에 15,500원 되겠네요. (참깨값, 기름짜는 값, 병값)
시중에서 2만 5천원~3만원 정도 하니까 가격도 훨씬 저렴할뿐더러, 동네에서 산 참깨를 동네 방앗간에서 짰더니 더 맛있을 것 같네요. 게다가 참깨에서 시작해서 참기름이 나오는 과정을 직접 보는 재미까지!
우리 먹을 것 말고도 부모님이랑 가까운 친척분들과 몇 병을 나누고, 그래도 남는 몇병은 다시 가까운 분들한테 원가에 납품(?)했습니다.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으니...
단양 구경시장 할머니한테서 소주병 하나에 1만 2천원짜리 국산 참기름을 산 것이 아직 그대로 있거든요.
제가 직접 기름을 뽑아보니 100% 국산 참기름으로 소주병 하나에 1만 2천원이 나오기 힘들거 같은데...
흠냐리...
동네 아저씨게 물었더니...
"글쎄... 그렇게 안될텐데... (중국산이랑) 섞은거 아니야?"
흑...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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