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울산 사이에서...
2011. 11. 23. 13:17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6강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수원과 울산 모두 탄탄한 전력이네요.
두 팀 중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포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됩니다.
울산은 팀 전술 보다는 개인 전술에 더 무게가 있는 팀입니다.
김호곤 감독의 스타일로 보이는데... 잘 짜여진 전술이나 극대화된 조직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본인들의 파워를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랄까?
엉성할 때는 "저런 선수들을 가지고 왜 이 정도 경기 밖에 나오지?"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물이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죠. 리그 막판부터 이어졌던 울산의 경기내용, 그리고 FC 서울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탄탄한 수비는 물론이고 상황 상황에 선수들의 임기응변이 좋고 득점 찬스에서는 '누군가'가 등장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팀'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11명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
울산에 비해 수원은 조직적인 수비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감독의 전술적인 틀 속에서 선수들이 움직입니다. 선수들의 위치와 플레이가 안정적인 수비틀을 갖춥니다.
울산처럼 속전속결, 화끈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내실있고 차분하지요.
서울이 울산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페이스를 찾지 못했던 것과 달리, 수원은 경기 내내 선수들이 흐트러짐 없이 담담하게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경기 흐름에 따라 물 흐르듯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극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이고 차분한 모습!
그렇다면, 수원이나 울산은 포항과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일까?
포항 축구의 장점이자 단점은 리듬을 탄다는 점이지요 ^^
리듬이 잘 맞으면 포항의 지배하에 경기가 잘 풀리지만, 리듬이 깨지면 전혀 다른 팀처럼 보입니다.
팀의 색깔이 너무 명확한 것도 하나의 이유일테지만...
무엇보다도 포항은 조직력과 세밀함이 전력의 핵심이기 때문이 그럴겁니다.
리듬을 타는 포항, 어느 한 선수에 의조하는 것이 아닌 조직력이 최대 무기인 포항,
그렇기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 누가 골을 넣을지가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포항,
짧고 빠른 패스로 잘근잘근 파고들면서 상대방을 많이 뛰게 만드는 포항...
하지만, 경기가 엉켰을 때는 필드에 있는 선수 개개인의 임기응변이나 교체 선수를 통해서 엉킨 실타래가 풀려야하는데... 이번 시즌에 포항이 그런 상황에서 잘 극복해 내지 못했거든요.
따라서, 수원이나 울산 모두 포항을 상대할 때는 리듬을 깨기 위한 전술을 구사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스틸야드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웨이 팀이 처음부터 자기 색깔로 경기를 풀어 나가지는 않겠지요. 거칠고 타이트한 수비, 느린 전개, 잦는 아웃 오브 플레이 상황...
그러면서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찬스를 살리기 위해 집중할 것이고, 포항의 리듬이 깨진 틈을 타서 더욱 날카로운 역습을 구사하려 할테고...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승부를 보려 하겠지요.
서두르지 않고... 설사 연장전과 승부차기에 가더라도....
포항은 몇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기 리듬이 깨졌을 때의 반전 카드가 확실치 않다!
수원이나 울산에 비해서 세트 피스 능력은 포항이 떨어져 보입니다. 세트 피스에서의 득점을 통해 일순간 경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말이죠.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페널티 에리어 바깥에서는 더욱 타이트한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구요.
교체 멤버 중에 노병준이라는 수퍼 서브가 있지만, 노병준 선수 또한 포항의 리듬이 살아 있어야 빛을 발합니다.
조찬호 선수라면 반전이 가능할까요?
아니면, 노병준을 선발로 뛰게 하고 아사모아를 아껴 두는건 어떨까요?
김형일이나 신형민이 세트 피스에서 한 칼을 휘둘러 줄까요?
누가 그 역할을 맡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포항의 색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바로 그 선수가 포항의 승리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막판 단기전에서는 그런 선수가 하나 있어야 하구요!
두번째는, 황선홍 감독의 완벽주의!
완벽주의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황선홍 감독의 머리속에는 아직 미완 상태의 무엇인가가 그려지겠죠.
그리고, 그 부분을 꼭 해결해 내고 싶을겁니다. K-리그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는 그 문제가 더 크게 보일거구요.
황선홍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어떤 문제점을 찾아내고 세세하게 교정해 나가는 스타일이죠. 그리고, 그런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던 것이구요.
하지만... 막판 단기전에서는 못하던 것을 잘하는 것 보다는 하던 것들을 잘 해내는 것이 더 잘먹힐 때가 많습니다.
지난주까지는 깔끔쟁이 완벽주의자였을지 몰라도, 이번 주에는 털털이 아저씨 같은 황선홍 감독이면 좋겠네요. ^^
세번째는, 선수들의 지나친 컨디션 상승!
포항은 2위에 선착한 덕에 울산이나 수원에 비해서 좀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울산이나 수원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크고 작은 부상, 경고나 퇴장, 체력저하 등의 출혈이 있겠죠.
만약 포항 선수들이 휴식기를 통해서 최고조의 컨디션을 만들어 냈다면,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는데 어려움이 없을겁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요. 컨디션은 최고지만 거친 싸움을 겪으면서 올라온 수원이나 울산의 경기 감각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기전에서 체력 저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단기전에서는 먼저 실점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또한 서두르거나 냉정함을 잃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전력 손실입니다. 몇 게임 더 치른 것, 한 두 선수의 부상이나 이탈보다 더 큰 손실이죠.
....
2007년, 포항은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가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울산이나 수원은 2007년 우리가 했던 장면을 재현하고 싶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하지 못하란 법도 없고, 그만한 실력을 가진 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맞서는 포항 스틸러스는?
투지와 근성이 아닌 노련함을 발휘할 때입니다.
K-리그 챔피언과 아시아 챔피언을 차지했던 경험.
이제는 그 경험이 여유와 자신감, 냉정함이라는 새로운 자산이 될 때가 되었습니다.
최고의 컨디션과 자신감으로 무장하지만 결코 상대를 내려다보지 않으면서...
우승을 향한 다부진 열정을 가슴에 담고... 그러나, 머리는 차갑게!
상대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만의... 우리가 가진 축구를 100% 보여주기를!
수원과 울산 중에 누가 올라오든지
승리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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