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나의 마지막 경기

2010. 7. 3. 20:49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8. 요하네스버그

[7월 2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8강전, 가나:우르과이의 경기가 저에게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가 되네요.
원래는 결승전까지 볼 계획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돈도 많이 썼고, 시간도 많이 썼고, 가족도 그립고...
무엇보다도 흥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혼자 숙소랑 교통편 찾아 다니면서 경기 따라다니자니 힘도 들고 신경쓸 것도 많고요.

하여간... 마지막 8강전을 보기 위해 다시 조벅에 왔습니다.
우리가 16강전에서 이겼더라면 한국:가나의 경기가 될뻔한 경기라서 마음이 남다르더군요.
경기 보셔서 알겠지만 우루과이는 전력도 좋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운이 잘 따르는 팀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의 페널티킥 찬스에서 가나가 그렇게 실수를 하다니...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쉬운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프리카 팀 최초의 월드컵 4강!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순간이 그렇게 사라져버리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함께 경기보던 사람들 모두 다 같이 가나를 응원했던터라... 아쉬움이 더하네요.
우리 대한민국이 8강전에서 그렇게 무릎을 꿇었더라면 우리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싶기도하구요.

..

저는 Mufasa Backpackers라는 숙소에 묵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서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듯 하네요.
요하네스버그 외곽, OR Tambo 공항 근처의 Benoni라는 도시 근처의 한적한 곳입니다.
딴세상처럼... 주인 부부와 아이, 그리고 백패커스의 여행자들과 함께 그냥 소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마침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그 무섭다는 조벅 시내도 좀 구경하고(^_^), Fan Fest에 가서 네덜란드:브라질 경기도 보고, 또 같이 뭉쳐서 가나:우루과이 경기도 함께 봤습니다.
제게 여유분의 8강전 티켓이 있어서 염가에 그 친구들에게 제공하고 남는 티켓은 같이 힘 모아서 또다시 염가에 처분했습니다. (남는 티켓 때문에 생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T.T)


(왼쪽부터) 아일랜드에서 온 유진 & 마크, 그리고 제 룸메이트인 이집트 싸나이 모하메드


조벅의 Melrose Arch라는 곳의 광장에서 네덜란드:브라질 경기 관전! (공식 팬 페스트는 아니지만 열기와 분위기는 장난 아닙니다.)


사람 많은 곳에 꼭 나타나는 동네 청년들! 물담배 가져다 놓고 계속해서 뻑뻑 빨아대더군요. ^^ (살짝 불량해 보이지만... 사진 찍자고 하면, "오~예~~)


여기는 사커 시티! 이제 남아공의 명소가 되겠네요. 저에게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맨 오른쪽, 완전 현지화된 제 모습 ^.^)


...

그럭저럭 남은 준결승전 티켓과 결승전 티켓은 제값(액면가)에 처분을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티켓 때문에 고민이 좀 되었는데... 요하네스버그의 Sandton에 있는 티켓 오피스에 가서 티켓 살 사람을 찾았더니 의외로 쉽게 임자가 나타나더군요.

피파에서 티켓 리셀링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티켓을 내 놓으려고 해도 내 놓을수가 없답니다.
준결승과 결승전을 보고 싶어서 티켓 찾는 사람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 앞에서 다들 모여서 피파랑 월드컵 조직위 신나게 씹어대고, 티켓 임자한테 미국 달러 현찰빵으로 바로 넘겨줬습니다.
티켓 딜러가 아니라 축구팬들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신속 화끈하게 모든것이 정리되네요.

저는 이제... 슬슬 귀국준비 들어갑니다. ^^


티켓 팔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하우트레인(Gautrain) 기차역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 소녀 그룹입니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너무 예쁘네요.
더구나 흥겨운 아프리카의 리듬과 함께 움직이는 아이들은 더 예쁘지요.
소웨토(Soweto) 지역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선 그룹이라고 하더군요.

조벅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예쁘게 남게 해준 이들이기에...
이 친구들 음악이 담긴 CD 2장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아공과 조벅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귀국까지는 아직 이틀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뭘 하면서 소일할지는 숙소에 가서 좀 고민해 봐야겠네요. ^^

뭐, 재밌는거 없을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