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 Spice Tour

2010. 5. 26. 16:22월드컵 여행 - 20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2. 탄자니아

[5월 24일]

잔지바르(Zanzibar)는 향신료의 섬입니다.
과거에 잔지바르를 중심으로 몸바사(케냐),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를 아우르는 지배력을 가진 술탄이 있었는데
그가 후추와 정향 같은 향신료를 가지고 큰 상권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잔지바르가 향신료를 통해서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향신료 농장들이 여전히 운영중이고 관광객들 투어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4시간 정도 걸리는 Spice Tour인데, 1인당 15 달러를 내면 점심이 제공되는 Shared Tour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Private Tour는 60 달러. 점심은 제공 안됩니다.)
Tourist Information Office라는 곳을 찾아가서 이야기하면 어레인지 해 줍니다.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예약하거나 그 전날 하셔야 합니다.
(Office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인데 간판만 그렇게 붙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략 10여명 정도의 인원에 가이드 1명, 기사 1명 붙어서 봉고차에 끼어 탑니다. 
(진짜 끼어탑니다 T.T 에어컨? 숙소 외에는 그런거 기대하지 마셔요...)
1시간 정도 스톤 타운 외곽으로 달려서 향신료 농장 투어를 하고, 옛날 술탄이 살았다는 유적지(라고는 말하지만 폐허가 되어 벽과 방 몇 개만 남아 있음)를 잠시 둘러보고, 현지인 가정식 백반으로 점심 먹고, 해변에서 1시간 정도 놀다가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저는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페리 시간 때문에 점심 식사 후에 일찍 나왔는데,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해변 투어 생략하고 일찍 시마이 하더군요. (잔지바르에 널린게 해변입니다.)

현지인 가정식 백반은... 1인당 15 달러의 투어 비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
쌀밥 + 코코넛 소스 + 나물볶음 같은거 나옵니다. 큰 그릇에 나오면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식인데...
굳이 평가하자면 맛있다기 보다는 먹을만 하다... ^^
그냥 현지인 집에서 밥 나누어 먹는 재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

여유롭게 과거의 잔지바르와 향신료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투어하면서 다른 외국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가이드도 친절하게 설명 잘 해줍니다.
(가이드 영어는 알아듣기 쉽습니다. 한국식 발음...^^  여행객들과의 대화는 그보다 어려움... T.T)

향신료 농장에서 본 것들... 기억나는 대로 좀 올려 보겠습니다.
(워낙 여러가지 풀들을 봐서리... 제 기억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네요.^^)

강황 (카레에 들어가는 노란 것이 바로 요놈의 뿌리)


계피 (계수나무)


절라 매운 고추.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도 내가 대표로 덤볐다가 죽는 줄 알았음... 땀이 흐르는데, 땀을 닦으면 이마가 따끔거릴 정도!


벌레 퇴치에 유용하답니다. (제라륨 냄새와 비슷함)


마호가니 나무 (잘 아시죠? 가구 만들 때 사용되는 나무. 잔지바르에서는 배 만들 때 프레임으로 많이 사용한대요. Y자 모양이라서 배의 프레임 잡기에 좋답니다.)


오니타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씨앗을 문지르면 인도 여자들이 얼굴에 연지곤지 바르는 것 같은 색깔이 나옵니다. 탄두리 치킨에 들어가는 거래요. (옆에 있는 예쁜 인도아가씨가 잘 알려주더군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바나나


요건 바나나 꽃. 꽃입을 들쳐보면 성냥같이 작은 것들이 나란히 있는데... 요놈들이 그대로 커서 바나나가 된대요. (꽃잎 하나마다 바나나 한 다발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우리 아들 좋아하는 바닐라! 콩깍지 같이 긴 놈을 말리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 우리가 아는 바닐라 향이 만들어 진다나...


빵 과일. 그냥 먹으면 안되고 요리를 하면 빵처럼 된다네요. 빵과일 쪼갠 모습. 저 속살이 요리하면 빵이 된다는?


생강 (잘 아시듯 뿌리를 먹죠.) 나중에 알았는데, 잔지바르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생강 커피래요.^^


Star Fruit. 자르면 별 모양의 단면이 나옵니다. 시큼하면서 아주 시원한 맛이 납니다. (노랗게 익으면 신맛이 없어진답니다.)


이름이... 낫치라고 했던가? 요놈이 아주 희한하게... 첫날밤에 신부를 홀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대요.^^ (옛날 잔지바르에서 결혼식날 신부에게 많이 먹였다고 하네요. 약간 환각 성분이 있답니다.)

아라비카 커피 열매.


오렌지. 아직 덜 익은거 같죠? 잔지바르에는 오렌지가 지천이에요. 쪼개면 딱 오렌지 나오죠? 덜 익은 듯 해도 시원하고 다콤하네요.


투어에 왔던 여자들한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일랑일랑 ! 자스민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향수를 만들 때 쓰인답니다. 향기가 은은하고 아주 좋습니다. 바구니에 같이 담겨 있는 것은 일랑일랑 에세션 오일이랑 비누입니다. (마눌님을 위해서 살까 하다가, 여행중에 제대로 간수할 수 있을지 몰라서 그냥 접었습니다.)


정향! 바로 잔지바르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던 향신료입니다. 한 때 전 세계 정향의 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인도네시아 정향에 밀려서 17% 정도밖에 안된답니다. 잔지바르에서 정향은 향신료, 치료제 등 다양하게 쓰인답니다.


Curry Tree 라고 하더군요. 잎을 뜯어서 씹어보면 떱떠름 하면서 묘한 향이 납니다. 카레향 같기도 아니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 열매!


티크 나무. 잔지바르에선 흔하디 흔하더군요.


파인애플


후추가 이렇게 넝쿨로 자란다네요?


요게 바로 후추 열매. 요 후추를 가지고 옛날 잔지바르의 술탄이 한 끗발 날렸답니다. 백후추 흑후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 같은 후추 열매를 가공하는 단계와 정도에 따라 녹색, 노란색, 검은색, 흑색 후추가 만들어지고 맛도 각각 다르답니다.



....

뽀나스 샷!
함께 투어를 했던 맘씨 좋은 앤소니 아저씨!
향신료 농장 투어를 하는 동안 원주민 꼬마들이 계속 따라 다니며 이거저거 챙겨주고 도와주고 그럽니다.
물론... 나중에 팁을 몇 푼 받기 위해서죠.
대부분의 관광객은 그냥 점잖에 쌩까는데... 맘씨 좋은 앤소니 아저씨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다 받아주더라구요.

급기야... 각 향신료를 모아서 쥐어주고, 모자도 만들어주고, 급기야 풀잎으로 만든 넥타이까지 만들어 주네요.^^
이 아저씨 어찌나 매너가 좋고 품위가 있으신지...
제가 영어가 짧아서 가이드 말을 조금 놓치면 옆에서 쉽게 이해되도록 거들어 주기도 하고
투어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현지인들에게도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나도 이 다음에 나이가 들면 저런 넉넉한 웃음과 매너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멋진 분이었습니다.

앤소니 아저씨도 잠비아로 갈 계획이라는데, 혹시 만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남은 여행도 멋지게 마무리 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