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 사러 나이로비 시내 나들이

2010. 5. 19. 12:44월드컵 여행 - 20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1. 케냐

어제 저녁부터 인터넷이 간당간항 하더니... 이제 좀 뭐가 돌아갑니다.^^ (아... 한국 같은 곳 없습니다.^^)
엊저녁 늦게 대학생들로 보이는 선교팀이 도착했습니다.
혈기가 넘치는 그들... 낯선 땅에서의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
늦게까지 다소(?) 시끄럽게 떠들더만, 오늘(5월 19일) 아침 일찍 선교지역으로 출발해야 하는지 새벽 5시부터 북적부적 웅성웅성, 기도소리, 노래소리, 식사소리... 저도 덩달아 일찍 잠이 깨버렸습니다.
크게 볼일 보고, 샤워하고... 현재 시각, 아침 6시 30분!!!

[5월 18일]
시내 구경도 할 겸, 몸바사행 기차표도 살 겸 시내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한국가든의 직원들이 장보러 나갈 때 따라 나가서 시장 구경도 하고 기차표도 끊어 올 예정이었는데
얼레벌레 하다가 직원들이 장보러 갈 타이밍을 날려 버렸답니다.^^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차를 탄 채 시내를 한 바퀴 돈 정도지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교통 체증이 워낙 심해서 짧은 거리도 1시간 넘게 걸리네요.
(지도에서 보면 제가 묵고있는 숙소에서 불과 10km에 불과합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차가 막힐 때 시청에서 강남역 가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도로 상황이 많이 안좋고, 거의 대부분이 오래된 차들이어서 매연도 심합니다.
신호등 설치된 곳이 별로 없는데... 그런데도 다들 요령껏 얽히고 섥히면서 잘들 헤쳐 나가는 것이 신기하지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도로 확장 공사가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들이 다 정비가 되면 지금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의) 시내에서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나가는 것에 민감해 할 수 있답니다. 꼭 동행한 현지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될지 물어보세요. 여행자는 항상 조심하고, 겸손하게 현지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기차역은 매우 오래된 석조 건물로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운전을 해준 친구 말로는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네요.
언뜻 보아도 6-70년은 족히 되어 보이더군요.
기차역 앞 광장은 사실상 버스 터미널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버스와 퇴근길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티켓을 파는 호객꾼들로 떠들석 했습니다.


저는 5월 19일(수) 저녁 7시에 나이로비를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8시 25분에 도착하는 몸바사행 열차의 1등석 침대칸을 예매했습니다.
1등석 예매 전용 Office가 따로 있더군요. 사람이 별로 없고 한산했습니다.
(이 열차는 1주일에 3번(월/수/금) 운행합니다.)


열차는 저녁 7시에 출발하는데,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체크인을 하고 6시에 탑승한답니다.
어느 침대칸, 어느 침대를 쓸지는 체크인 할 때 정해준답니다.

(주의) 열차 출발시간보다 1시간 30분쯤 일찍 도착해서, 출발 1시간 전까지 체크인을 마쳐야합니다. 가까운 거리라 할지라도 나이로비의 교통체증을 생각해서 시간 넉넉하게 잡으시기 바랍니다.

가격은 식사와 침구 포함에서 3660 케냐실링. (대략 5만 5천원, 내지 50달러 정도 됩니다.)실제 어떤 열차인지, 어떤 특색이 있는지는 내일 저녁에 타보면 알겠지요.^^
 
....


나이로비에 온 후, 평소에 제가 나이로비에 대해 생각하던 것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5월의 나이로비는 덥지 않습니다. 서늘하고 시원한 고산지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햇볕이 따가운 날도 그늘만 찾으면 서늘하고, 비가 내려도 후덥지근하거나 끈적거리지 않습니다.
맑은 날은 시원하고 상쾌하기 그지 없는 날씨지요.
저녁에는 긴팔 셔츠나 얇은 점퍼를 입지 않으면 약간의 추위도 느껴지네요.

둘째, 쭉쭉빵빵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푸르게 뻗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풍경은 이국적인 모습을 많이 띄지만 어떤 면에는 서울이 더 나무가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셋째, 케냐를 찾는 관광객은 매우 많을텐데도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외국인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 외에, 관광객들은 마사이 마라나 국립공원쪽으로 다 가는 모양입니다.
나이로비는 그냥 케냐와 동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할 뿐, 관광객이 나이로비에서 할만한 것은 없다고합니다.

시내를 한 바퀴 둘러 본 것만으로도 많은 케냐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시간이 오후 4시~6시 경이었는데, 시내를 가득 메운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큰 가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물건을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하네요.

몇 개나 팔았을까... 얼마나 벌었을까...
생긴 모습과 행색은 다르지만...
나이로비나 서울이나 퇴근 시간의 고단한 얼굴들은 어찌 그렇게 닮았는지...

비록 생활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도시에서의 삶은 케냐나 한국이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적인, 케냐적인 모습의 나이로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삶을 사는 서울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


길이 많이 막히는 덕분에 차를 타고 오면서 차를 운전하던 친구와 함께 담배도 나누어 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그 친구가 픽업을 나왔었지요.
제가 케냐에 도착한 후 가장 처음 알게된 케냐 사람이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케냐 사람인 셈입니다.

그 친구에게 이런 나의 느낌과 인상을 이야기 했더니 몸바사에서는 좀 더 아프리카다운, 케냐 다운 모습, 내가 생각했던 케냐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고 하네요.
몸바사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