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매직'이 아니라 파리아스 '정석'입니다.

2009. 10. 29. 11:5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드디어 포항이 2009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사실상 아시아 최고 클럽이나 다름없는 사우디의 알 이티하드를 상대하는
쉽지 않은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결승까지 깔끔하게 치고 올라온 포항의 경기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기에... 결승전 또한 포항다운 플레이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람들은 파리아스 '매직'이라고 말합니다.
초특급 스타 플레이어 없이 K-리그 우승, FA컵 우승, 그리고 컵대회 우승까지...
감독 부임한지 3년째되던 2007년부터 매년 우승컵을 하나씩 가져왔습니다.
하나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크고작은 위기와 고비가 있을텐데
그때마다 절묘하게 위기를 넘겨왔고, 인적으로 풍부하지 못한 선수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그 많은 경기를 잘도 치러냈지요.

하지만... 그것은 '매직'이 아니라 '정석'입니다.
감히 K-리그의 다른 팀들에 비해서 포항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대보다 많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것이 축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드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는 골을 넣기위한 움직임
그리고 골을 먹지 않기 위한 움직임에 집중되어야합니다.
플레이의 목적을 명료하고 단순하게 가져가야합니다.
시간을 끌 필요도 없고, 패스나 몸동작을 주저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필요한 몸싸움이나 골과 관계 없는 플레이로 경기를 끌고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득점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그리고 공을 보내고
반대로 또한 최대한 빨리 상대의 득점 가능한 지역을 우리 선수들이 선점해야합니다.

축구 경기장은 크지만 골이 터지는 위치는 거의 제한적입니다.
포항의 선수들은 바로 이 제한적인 영역들을 위주로 효과적으로 움직이지요.

공격시에는 최대한 빨리 페널티 에리어 근처로 공을 이동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항은 좌우 윙백에 의한 측면 공격이 강한, 측면 위주의 공격전개라고 말하지만
포항의 윙백들은 측면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중앙 쪽으로 이동하거나, 아니면 지체 없이 공을 중앙으로 넘기지요.
측면에서 2~3차례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중앙 공격으로 넘길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포항의 공격...
측면은 하나의 루트일 뿐, 항상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을 구사합니다.

수비는 어떤가요?
측면은 1대1에 맡기지만 중앙 페널티 에리어 부근에서는 지역방어를 철저히 합니다.
수비의 중심은 역시나 중앙입니다.
측면은 상대의 공격 스피드를 저지시키고, 크로스의 타이밍과 정확성을 끊어주고,
상대의 공격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한 정도의 수비면 충분합니다.
대개의 골은 페널티 에리어 근처에서 터지는만큼, 중앙 수비에 중심을 둡니다.
그리고, 포항의 수비수들은 공을 잡았을 때 과감하게 중앙 미드필더로 공격적인 패스 연결을 합니다.
이런 패스는 상대에게 차단되어 역습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한다면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우리가 역습을 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비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게 적당한 모험은 걸어야죠.

선수 기용과 교체를 보겠습니다.
아마도 "파리아스 매직"이라고 표현하는 가장 큰 이유일겁니다.

그러나, 솔직히 뭐가 파리아스 만의 마술일가요?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 대신 컨디션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갑니다.
체력소모가 많았거나 플레이가 쳐지는 선수는 교체 아웃합니다.
초짜 신인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출전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소하하는 정도에 따라 기회는 더 늘어납니다.
이기고 있으면 수비를 강화하고, 지고 있으면 공격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11명 전체의 균형이 깨진 부분을 교체합니다.

원직은 하나! 경기장에서 100%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90분이든, 아니면 단지 5분이나 10분일지라도...
포항의 선수들은 필드에 서 있는 그 순간, 마치 그 경기가 리그의 마지막 경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 한 경기, 그 경기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100%를 쏟아 붓습니다.
당연히 지치고 힘들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지치고 힘든 선수들을 안배해 주라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고
감독은 선수들의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기용합니다.

...

과연 파리아스는 천재이거나 마술사일까요?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요. IQ가 150을 훌쩍 넘거나, 호그와트 학교에서 마술사 수업을 받았을지도... ^_^

하지만, 그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정석에 충실한 축구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매직도 아니고 화려한 공격축구도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축구가 바로 포항과 파리아스의 스타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누구나 "수학의 정석"을 끼고 다니지만 그것을 제대로 풀고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것만 꽤면 대학에 쑥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극소수만이 그것을 해내지요.

축구 정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1명이 조화롭게, 그리고 11명 외의 선수들 또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90분의 시간을 구성하는 매 순간을 집중력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골을 넣고 골을 막는 것 이외의 불필요한 것들은 신경 뚝!
단 하나의 경기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감독에게 절대복종, 선수에게 절대신뢰!

11월 7일, 일본 토쿄에서
파리아스의 '정석'으로 또하나의 챔피언 트로피를 가져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