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 결승 2차전, 포항:부산 - 공은 둥글지만
2009. 9. 16. 13:0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오늘 저녁이면 2009 피스컵 챔피언이 가려지겠군요.
부산에서의 1차전을 1대1로 비겼으니 승부는 다시 원점이고
전력상 우위에 있고, 거기다가 홈 경기의 잇점까지 가지고 있는 포항이 일단 유리한 위치입니다.
(그냥 유리한게 아니라... 거의 추가 기운 상황이라고 보이네요.)
그렇지만, 언제나 의외성은 있고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작용합니다.
특히 결승전 같이 중요한 경기는 대개가 한골로 승부가 갈라지기 때문에
의외성 한 방으로 승부가 결정될 확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일단, 포항과 부산의 전력차이는 무시합니다.
엄연히 실력차이가 있겠지만, 결승전은 항상 실력 이상의 변수를 지배하는 팀의 것이니까요.
포항의 힘
가장 큰 잇점은 홈 경기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오늘 저녁 포항의 스틸야드는 만원이 될겁니다.
경기장과 관중석의 거리가 불과 3미터 정도이며, 수용인원이 2만명이 안되고,
가파르게 깎아지른 2층이 있는 경기장이 바로 스틸야드입니다.
만원 홈 관중이 들어찬 스틸야드...
둥글고 넓게 퍼진 6만명 수용의 상암 경기장에 비해서 훨씬 현장감이 나고 위압적입니다.
포항에게는 가장 큰 힘이, 반대로 부산에게는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지요.
더구나... 포항 스틸야드는 선수단 차량이 들어갈 때 관중들이 모이는 입구쪽 광장을 통과합니다.
대략 1시간 30분쯤 전에 선수단이 경기장에 들어오는데
그 시간이면 이미 관중들이 입구쪽 광장에 득실득실거리고 있을겁니다.
장사진을 친 관중들이 있고, 부산 선수들이 도착하니까 호기심이 따라오는 사람도 있고,
포항의 과거 전성기를 이끌던 황선홍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도 있을거고...
아마 대부분의 부산 선수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환경에서 시작하게 되겠지요.
결승전은 일단 기싸움입니다.
그리고, 꼭 우승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팀, 꼭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팀이
경기를 지배하게 됩니다.
바로 이 점이 홈 경기의 잇점이고, 더구나 만원 관중이 함께 쏟아내는 열망이 선수들에게
그와 같은 동기를 부여하게 됩니다.
결승 1차전이 열렸던 부산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기에...
부산 선수들에게는 더 낯설고, 더 긴장되는 시간이 될겁니다.
부산의 희망
전력상, 그리고 분위기면에서도 포항에게 밀리지만 부산에게도 기댈 언덕은 있습니다.
오히려 부산이 우승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부담감에서 해방되는 순간
오히려 큰 경기는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흥분의 도가니, 진짜 축구가 펼쳐지는 곳이 됩니다.
전반전 15분을 잘 이겨내고, 오히려 그 시간 이후로는 멋진 경기를 맘껏 뿜어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산은 큰 경기를 경험한 선수들이 적고, 황선홍 감독 또한 감독으로서는 이런 큰 경기가 처음입니다.
우승에 대한 욕심과 부담이 아닌, 제대로 한 번 축구를 해 보자는 의욕도 상당히 강할겁니다.
이런 팀이 분위기 타게 되면... ㅋㅋㅋ 더 무섭죠.
문제는 수비가 아니라 공격입니다.
2차전을 어웨이로 치러야하는 팀의 가장 큰 약점이자 고민이지요.
1차전이 어웨이라면 수비지향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한 후, 홈에서 승부를 볼 수도 있지만
2차전을 어웨이로 치르는 팀은 그게 어렵습니다.
더구나 1차전을 무승부로 비겼으니 더 어렵겠지요.
결국 부산 또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만큼
정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게 관건입니다.
수비적인 운영이라면 모를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면
부산의 선수들도 좀 더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린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의 원제목..
"The longest day"입니다.
부산 선수들에게 있어서...
오늘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치러야할 90분의 시간은...
아마도 축구를 하면서 경험한 시간 중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는 90분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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