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혹시 이 친구?

2009. 8. 4. 20:07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저는 이 선수가 지금처럼 쭈~욱 성장한다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지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축구 경기라는 것이 11명 전부가 만들어내는 팀웍의 하모니이긴 하지만
지단 같은 선수는 특별합니다.
한 명의 특출한 선수가 팀 전체를 지배하는 선수지요.

마라도나나 펠레와는 다릅니다.
이들은 특출한 개인기량으로 팀 전체를,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지단은... 특출한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팀의 하모니를 이끌어 내고
팀원들이 멋진 연주를 하게 만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지요.

...

기성용의 플레이를 본 것은 TV를 통해서 보는 대표팀 경기나 FC 서울의 경기가 전부입니다.
그러니 제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겠지요.

하지만, 이 선수의 현재 기량, 앞으로의 잠재력, 플레이스타일...
이런걸 종합해 보면 지단의 플레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지단 수준의 기량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11명의 선수 가운데서는 지단같은 역할이 가끔 보이거든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애 늙은이 저리가랄 정도로 침착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볼 터치가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제 2, 제 3 동작으로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볼 받는 순간에 이미 한 번 동료들을 훑어내고, 볼 받자 마자 간결하게 다음 플레이로 넘어갑니다.
프리킥 좋고, 찬스에서는 직접 득점도 곧잘하고, 찬스 메이킹에도 능합니다.
조용하고 순박해보이고, 심지어 촌스러워 보이지만 경기에 대한 몰입과 투지가 뛰어납니다.
박지성처럼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려줍니다.
90분 내내... 그의 플레이에는 거의 낭비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움직임 거의 제로...
그를 거치면서 공격의 속도와 방향, 타이밍이 순간적으로 전환될 때가 많습니다.
체격도 좋지만 밸런스와 스피드도 좋습니다.
묵묵히 팀에 묻혀 있는거 같지만 이미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

너무 지나친 칭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의 경기를 많이 보지도 못했고, 더구나 경기장에서 직접 본 적은 없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경기를 볼 때마다 이런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군요.

1989년생.
올해 고작 20살임에도 FC 서울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입니다.
이란과 사우디를 상대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그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미... 중앙 미드필더로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지요.
그리고, 나날이... 게임을 거듭할수록 그는 발전하는 중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는 천재가 아니라
차곡차곡... 아는 듯 모르는 듯 쌓아가는 축구 기술자...

24살, 25살의 기성용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몇 년 후에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차범근 보다도, 박지성 보다도, 최순호 보다도, 황선홍 보다도, 홍명보 보다도...

PS) 왜 하필이면...
포항 스틸러스를 가장 약오르게하는 팀의 선수에게 이렇게 필이 꽂히는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