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춘양] 같이 사는 사람들의 마을에 가다

2008. 8. 10. 12:48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우연한 기회에...  멀리 봉화군 춘양면에 귀농하여 유기농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가는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희 집에서는 매주 한 번씩, 그분들이 정성껏 가꾼 농산물이나 산과 들에서 채취한 제철 먹을거리들을 편하게 받아 먹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희는 생산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농산물을 사먹는 소비자가 되겠지만, 단순히 가장 좋은 값에 가장 좋은 물건을 사먹는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도시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일면 그분들의 삶의 방식에 동의하고
무엇보다도 그분들의 유기농에 대한, 그리고 농촌과 농사일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지지하기 때문에
저희는 남들보다 훨씬 맛있고 풍족하게, 정감이 넘치는 식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 그분들 삶의 터전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거창하게 농촌체험 같은 것도 아니고 유기농 공동체의 초청행사도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놀러 오세요" 하니까, "네, 그럼 휴가기간에 하루 들를게요..."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시골에서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냈고, 매년 여름이면 선산이 있는 고향 마을에 벌초를 다녀오긴 하지만
시골집에서 잠을 자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어슬렁거린 경험은 아주 오랫만이었습니다.
(헉! 30년이 넘네요^^)
포항에서 출발하여 영덕, 청송, 영양을 지나...
꼬부꼬불 산넘고 물건너서 도착한 곳,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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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은 대강 그늘에서 쉬엄쉬엄 보내고, 우리가 하룻밤 신세를 질 희지네 집에서 함께하는 저녁식사.
마침 아랫집에도 손님이 오셔서 푸짐하게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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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에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밤이 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농촌 이야기와 귀농 이야기를 좀 나누었지만, 결국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인지라...

정치 역사 사회 교육 문화 체육 연예... 모든 분야의 이야기가 망라되지만... 결국은 우리의 아들 딸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

중간중간...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하늘에 촘촘하게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술이 깨고.
다시 방에 둘러앉아 정치 역사 사회 교육...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이야기 ^^

희지네, 세빈이네, 치우네... 그리고, 뒤에 합류한 여름이네...
모두 그날 밤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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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마루에 앉아 있는 와이프(치우 맘)
희지 아빠가 1년여에 걸쳐 직접 지은 통나무 흙집입니다.
내 손으로 집을 짓는 것은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죠?
저도 희지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멋집 집을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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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희지 아빠가 따 놓으신 토마토와 오이입니다.
자기 살을 못이겨서 툭툭 터져 나올만큼 꽉 차게 잘 익은 빨간 토마토가 너무 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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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쁜 희지, 그리고 또다른 희지네 식구인 강아지 "꼬미"와 고양이 "네로"
(동물을 무서워하는 서치우는 꼬미와 네로 근처에도 못갔음 ^^)

....

희지네 집에서 아침을 먹고, 이번에는 여름이네 집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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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네 집은 동네 찻방(찻집?)이랍니다.
아이들은 계곡에 보내고, 우리는 여름이네 찻방에서 여름이 아빠가 마련해 주신
은은한 홍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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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네 밭에서 감자도 몇 개 캤습니다. (치우 엄마는 땅 속에서 감자가 나오는 걸 처음 봤음^^)
이번에 봉화 지역에 크게 수해가 난 것 아시죠?
다행히 저희가 찾은 석현리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여름이네 논 일부가 수해 때 터져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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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빈이랑 여름이. 세빈이는 도시에서 사는데, 1주일 동안 춘양에서 지낼거라고 합니다.
쬐끄만 여름이... "옷갈아 입으니까 보면 안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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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 신난 놈.. 서치우.
치우가 자동차를 무척 좋아하는데... 마침 여름이네 차가 봉고 쓰리 트럭이었습니다.
기어이 트럭에 올라타 보고서 엄청 좋아했던 서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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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치우 앞니가 빠졌어요.
계곡에서 한 참 놀다가 이가 쏙 빠져버렸답니다.
젓니가 빠지고... 올 여름이 지나면 치우가 또 한 번 부쩍 클 것 같네요 ^^

....

하룻밤, 이틀 동안 함께한 시간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곳을 찾은 것처럼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헤어지는 길도 무척 아쉬웠지요.

명지, 희지, 한결이, 세빈이, 여름이, 여름이 동생, 그리고 치우...
우리 아이들 모두... 밝고 신나고 튼튼하고 싱싱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