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김호 - 베테랑 감독들의 복귀

2007. 7. 19. 21:1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반가운 두 인물이 K-리그에 복귀한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겠지만, 나는 두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하나,
두 사람은 승패를 떠나서 경기 내용이 충실하고...
잘한 경기와 못한 경기가 각각 나름대로 설명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오늘따라 개판이라거나, 오늘따라 펄펄 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팀의 경기 내용이 들쭉 날쭉 하는 일이 비교적 덜하고
항상 기대한 만큼의 팀 파워와 스타일을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꼼수라든가 변칙적인 선수 기용, 경기 외적인 변수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선이 굵고 솔직한 축구라고나 할까?

두 감독 모두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팀 빌딩을 하는 스타일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K-리그 감독들 중에는 정신력과 승리수당, 선수 사오기로 성적을 내려는 사람들이 있단말이지...)

박성화 감독.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수비 전문가이다.
박성화 감독은 수비축구의 신봉자라거나, 수비만 강조하고, 그래서 재미 없다는 식의 오해가 안타깝다.
단지 박성화 감독은 "수비가 제대로된 팀이라야 나머지 팀 빌딩이 가능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항상 팀 빌딩을 할 때는 수비를 먼저 다져놓고 시작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축구 팀을 만드는데 기본중의 기본인 것을...
공격축구니 수비축구니 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박성화 축구의 매력은 잘 갖추어진 수비 시스템을 보는 재미다.
자신만의 코칭 노우하우를 바탕으로 조직력과 지역방어에 기반한 수비 시스템을 만들며
수비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공격 전개방식 (이건 진짜 보는 맛이 난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 윙백의 공수연결 능력 등은 박성화 감독 팀의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팀의 파워, 그리고 감독의 역량은 여기까지이고...
실제로 골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감독의 조련보다는 상황상황에 맞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뒤집어서 말하면... 수비 조직력을 근간으로 하는 팀 빌딩이 안되면 개차반 되는 거고
수비 조직력을 갖춘 후에도 공격을 마무리하는 공격수를 가지지 못하면
수비와 조직력만 좋고 경기는 이기지 못하는 팀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쓸만한 공격수 두 명만 주어진다면 박성화 감독은 조직력이 살아있는 탄탄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팀 빌딩이 제대로 된 팀은 쉽게 쓰러지지 않으며
수준급의 팀 간에 맞대결이 펼쳐질 때는 팬들이 홀딱 반할 수 있는 명승부를 만들어 낸다.

김호 감독.
박종환 감독과 더불어 K-리그 최고의 업적을 이룬 감독 중 한명이다.
수원 삼성은 돈의 힘으로 우승을 이루어냈다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김호 감독이 있었기에 수원은 단기간에 집중 투자를 통해 명문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김호 감독 역시 박성화 감독처럼 팀 빌딩을 탄탄하게 하는 스타일의 감독이며,
명 수비수 출신의 감독답게 역시나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잘 다져 놓고 팀을 만든다.

하지만, 김호 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적재적소에 훌륭한 선수를 발굴해 낸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발굴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당 선수의 장단점에 맞게 포지션과 역할을 부여해 주고
그 선수의 장점이 잘 살아나도록 팀을 조화하는 그만의 노우하우가 있는 것 같다.

수원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고종수와 데니스(이성남)를 생각해 보자.
다른 감독이었다면 둘 중 하나만 썼거나, 아니면 둘다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김호 감독은 때론 둘이 함께, 때론 번갈아 가면서 훌륭하게 조화시켰다.

황선홍과 김도훈, 최용수가 한국 최고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올리던 시절이었지만
수원의 박건하를 그들 못지 않게 중요한 선수로 잘 활용했으며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가 없어도 수원의 공격진은 다른 어느 팀보다 강했다.

...

흥미있는 점은 과거 포항이나 수원처럼 잘 나가는 팀이 아니라
이번에 두 감독 모두 하락세의 팀을 맡았다는 것이다.

두 감독 모두 선수 자원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능력이 몇 배로 나타나는 스타일이기에
다른 팀에 비해서 자원이 부족한 부산이나 대전을 맡아서
예전처럼 탄탄하면서 재미 만빵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면도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두 감독의 팬이기에, 그들의 능력을 믿고 싶다.
또 그들의 축구를 꼭 다시 보고 싶다.

최소한 두 감독은...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는,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축구를 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감독의 능력이기에
그런 모습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파리아스의 포항과 박성화의 부산이 맞붙는 경기,
파리아스의 포항과 김호의 대전이 맞붙는 경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