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5. 04:15ㆍ월드컵 여행 - 2006 독일/7.아우그스브루그
6월 24일.
아무런 움직임 없이 이곳 아우그스부르그의 숙소에서
그동안 밀렸던 이메일을 확인하고
우리나라의 뉴스들을 보고
맥주를 한 잔 하고
약간 출출해서 컵라면을 하나 까먹고...
모처럼... 이런 아무것도 아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도
작은 행복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10일정도 독일에 머물면서
한국팀의 세 경기 외에 잉글랜드-트리니다드토바고,
사우디-튀니지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는 첫 날에는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변의 팬 페스트 장소에서
호주 사람, 일본 사람, 독일 사람들과 어울려서 경기를 보았고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최소한 월드컵은 이제 전쟁이 아닌 축제인 듯 합니다.
비록 어떤 나라들과 어떤 클럽들 사이에는
게임 이상의 의미와 집착, 역사적이거나 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축구가 전쟁일지 모르지만...
월드컵만큼은...
이제 전쟁이 아닌 축제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뿐만아니라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는 나라의 이미지를 광고하고 있지요.
독일에서 만나는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우리의 얼굴과 레플리카, 머플러를 보고는
'수드 코레아'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전철에 탔을 때, 어떤 꼬마는 다가와서 통하지 않는 독일어로
호기심을 나타냅니다.
설사 우리의 상대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어울리고 격려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다가가서 이야기합니다.
스위스전 때는 저와 아무 상관없이 경기장으로 걸어가던 스위스 사람이
저와 몇 마디를 나두더니 가방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서 건넵니다.
이것은... 다른 의도나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하는겁니다.
웃고 떠들고 함께 나누고...
경기중에는 양보 없는 열정과 함성을 뿜어내지만
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호기심을 가지며 다가오고
또한 서로에게 허물없이 자기를 소개합니다.
축제를 개최하는 독일 사람들도 그렇고
그 축제에 참가하는 모든 참가국들이 그렇고
설사 본선 32개팀에는 속하지 못했지만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독일을 찾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술과 음식을 나누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간단한 기념품 따위를 서로 나누고...
스위스전이 끝난 후에 저는 브라질 축구팬과
서로의 대표팀 레플리카를 바꿔 입었습니다.
프랑스전 때 바로 옆에서 함께 보았던 프랑스 사람이
스위스전 때도 바로 옆에서 경기를 보았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팀 티켓을 산 모양입니다.)
프랑스전 때는 서로 자기 나라를 아낌 없이 응원했지만
스위스전에서는 "어! 너 그때 봤잖아!" 하면서
바로 하이 파이브를 나누게 되지요.
한국팀의 경기는 끝이 났지만
지금도 이곳 독일에서는 축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25일에 귀국한다고 하죠?
분하고 안타깝겠지만...
그리고, 좀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겠지만...
저는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어깨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긴 후에 귀국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유일하게 축제를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선수들일테니까요.
눈물을 훔치며 경기장에서 일어서던 이천수 선수와
독일에서 재활 치료중인 이동국 선수가
스위스와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함께 웃으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열망하면서 사력을 위해 뛰었던 이곳은
살벌한 전쟁터가 아니라
자신들의 몸짓 하나하나로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축제의 장이라는 것을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었는지를
우리 선수들도 알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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