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베이징] 북경행 야간열차

2006. 5. 26. 13:52월드컵 여행 - 2006, 독일까지 유라시아횡단/4.베이징(중국)


저녁 5시 30분에 강촌민박을 나와서
6시 30분에 단동발 북경행 K28 열차를 탔습니다.

(단동역 앞에 마오쩌뚱 동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어색한 풍경이죠?)

저희는 4인실을 원했는데
백하님께서 중국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6인실이 낫다면서
6인실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사실... 반신반의 했습니다.
인천에서 단동으로 오는 배편에서 만난 분들이
6인실을 타게 되면 중국 여행을 '제대로' 하게 될거라면서
각오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현지 전문가인 백하님이 추천을 하셨으니
믿고 가자...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한 구석으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우리 자리는 3층 침대 중에서 중간층이었습니다.
보통 1층이 젤 편하고 가격도 젤 비싸답니다.
2층, 3층으로 가면서 가격이 싸지고요.

(인철형 왈, 만약 자기가 3층 침대를 쓰게 되면
침상 계단 오르내리는 자기 모습이 완전히 '킹콩' 같다고...ㅋㅋㅋ
암묵적으로, 앞으로 여행하면서 침대층이 다르게 될 경우
제가 무조건 위층에서 자기로 합의!!)

창가에 복도를 두고 3층 침대가 줄줄이 3층 침대 2개가 한 칸입니다.

막상 경험을 해 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공간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중국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고
말은 안통하지만 띄엄띄엄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철형의 서바이벌 중국어 회화 능력에 놀랐음!)

함께 음식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간식하라고 호박씨 같은 것을 주었고
우리도 준비해간 것들 중에서 김이랑 팩소주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백하님께서 출발직전에 챙겨주신 압록강 맥주와
소주를 풀어 놓고
차장이 끌고 다니는 밀차에서 오이랑 몇 가지를 더 준비해서
근사한 술상을 차렸습니다.
초라하긴 하지만, 차창 옆에 붙어서 한 잔 마시며
북경으로 향하는... 꽤 괜찮은 만찬이었습니다.

이딴 사진 올리지 말라는 인철형, 그치만 말 안듣는 나!

중간에...
인철형의 서바이벌 중국어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옆 칸에 있던 화교 한 분이 혜성같이 나타나서
한국말로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그 분은 북한에서 태어나서 10살까지 북한에서 자란
화교 2세라고 하더군요.
아내가 싱가폴에 사는데 북경에서 비행기를 타고
싱가폴로 간다고 합니다.
(자기 아내를 말할 때, '여편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능숙하진 않지만 북한 억양으로 우리말을 곧잘 하셨습니다.
마침 축구를 좋아하는 분이라서 축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안정환을 잘 안다고 했고
유럽의 왠만한 선수는 요즘 선수, 예전 선수 할 것 없이
아주 잘 알더군요.
어릴적부터 케이블이나 위성 TV를 통해서 유럽축구를 많이 봤답니다.
(여러분! 축구는 세계 공용어 맞습니다!!!)

밤 10시경이 되면 기차내에 비상등만 남겨놓고 불이 꺼집니다.
밤이 늦어가면서 기차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잠을 청했고
우리는 낮선 환경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아서
맥주 몇 캔을 더 마시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안주는 당나귀 고기 ^_^ 인철형이 그냥 밀차에서 적당히 집었는데
그게 당나귀 고기였습니다.
두 사람 다 음식을 가리지 않아서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기차에서 만난 화교 아저씨 말이, 하늘에 나는 것중에는 용고기가 최고고
땅에 있는 것은 당나귀 고기가 최고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

낮선 잠자리 때문인지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아침 6시쯤)
자다가 안경을 떨어 뜨려서
그걸 찾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식당칸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으면서 단동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

5월 26일 오전 9시, 북경 도착!
역에 도착하니 송청운님과 리강님이 함께 마중을 나오셨고
뜻밖에도 중국 CCTV에서 취재를 나왔습니다.

지금은 북경역 근처의 호텔.
일단, 때빼고 광내는 시간을 좀 가져야겠슴다!

(I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