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23. 13:31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언제였더라...
포항 스틸러스 사무국에서 뒹굴고 있는 이 한 장의 사진을 슬쩍 꼬불쳐 두었지.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부동의 에이스 황선홍과 악수를 나누는 저 애송이!
그 애송이가 지금은 황선홍을 대신하는 에이스가 되어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에이스, 그리고 대표팀의 에이스...
1998년 처음으로 그를 본 후로
때론 슬럼프도 있었고, 때론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단점을 없애면서 진화하는 그를 본다.
마치, 무수한 냄비들의 비난 속에 난도질 당하면서도
언제나 에이스의 자리를 지켜왔던 황선홍 처럼...
이동국도 이런저런 등살에 시달리면서...
그러면서도...
하나씩 하나씩 자기만의 모습을 만들어 온 것 같다.
예전에 황선홍을 비난했던 사람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보고 싶다.
"니들 동국이 보다 축구 잘하냐?"
"니들 동국이 보다 축구 더 오래 했냐?"
"니들 동국이 보다 골 더 많이 넣어봤냐?"
"동국이 주전으로 쓰는 감독들은 니들보다 생각이 없는 호구냐?"
"니들 또 누구 잡아 먹을래?"
그래... 난 처음 이동국을 본 순간부터 여전히 그의 지지자다.
삽질을 할 때도 그를 지지했고, 방황을 할 때도 그를 지지했다.
2002년, 그가 결국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을 때,
그를 제외한 히딩크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원망이 없었지만
그걸 빌미로 이동국을 물어 뜯는 하이에나들에게서는
값싸고 경박한 냄새를 느꼈다.
(물론 그의 단점을 지적하고 조언하는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하이에나로 몰아부칠 생각은 없다.
최소한 그런 품격있고 진실성 있는 조언에 대해서 누가 뭐라겠는가?)
요즘 이동국의 경기를 보면서
이제 이동국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지금부터가 소위 말하는 절정의 기량을 보여줄 시기겠지...
쓰러지지 않고, 비록 더디지만 물러서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그의 지지자로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모 잡지사의 부탁으로 그와 인터뷰할 때
그는 베르캄프를 닮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그가 클린스만이 아닌 베르캄프를 닮았으면 했다.
경기장에서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상대 수비에 위협을 주고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동료들의 플레이가 살아나게 해 주고
또한 그 스스로 골을 만들어 내는 스트라이커.
비록 베르캄프처럼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뛸 수는 없을지 몰라도
비록 베르캄프같이 철저하게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기량에 못미치더라도
이동국, 넌 나에게 베르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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