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9. 13:25ㆍ카테고리 없음
엄지 Up
1. 최고의 경기장
규모, 디자인, 시설, 편의성 등 거의 대부분에서 이전 월드컵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입니다. 외관 디자인이 매우 독창적인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실제로 경기장에 입장해 보면 조명의 화려함과 음향 시설에 한 번 더 놀라게 됩니다.
화려한 오프닝 쇼를 펼칠 때는 거대한 나이트 클럽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 경기장을 새로 짓거나 리노베이션 한다면 반드시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공연장이나 한 수준 위의 조명과 음향을 갖춘 공연장에서 축구 경기를 본 것 같아요! 다음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때 어떤 경기장 등장할 지 모르지만, 4년 시간 내에 카타르를 능가하는 경기장을 선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 무료 교통, 저렴한 Uber
2006 독일,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도 무료교통 서비스 덕을 톡톡히 봤는데, 카타르에서도 많은 혜택을 누린 것 같습니다. 하야카드(Hayya Card, Fan ID) 소지자는 메트로와 버스 이용이 모두 무료였고 경기장이나 시내 주요 지점간 셔틀 버스가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카타르 월드컵의 셔틀버스는 콩나물 시루같은 만원 버스가 아닌 완전 좌석제! 쾌적하고 시원하고 편아하고 새 것 냄새 팍팍 나는 버스였습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본 셔틀 버스 중에서 가장 훌륭!!!
Uber나 공공 택시를 탈 때 외에는 교통비가 하나도 들지 않았죠. 게다가 Uber 택시 요금은 일반 공공 택시의 절반 정도! 작은 도시에서 모든 경기,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멀리 갈 일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메트로와 버스로 이동하면 큰 불편이 없었고 Uber를 이용할 때도 QAR 20(약 6천원) 정도에 대부분 해결됐습니다.
약간의 달러를 들고 나갔지만 대부분 그대로 들고 들어왔습니다. 현지에서 남는 티켓 처분하고 받은 QAR(카타르 리얄) 외에는 별도로 환전도 하지 않았고요. 택시를 포함해 거의 모든 곳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3. 바가지 요금 X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호텔 요금 때문에 극한의 빡침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적당한 숙소에서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보다 30% 정도 비싼 숙소에 머물렀지만 숙소의 서비스와 편의성 등이 좋아서 어느정도 가격 대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리셉션 서비스, 3일에 한 번 룸 청소, 기본 어메니티 제공, 가구와 가전제품 주방기기는 모두 새 것, 숙소 또한 새로 리노베이션! 6인 정원인 아파트로 방 3, 화장실 3, 커다란 거실, 넓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 메트로에서 도보10분 정도.
대략 3성급 수준의 레지던스 호텔을 1박 10만원/인 정도의 가격에 머문 셈입니다. 같은 조건에 좀 더 싼 숙소를 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입니다.
그 외에 식사, 쇼핑, 서비스 등에서 바가지 요금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동네 슈퍼와 식당을 들락거렸고 이발소,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기념품점, 커피숍 등을 이용하면서 제 예상을 벗어나는 가격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생활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하지 않나 싶더라구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격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여행객에게 매우 큰 장점이었습니다.
4. 무한대의 지원인력
이건 진짜... 카타르가 저임금 노동자 막 굴려 먹는 것으로 뉴스에도 많이 나왔죠? 그 연장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인원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인원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곳곳에 지원인력이 넘쳐났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내서... 경기장, 주요 관광지, 메트로 등에서 고개를 1도만 옆으로 돌리면 누군가 있습니다. 표지판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도 항상 사람이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 명이면 될 것 같은데 세 명이나 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아주 편리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죠. 아마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본 사람들의 국적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인도, 스리랑카, 우간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등
5. 안전, 매우 안전
사실 남아공과 브라질 월드컵 외에는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남아공과 브라질에서는 가방이 제대로 잠겨 있는지 항상 확인이 필요했고 가방도 앞으로 메야 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카페나 지하철에서만 사용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남아공에서는 소매치기도 당했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안좋은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곤 했습니다.
카타르는 거의 백퍼센트 안전! 밤 늦게 귀가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할 때도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방과 스마트폰, 지갑에 온통 신경을 집중할 일도 없었고요. 한 번은 경기장에서 하야카드 떨어 뜨린 것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근처에 있던 현지인이 주워서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가끔 여성들에게 추근대는 현지인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저희 일행 중에 한 명은 Uber 기사가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 약간 집적거리는 듯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최소한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거나 소매치기 걱정을 하면서 거리를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엄지 Down
1. 무알콜 무유흥
조용히 기도하면서 종교적으로 충만한 삶을 사는게 아랍의 문화인가요? 노는 문화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술이 없으니 일단 말 다했는데... 술이 없어서 그런지 이 동네는 놀고 먹고 즐기는 문화가 아주 소박합니다. 월드컵 시즌이라 곳곳에서 문화 행사, 공연이 벌어지는데 현지인들의 리액션도 영 시큰둥합니다.
물론 술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맥주를 너무 퍼 마셔서 취객인지 축구팬인지 구별이 안가는 놈들 때문에 눈살 찌푸릴 때가 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잔치에 술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제한된 장소에서만, 그것도 일반 판매 가격의 몇 배를 받습니다.
잔치에 술과 유흥이 없으니 아무래도 좀 밋밋한 월드컵이었습니다만....
뭐 어떻게든 한국인이라면 할 건 다 하죠^^
2. 특징 없는 팬 페스티벌
2002 한일 월드컵의 거리 응원이 모티브가 되었고 2006 독일 월드컵부터 팬 페스트(Fan Fest)는 현지인과 축구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또 하나의 즐거운 장소이자 월드컵의 큰 부분이 되었습니다. 특히, 몇 몇 개최도시 들은 특색있는 팬 페스트를 운영했기 때문에 팬 페스트에 놀러가는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부터는 팬 페스티벌(Fan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는데 한 곳만 운영을 해서 그런지 별다른 특징이나 재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딱히 재미있는 이벤트도 없었고 이전 대회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모습도 없었습니다.
팬 페스트(팬 페스티벌)는 그냥 큰 스크린으로 축구만 보는 장소가 아니라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곳입니다. 경기장에서는 즐길 수 없는 또 다른 재미, 자유분방함, 먹고 마시고, 함께 피크닉을 즐기며 놀 수 있는 팬 페스트가 다시 부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딱히 갈 곳, 놀 곳이...
우리나라 경기도만한 크기의 작은 나라, 그리고 사실상 하나의 도시에서 월드컵이 열린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다지 볼만한 것이 없는 제한적인 나라입니다. 물론 볼만한 것, 가 볼만한 곳이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겠지만 멋진 자연과 문화유산이 넘쳐나는 관광국가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같습니다.
자연경관이나 유적 보다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오히려 더 돋보이는 나라, 카타르 음식 보다는 인도 음식과 튀르키예(터키) 음식이 먼저 눈에 띄는 나라였습니다. 낙타와 함께 움직이는 아라비아 상인이나 오아이스, 유목민의 텐트와 모닥불이 있는 사막의 밤 같은 것은... 북아프리카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거겠죠? ㅎㅎ
4. 보행자에게 불편한 도시
월드컵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는 지역들은 아주 잘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에서는 매우 불편! 인도가 매우 좁았습니다.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는 너어~무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고 파란불은 너무 빨리 꺼졌습니다.
횡단보도가 없는 이면 도로에서도 보행자에게 길을 내주는 차를 보기가 쉽지 않았죠. 오히려 천천히 오다가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보이면 속도를 올리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습니다. 거리에 매연도 심한 편이었고요.
그리고,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매우 부족해 보였습니다. 더운 곳이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적은 탓일까요? 월드컵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지역 외에는 길거리 음식이니 거리 공연도 볼 수 없었고 도심을 걸으면서 즐길 만한 문화나 유적, 풍물도 없었습니다. 비즈니스 여행객이라면 모를까... 뚜벅이 트래블러에게는 그닥 매력이 없는 도시!
5. 경기장, 너무 많이 걸었어!
메트로나 셔틀버스에서 내린 후 경기장까지 정말 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부터 인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걷게 만들더라구요. 일부 경기장에서는 메트로를 타기 위해 콩나물처럼 선채로 한 참을 기다려야 했고요. 특히 팬 페스티벌 장소인 Al Bidda 공원의 경우, 팬 페스티벌에서 메트로 역까지 정말 먼 거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체력 약한 사람은 걷다 지쳐 기진맥진할 정도였죠.
도하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입니다. 서울에 비하면 메트로 수송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셔틀버스를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나르기에는 무리가 있었겠죠. 월드컵을 위해 메트로 라인을 새로 건설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도시가 제공할 수 있는 운송량의 한계가 보였습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팬들을 위해 중간중간 즐길 거리가 좀 더 제공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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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별다른 사고 없이 잘 치른 것을 보면 주최측에서 꼼꼼하게 준비를 잘한 것 같습니다. 월드컵 전에 우리는 큰 사고를 겪었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다시는 그런 말도 안되는 사고는 없었으면 합니다.
도하 곳곳에서 열심히 사람들의 동선을 안내하던 저 손가락!
저 단순한 것 몇 개로도 그 많은 인파를 아무 사고없이 유도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왜 소홀히 했을까...
우리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