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8강]포항(3:0)나고야 - 됐고, 울산 나와라!

2021. 10. 18. 11:22카테고리 없음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포항(3:0)나고야 2021.10.17(일), ACL 8강(전주)

사실 나고야의 전력이 우리보다 강하고 지난 조별예선에서도 1무 1패로 우리가 열세였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나고야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왠지 이길 것같은 느낌이 충만한 건 뭐지? 일요일 아침, 전주로 떠날 때부터 왠지 기분이 들떴다. 어려웠던 오사카 원정 경기를 끝내 1대0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밑바닥에 남아있던 저력이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나할까?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조별 예선에서 상대할 때도 내용과 결과 모두 밀렸지만 나고야는 소위 투혼과 응집력이 강한 인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력의 차이기 크지 않다면 토너먼트 단판 대결은 역시 투혼과 응집력이 쎈 팀이 이긴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그것을 경험했다. 

게다가 전주에서 열리는 경기라서 우리의 홈 경기나 다름없고 필요할 때면 특유의 응집력과 투혼, 집중력을 보이는 것이 포항의 팬과 선수들이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온 포항만의 자신감이 있다.

아마 많은 팬들이 나와 같은 느낌이었나보다. 포항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꽤 많은 포항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북측(N석) 서포터스석 뿐아니라 동측과 서측 관중석에도 포항 팬들이 제법 보였다. 선수들도 홈 경기와 같은 편안함, 그리고 책임감과 동지애를 함께 느꼈을 것이다. 경기장 분위기도 분명히 승리의 큰 요인이었다.

김기동 감독과 선수들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성장시키고있다. 신광훈, 신진호, 강상우, 권완규, 임상협 (잇몸들) 외에는 모두 어린 선수들 뿐이다. 잇몸 타카로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 참 대단한 팀이다. 인사돌 광고 모델이라도 해야겠다. 이렇게 멋진 팀, 이렇게 끈끈한 팀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냐고요!


자신감이 이렇게 무섭다

이승모와 이준, 그리고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호재와 이수빈까지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여느 경기에 비해 훨씬 자신감 넘치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다들 재능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 단점들 중  가장 큰 것이 경험과 자신감! 반면에 그걸 넘어서는 순간 예상밖의 폭발력을  보여주는게 어린 선수들의 특징이기도하다.

올 시즌 내내  어린 선수들은 희망이자 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선수들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고, 그럼에도 팀 사정상 몇 개 포지션은 어린 선수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어찌보면 팀 사정이 안좋아서 재능이 늦게 터졌는지도 모르겠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시즌이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다들 완성된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뭔가 마지막에 한 방이 터지지 않던 이승모는 지난 오사카와의 ACL 16강전이 터닝포인트가 된것 같다. 이제 마지막 순간의 집념과 집중력, 그리고 자신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득점 장면도 좋았지만 임상협의 첫번째 골 상황에서의 플레이가 더 좋았다. 문전혼전 상황,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도 임자없는 공을 먼저 터치한 이승모의 집중력과 집념이 임상협의 골을 만들었다.

이호재는 개막전의 사나이가 될 뻔했다. 한눈에 봐도 피지컬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선수였는데 그 이후 한동안 매우 경직된 모습이었다.

그랬던 이호재가 올림픽 대표팀에 한 번 소집되더니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데뷔골, 그리고 팀의 결승골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 그것도 센터포워드의 정석을 보여주면서!

그러더니... 다음 경기, 이번 나고야전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피지컬을 이용한 경합 능력뿐만 아니라 볼 간수와 연계 플레이도 몰라보게 부드러워졌다. 체격에 비해 몸이 무척 가볍게 움직인다. 단 두 경기만에 이렇게 달라지나? 아마 그동안 출전 기회가 별로 없었음에도 매우 착실하게 준비해 온 것같다. 뭔가 큰 자신감과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가장 큰 일을 해낸 선수는 누가뭐래도 골키퍼 이준! 데뷔전에서의 알까기 실수로 영영 기회를 놓치는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잘 극복해냈다.

경기 후 포항 팬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도 이준이다. 자칫 전반에 실점을 했다면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뻔했는데 이준의 선방이 결정적인 위기를 여럿 넘기게했다. 공의 흐름과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좋다. 더 자신있게 뒤에서 콜 플레이를 해도 좋을 것같다. 

팀에 위기가 왔을 때 불쑥 등장해 기회를 잡는 선수들이있다. 강현무의 공백이 포항에게는 너무나 뼈아픈 손실이지만, 이준에게는 인생반전의 기회가 된 것같다. 끝까지 좋은 모습 유지하자! 3번 골키퍼가 1번으로 뛸 수 있는 기회는 울산이 리그 세번째 우승하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것! 잊지말자^^

나고야 감독은 뭘 준비했던걸까?

김기동 감독에 비해 준비가 너무 부실하지 않았나싶다. 아니면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까지.... 포항을 물로 봤던거야? 

신진호는 포항 공격 전개의 핵심이면서 아시아 무대에서 이미 실력이 검증된 플레이메이커다. 그런 신진호가 원없이 공을 건드리도록 놔두고 자기들 공격에만 열을 올렸다. 팔라시오스 수비에는 어느정도 성공을 했지만 신진호-강상우-임상협의 왼쪽 공략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스코어가 2대0으로 벌어진 후 포항의 왼쪽 공격은 거의 맘 먹은 대로 펼쳐졌다. 선수들간의 움직임에 아주 흥이 잔뜩 올라있었다. 나고야가 미처 알지 못했던 포항의 모습을 시위라도 하는 것같았다.

 

특히, 임상협의 추가시간 쐐기골 장면은 너무나 통쾌했다. 최소한 지난 광주전만 제대로 봤어도 중앙에서 이호재가 경합해주고 신진호 임상협 강상우가 왼쪽 측면을 치는 포항의 막판 공격에 그렇게 뚫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포항의 리그 득점 장면을 눈여겨 봤다면 임상협의 감아차기에 최소한의 대비는 했을 것이다.

아마 ACL 조별 예선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신들의 공격력으로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생각에 수비전략은 크게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김기동과 선수들은 이 갈면서 기다렸는데... ㅎㅎ 아주 쌤통이다~^^

이제 울산이다!

그렇잖아도 이번 시즌 내내 울산을 제대로 밟지 못한 아쉬움이 컸기에 내심 울산이 올라오기를 바랬다. 아무래도 전북보다는 울산이 더 우리의 피를 끓게 만든다. 게다가 전주성에서 전북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울산을 상대하는게 원정팀의 핸디캡도 훨씬 적다. (거의 없다고 봄^^)

말이 동해안 더비지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더비 상대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가 부족해서 명품 더비에 흠집을 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했다. 팬들은 동해안 더비라 부르지만, 저 시끼들한테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실 포항:나고야 경기보다 뒤에 벌어진 전북:울산 경기가 한 레벨 높은 수준이었지... 쩝!)

하지만, 이렇게 막판에 하늘이 그림을 하나 만들어 주셨다. 시즌 내내 울산에 깨질지언정...  포항이 울산을 이기는 순간은... 그것이 단 1승일지라도...  그들에게 가장 아픈 순간이어야 재미가있다.

 

만사 제쳐두고 울산 잡는 일에 올인해야하는 그 경기가 만들어졌다. 울산은 우승을 목표로 뛰겠지만 우리는 울산 잡는걸 목표로 뛴다. 더 간절하고 더 악착같이 이기고 싶은 팀은 우리다.

 

ACL 우승을 향한 열망도 크지만, 울산이 ACL 결승 올라가는 꼴은 보기싫은 마음이 백배는 더 크다.^^

 

그리고... 전주는 다 맛있다!

늘 느끼지만 전주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말고 피순대를 맛보기 바란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아닌 동네 순댓집도 전주는 기본 이상이다.

전주IC 나와서 바로. 전주월드컵 경기장 바로 옆에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먼 원정길, 킥오프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꼭 들러보시기를 강추! 잘 가꾸어진 다양한 정원과 아담한 카페가있다.(주의: 남자끼리 가는 곳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