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6. 21:55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0:0)랏차부리, 2021.07.04(일), ACL G조 예선(5)
골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별짓을 다 해도 안들어가는게 축구긴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넘어갈 수 없을만큼 답답한 경기였다. 골 결정력을 말하기에도 다소 부끄럽다. 거의 90분 내내 공을 소유하다시피 했으면서도 실제 위협적인 슈팅찬스는 2~3개 불과했다. 제대로 상대 수비를 뚫고 들어가 슈팅 찬스까지 연결하지도 못했다는 말이지!
그럼, 상대는 극강의 수비였던가? 그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발도 느리고 힘과 높이, 체력까지 모든 것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차분하고 날카롭게, 좀 더 치밀하고 독하게 했어야 함에도... 조금 느슨하게, 쉽게 승리를 가져오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독일전이 떠오른다. 독일도 우리가 랏차부리를 상대한 것처럼 피 흘리지 않고, 쓸데 없는 옐로카드 받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16강에 올라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독일은 좋은 찬스를 여럿 만들고 제법 위협적인 슈팅도 많이 날렸다. 덕분에 골키퍼 조현우가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맹활약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랏차부리 골키퍼에게 맹활약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밍밍함이라니...
아마 올 시즌에 본 포항의 경기중에 가장 답답한 경기가 아니었나싶다!!
개 중 몇 개의 찬스
가장 아쉬운 것은 이승모의 헤더와 그랜트의 슛! 이 두개가 들어갔다면, 아니 둘 중 하나만 들어갔더라면 경기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운이 따르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좋은 찬스조차 날려버리는게 우리의 현재 실력인가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랜트의 슛은 2010 남아공 올림픽 예전 3차전, 나이지리아의 야쿠부가 날려버린 찬스에 버금가는 큰 미스가 아니었나 싶다.
이승모는 참... K리그 경기에서도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고 골포스트와 친하게 지내는 선수라서 안타깝다. 좋은 득점기회의 좋은 슛이나 헤더가 골포스트에 맞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본 것 같다. 그냥 운이 없었다고 자위하지 말고 좀 더 세밀하고 차분하게 원인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너무 성급하지는 않았는지, 마지막 컨택 순간에 좀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슈팅 타이밍에 좀 더 자신감있게 처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무엇이든... 반복될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타쉬는 이럴 때 못넣으면 언제 골을 넣을까?
한수 아래의 팀, 거의 일방적인 공 소유, 피지컬에서도 우위. 이런 기회에 득점 올리면서 동료들과 신뢰도 쌓고 자신감과 폼도 올려야할텐데... 이 선수... 참 한결같다. K리그에서나 ACL에서나, 강팀 상대할 때나 약팀 상대할 때나, 봄이나 여름이나,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어쩜 이리 한결같이 득점을 못올리는지!
ACL 처음 시작하면서 폼도 올라오고 공격 포인트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부진에서 탈출하고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는구나...라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그 새를 못참고 처음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건 솔직히 타쉬만의 문제가 아니다. 날씨 탓, 그리고 2주 동안의 강행군 속에 지치기 시작하면서 몸도 무겁도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뭔가 차이를 보여줄 수 있어야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더 치밀하고, 더 밀도있게 경기에 임했어야 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11명 중에 그런 파이팅과 에너지를 가진 선수가 단 한명도 없었단 말인가? 나는 그게 더 실망스럽다. ㅠ.ㅠ
아챔,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우리 포항이 간만에 아챔에 나가서 너무 좋다. 지난 5년간 전북이 부러웠고 울산에 약이 올랐는데, 드디어 우리가 아챔에 복귀했다. 포항의 축구를 더 오래, 더 많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한발 한발 더 높은 곳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좋다.
우리 선수들이 이런 팬들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5년 동안 구겨졌던 자존심이 다시 펴지는 그 느낌을 알고 있을까? 정말이지 아챔에 다시 나오기를 오랫동안 바랬고, 또한 아챔에서 포항 특유의 즐겁고 역동적인 축구를 후회없이 보여주기를 바랬다.
이길 수도 있고 질수도 있는... 그냥 또 하나의 경기일 뿐인가? 우리 팬들에겐 5년만에 다시 만나는 아챔이기에 한 게임이라도 더 하고, 한 번이라도 더 이기고, 한 골이라도 더 넣으면 마냥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시 한동안 아챔과 멀리 떨어져 지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올라오기도한다.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 이제부터는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한 계단씩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아챔의 디펜딩 챔피언 울산도 후달리게 만드는 팀이잖아? 그런 우리가 왜 랏차부리 때문에 멈칫해야 하는거야... 고작 나고야가 왜 우리 앞에 벽이 되는거냐고...
이기는 기쁨, 더 높이 올라가는 기쁨, 아챔의 주인공으로 느끼는 그 기쁨을 우리 선수들이 꼭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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