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1. 19:55ㆍ카테고리 없음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1:0)수원FC, 2021.04.20(화), K리그1 Round 11
양팀 모두 다소 쳐진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른 것 같다. 화요일 경기가... 팬들에게도 낯설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도 컨디션 관리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여전히 내용은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어려운 가운데 꾸역꾸역 3연승. 사실 지난 광주전과 마찬가지로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내용상으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정말 고맙게도 모두 승리를 따냈다. 우주의 기운이 우리 포항에게로? 뭐, 그런 느낌도 없지않아 약간은 쬐금 아주 작게나마 느껴지긴 한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보인다. 그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며 뛰는지 보인다. 그때문에 초반에는 실수도 있고 몸 움직임도 뻣뻣했겠지만, 후반 중반 이후에는 상대보다 월등한 의지와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거 기억하고 살리자~ 우리는 어쨌든 단단해지고 극복해 가는 중이니까! 모두 정말 잘 버티고있다!
집중, 초집중!
경기 초반 신진호의 실수에 가슴이 철렁했다. 순간 지난 수원 삼성전 오범석의 마구니가 신진호에게 옮겨 붙었나 싶을 만큼 철렁했지만 스틸야드의 골 포스트 컨디션이 요즘 꽤 괜찮나보다. 그걸 막아 버리네.... ㅋㅋ 강현무 기도발 탓인가? 강현무... 경기 시작전 골대 부여잡고 간단히 기도를 하면서 시작하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엄숙한 순간이다. 그 마음 변치말고 계속 교회 열심히 다녀라... 니가 강장로 되는 날, 들어가던 골도 유턴해서 튀어 나오리라~~ ㅎㅎ
수비가 안정화된 것은 아니지만 다들 집중력이 좋았다. 강현무는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초집중 상태를 유지하면서 몇 차례 선방. 그동안 다소 불안했던 전민광은 오히려 윙백 겸업하면서 집중력이나 몸놀림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왠지 중앙 수비의 부담을 90분 내내 견뎌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 자리는 부상중인 그랜트가 복귀하면 다시 경쟁 포지션으로 바뀔 수 있다. 우짜겠노... 이겨 내는 수 밖에 답이 없는걸...
팔라시오스, 임상협, 고영준
팔라시오스는 길거리 축구 선수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뭔가 매끄럽지 않고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어쨌든 뛰는 동안은 상대 수비를 많이 흔들어준다. 이게 임상협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팔라시오스를 선발로 쓸 수 밖에 없다. 임상협도 좋은 그림을 만들곤하지만 기본값을 올리지 못하면 후반 교체 멤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체력이든 몸싸움 능력이든 투쟁심이든 무언가 하나 기본무기가 강화된다면 포항에서 멋지게 부활하지 않을까 싶다.
고영준이 간만에 조커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맛이 있어야한다. 겁없이 덤비고, 단점은 개무시하고 자기가 자신있는 플레이만 신나게 보여주고, 공이 있는 곳이 어디든 굶주린 늑대처럼 나타나서 경합하고, 상대 공 차단해서 동료에게 연결해 준 다음, 열라 스프린트해서 자기가 제일 앞으로 뛰쳐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어깨 맞고도 골이 들어가고 엉덩이 맞고도 들어가고 무릎 맞고도 들어가지 않겠어?
고영준은 몸도 빠르지만 슈팅 스윙이 빠르고 간결한게 돋보인다. 다른 선수들이 공을 잡아 놓고 때리는 타이밍보다 약간 빠른 느낌? 다른 선수들이 "자~ 나 이제 슈팅할꺼야~"라고 말하고 찬다면 고영준은 "슈팅하지롱~"하고 바로 차버린다. 다행히 고영준, 임상협 투입과 함께 자칫 칙칙하게 흘러갈뻔한 공격 분위기를 뒤집었고 타쉬, 송민규, 강상우까지 함께 살아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도 신광훈 시프트
이제는 기본 전술이 된 것 같지? 심하게 말하면 전반은 약간 설렁설렁 느릿느릿 조심조심 하다가 (신기하게 불안불안한 가운데 골은 안먹다가) 후반 어느 시점에 신광훈이 포지션 이동하면서 퍼포먼스 올리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신광훈이 중앙 수비형 미들로 자리를 옮기는 순간부터 전방에서의 압박 강도도 올라가고 공격 스피드도 빨라진다.
전반부터 그렇게 뛰기에는 이제 힘이 부치는 나이겠지만, 어쨌든 이번 시즌 포항 축구가 보여주는 재미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늙으막에 적성 찾은 걸까? 어쩌면... 낮설어 하면서도 즐기는 것은 아닐까? 신광훈은 포지션 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오늘도 타쉬는 그냥 출근했다 퇴근했네!
일단, 타쉬에게 공이 너무 안간다. 그러다보니 중앙 공격수인데도 슈팅이 너무 없다.
타쉬는 공을 한 번만 터치하는 느낌이랄까? 뺏겼을 때 멍~ 패스한 후 멍~ 남들 물밀듯 대시할 때 멍~ 왠지 예측하면서 반박자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실력이 검증된 선수라면 그럴리가 없을텐데... 컨디션일까? 만약 스타일이 그런거면 이건 환불각인데...
경기가 반복될수록, 그리고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볼 터치 횟수도 증가하고 좋은 장면이 나왔으니 좀 더 기대하고 기다려보자.
어쨌든 골 넣는 송민규
경기 내내 무리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고 왠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후반 중반쯤에는 교체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골은 넣는 놈이 넣는구나! 있는 듯 없는 듯 하더니 한 순간 반짝하면서 기어코 골을 만들어 냈다.
사실 이건 임상협이 훔칠 수 있는 골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머리만, 아니 머리카락 몇 올만 댔어도 골 하나 스틸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차이가 현재 송민규와 임상협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골에 대한 집념과 집착! 임상협이 조금만 더 투지와 집념을 올렸으면 좋겠다... 넘 순하다고나 할까? 플레이 스타일도 얼굴 따라가면 안되는데... ㅋㅋ
...
점점 좋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잔실수, 마지막 패스에서 합이 안맞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쫌만 강하게 압박하면 빌드업이 버벅대고 전체적으로 느리게 움직이고 간격도 여전히 넓다.
중요한 것은 이런 와중에도 꾸역꾸역 3연승을 달리면서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조직력은 이기면서 생기는 거다. 내용은 좋은데 지는 경기 맨날 해봐야 그 한계를 넘지 못하더라. 어려운 와중에 3연승 올리면서 한참 밀렸던 순위도 많이 끌어 올렸다.
이제 내용도 함께 좋아져야할 타이밍이 된 것 같다. 내용을 함께 충족하지 못하면 상위 그룹에서 버텨내지 못할테니까.
하루만에 제주에게 3위를 내줬다. 올라갈 팀들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들은 내려오는 시기가 됐다. 당연히 우리는 올라가는 팀이 되어야한다. 울산 바로 밑에서 똥침 넣으면서 사는 재미를 다시 찾을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