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실험 - 추천 서비스의 미묘한 차이

2011. 8. 1. 13:04사는게 뭐길래/Data & Intelligence


지난번에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을 읽거나 산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래의 책들 중에서 읽은 것 또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표시해 달라고 했었죠?

고마운 몇 분들이 답을 주셨습니다.
괄호 안에 함께 읽었거나, 또는 그 책도 가지고 있다고 하신 분들의 수를 표시했습니다.
(예-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과 "르몽드 세계사"를 모두 읽었거나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은 1명이라는 뜻)

1.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0)
2. 총, 균, 쇠 ------------------------- (0)
3. 거꾸로 읽는 한국사 ---------------- (1)
4. 사기열전 2  ----------------------- (1)
5. 르몽드 세계사  -------------------- (1)
6. 르몽드 세계사 2 ------------------- (0)
7. 교실 밖 세계사 여행  --------------- (0)
8. 스무 살을 위한 교양 세계사 강의 ---- (0)
9.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2)
10. 미완의 시대  --------------------- (0)
11. 지도로 읽는 세계사 2  ------------- (0)
12. 4개의 통장  ---------------------- (1)
13. 엄마를 부탁해  ------------------- (4)
14. 한 걸음만 더  -------------------- (1)
15.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 (1)
16. 일본전산 이야기   ---------------- (2)

위 목록의 1~11까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에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함께 추천하는 책들이고
12~16은 저희가 따로 분석한 것들에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목록을 유심히 살펴보면 1~11까지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같은 분야의 책들이고, 12~16은 분야가 전혀 다른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전혀 분야가 다른 책들임에도 12~16의 책들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다는 점입니다. (5 vs. 9) 비록 10명도 안되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안되겠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설명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베스트 셀러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엄마를 부탁해"와 "일본전산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팔린 책들이지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읽었거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책들은 대충 아무 책하고나 같이 추천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말도 되지요. ^^
반대로, 굳이 추천을 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는 말도 됩니다.
어차피 유명한 책이니까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할테니까요.
그러니까, 베스트 셀러의 경우에는 대충 아무데나 끼워서 추천하거나 아예 추천하지 않거나...
입맛에 따라 판단하면 될 듯 합니다. ^^

그리고, 책이 속한 분야(카테고리)에 너무 민감하지 말자!
같은 분야냐 아니냐가 아니라, 추천을 하려는 목적이 더 중요합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책들도 추천할 가치가 있다는 점!
세계사나 인문 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그쪽 책들만 탐독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사람들의 일반적인 독서 패턴이나 소비 패턴은 어느 한 분야에만 쏠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파는 사람 입장에서 좀 어울리지 않게 보일 뿐이지요.

우리는 카테고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데
실상 카테고리라는 것은 어떤 것들을 찾거나 관리하기 쉽도록 분류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학술적인 연구나 특정 토픽에 대해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같은 분야의 책들만 모아서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요.

"바지"를 사러 간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고를만한 바지들을 함께 보여준게 도움이 되겠지요.
반면에 바지와 어울리는 "셔츠"를 추천할 수도 있겠지요.
책도 마찬가지.. 어떤 분야에 대해 특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분야의 책들을 보여주면 도움이 되겠죠.

여러가지 중에서 하나 고르는데 도움이 되도록 추천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 책 사면서 하나 더 살만한 것을 추천할 것인가...
추천하려는 목적에 따라 추천하는 내용도 달라지는거지요.

굳이 하나의 목적만 갖고 추천할 필요는 없으니,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하면 좋겠네요. ^^
1~11의 책 중에서도 몇 권 추천하고, 12~16 같은 것들도 추천하면 되겠지요.

같이 살 것 같은 것들이 아니라, 실제로 같이 사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결과는 이런저런 예측이나 짐작, 직관적인 판단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천 서비스를 할 때의 장점이기도 하지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더라도, 의미 있게 자주 등장하는 패턴에는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많은 마케터들은 이러한 생뚱맞은 궁합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
또한 그렇게하기 위해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도합니다.
이를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분석 이론을 탐구하고 훌륭한 기법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분석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를 믿고, 재해석하고, 활용할 때에는 이상하다거나 생뚱 맞다는 이유로 분석 결과를 무시하거나 뒤집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사장님이 "이거 이상한데?"라고 한마디 하면... ^^)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결과들... 목적에 따라 잘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인데 말입니다.
절대로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분석이 잘못된 것도 아니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