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다시 일본어 공부 시작합니다. (with 3권의 책)

2011. 2. 22. 23:36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고등학교때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고 (입시를 위해서)
대학때는 고등학교때 공부한 밑천으로 조금 편안하게 한과목 해치우려고 일본를 들었고 (학점을 위해서)
대략 1997년? 아님 1998년쯤?
일종의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일본어 시험을 치른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어쩌다... 아주 가끔 일본어 몇 마디를 써먹을 때가 있긴 했지만
"스미마셍", "아리가또고자이마스", "곤니찌와", "곤방와", "하지메마시떼", "사요나라", "시쯔레이시마스"
딱 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내 생각에... 어느 언어를 막론하고 가장 유용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황금 회와 문장들^^)

...

가깝고도 먼 사이...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서로 잘 모르는 이웃...
그런 ... 외국 여행중에 낯선 이방인들을 만날 때
가장 반갑고, 가장 비슷하고, 가장 말이 잘 통하고, 김 한장 라면 하나 즐겁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들.
그게 바라 일본 사람이었던거 같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그렇게 싸싸름하고 눈 흘기던 사이였는데
낯선 나라에서 서로 만나니까 세상 어느나라 사람들 보다도 정서적으로 잘 통하더란 말이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서로가 서툰 영어로 띄엄띄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한국사람에게는 일본어가, 일본사람에게는 한국어가 영어보다 훨씬 배우기 쉬울텐데 말입니다...

...

사실 오랫동안... 다시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입시와 학점을 위해 공부했던 일본어지만 그냥 잊고 없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도 했고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이웃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배가본드 32권 번역판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그 사이에 33권도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열불딱지 터질 필요 없이 일본어판을 사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서,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틈틈이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가 있는듯하여, 제가 공부한 책들을 소개해 봅니다.
(사전 없이, 학원 안다니고, 책 잡고 독학^^)


Restart 日本語 (리스타트 일본어)
바른일어연구회 저 / 북스토리 (2009)

어떤 설명도 없이 그림과 단어, 문장만 있습니다. 그냥... 그림을 보고 이해하면서 일본어의 기본 단어와 문장들을 배우는 방식이지요.
멀미나는 한자도 없고 볼 때마다 헷갈리는 카타카나도 없습니다.

책 제목처럼... 저처럼 한 때 일본어를 잠시 공부했으나 오랜 세월 방치한 결과 대부분이 가물가물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본어의 냄새와 감각을 복원하는데 딱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크기가 작아서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합니다.
무엇보다도... 쉬운 단어와 표현들만 다루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일본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즉... 괜히 다시 손 댔다가 작심삼일로 끝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가장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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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렇게 만화 같기도하고 유치원 교재 같기도한 책으로 20년 묵은 때를 살짝 벗겨냈으면
좀 더 학습서처럼 생긴, 하지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 만만하게 덤빌 수 있는 책으로 넘어갑니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저 / 길벗이지톡 (2008)

저자는 한국 대학에서 한국문학도 공부하고 일본어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이 책 역시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그리고, 쓰기 보다는 읽기를, 읽기 보다는 듣기와 말하기를 더 강조한 점도 좋구요. 저자 자신이 연습장에 쓰면서 공부하기 보다는 MP3 파일을 들으면서 눈으로 교재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라고 말을 할 정도로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교재들이 존댓말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교재는 반말 표현과 존댓말 표현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는 것도 색다른 점입니다.
한 때 일본어를 공부했던 분이라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MP3 파일을 들으면서 조금은 쉽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겨갈 수 있을겁니다.
이 책에서도 비교적 쉬운 문장과 단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재 없이 그냥 MP3 파일만 들으면서 공부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저자가 지은 같은 시리즈의 책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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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까지 일본어 공부를 하고 나니까, 살짝 일본어 공부에 지루함이 생기더군요.
비교적 쉬운 책들로 공부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
한 편으로는... 영어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했으면서 어쩡쩡하게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못마땅함도 생기고요.

그래서... 쪼~금 색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로 된 일본어 교재로 공부를 해 볼까?
그러면...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건가?


Japanese Demystified - A Self-Teaching Guide
Eriko Sato / McGraw-Hill (2008)

아마존에서 꽤 많이 팔린 일본어 학습서입니다.
반 정도까지 왔는데... 영어로된 교재로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해서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역시나 말도 안되는군요. ^^
하지만... 어학 학습 교재, 그것도 우리와 어순이나 표현에서 상당히 유사성이 만은 일본어 교재이기 때문인지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제 경험으로는 전공 원서나 영어로된 소설책 보다 훨씬 수월하게(아주 수~울-술) 읽히네요.
그리고, 우리가 영어 공부할 때 잘 적응 안되던 포인트들... 예를 들어 부가의문문에 대해서 Yes/No 선택이 우리말과 반대였던 것들을 영어 입장에서 똑같이 지적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는 없겠지만, 영어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

...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보람도 있고, 무언가 새로 배우는 것에서 오는 약간의 텐션도 느끼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상 다시 시작해 보니 꽤 할만합니다.
그리 막막하지 않게, 적당히 즐기면서 진도 나갈 수 있습니다!

번역판을 기다리지 않고 만화 '배가본드'와 '심야식당'을 읽을 수 있는 그날을 향해,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