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1. 06:43ㆍ월드컵 여행 - 20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3. 빅토리아 폭포
[5월 28일]
아침일찍 루사카(Lusaka)를 떠나 리빙스톤(Livingstone)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리빙스톤 박물관과 빅폴(Victoria Falls)을 구경하고 오후 늦게 짐바브웨로 이동!
아프리카 여행하는 동안 버스에서 하도 고생을 했기에 이번에도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루사카에서 리빙스톤까지 7시간이 걸린다는데... 내심 10시간은 작정을 했습니다.
만약 늦어지면 리빙스톤에서 하루를 묵고 빅폴로 넘어갈 생각도 했구요.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처음 버스에 감동 먹었어요!
정시출발, 정시도착, 정원고수, 지정좌석, 음료와 스넥 서비스, 버스상태도 양호 & 깔끔.
비록 한 줄에 좌석 5개가 있어서 조금 좁긴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만족도였습니다.
혹시 아프리카 잠비아를 여행하는 분들은 마즈한두(Mazhandu) 패밀리 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일명 Blue 버스라고 하는데, 버스 색깔 및 직원들 복장이 모두 파란색입니다.
루사카의 Inter-City Bus Terminal에서 파란색 티켓 오피스를 찾으시면 됩니다.
리빙스톤행 첫차는 아침 6시 30분.
저는 6시쯤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
안전이 걱정되어 택시를 탈려고 했는데 숙소 근처에서 택시를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워낙 컴컴해서 조금 걱정도 되고...
마침 지나가는 청년이 있더군요. 보아하니 출근을 하는 모양입니다.
나 : 인터시티 터미널 갈려는데, 택시 탈려면 여기서 기다리면 되요?
청년 : 여기 말고 조~오기 큰 길로 가야해요.
나 : 아... 그래요? (그러면서 그 청년과 함께 걷기 시작)
어제 보니까 걸어갈만한 거리던데... 이 시간에 걸어가면 위험한가요?
청년: 지금은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위험하지 않아요.
나 : 어디로 가세요? 방향 같으면 같이가죠?
청년 : 저는 시내로 출근해요. 버스 탈 돈 없어서 걸어다니죠. 중간에 제가 터미널 알려드릴께요.
그래서... 중간지점까지 그 청년과 같이 걸었고, 청년은 터미널이 보이는 곳 쯤에서 제갈 길을 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다가 왠 아줌마와 눈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나 : 인터시티 터미널 가는 길 맞죠?
아줌 : 맞아요. 조금만 가면 되요.
나 : 아줌마도 걸어서 일하러 가시네요...
아줌 : 돈이 없거든요 T.T
나 : 네... 그렇군요...
아줌 : 어디서 왔어요?
나 : 코리아요.
아줌 : 아, 그래요... 제가 터미널까지 안내해 줄께요.
나 : 고맙!
맘씨 좋은 아줌마는 저를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삐끼들이 제게 접근하면 막아주고, 마즈한두 버스 티켓 오피스까지 안내해 주고, 제가 무사히 버스표를 구입한 후에야 일터로 향하시더군요.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습니다.
아줌마 말씀이, 삐끼들이 버스표 좋은 자리로 끊어주겠다면서 약간의 수수료를 취한답니다.
그럴필요 전혀 없고, 그냥 티켓 오피스에 가서 사면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잠비아 콰차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서 달러로 샀습니다. (20달러쯤 될텐데, 25달러 줬네요. T.T)
나 : 저 땜에 회사 늦으시면 어째요...
(미안한 마음에 1천 콰차, 우리돈으로 2-3백원쯤 되는 돈을 건네 주었습니다.)
죄송해요... 늦지 마시고, 버스타고 가세요. ^^
아줌 : (웃음 활짝) 이런, 넘 고마워요. 여행 잘하세요.
참 맘 좋은 사람들이죠?
택시비 몇 푼이 아까운게 아니라,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버스를 타서 그런지 기분이 훨씬 좋았습니다.
글구, 버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기분좋게, 또 수월하게 리빙스톤에 갈 수 있었답니다.
역시나... 비포장 도로는 나타납니다. ^_^ (지금 포장도로 공사중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더욱 편하고 빠른 길이 될 듯!)
빅토리아 폭포를 두고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리빙스톤은 잠비아쪽 도시이고, 리빙스톤 다리를 건너면 짐바브웨의 빅폴 타운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빅토리아 폭포의 반은 잠비아에 있고 나머지 반은 짐바브웨에 있는 셈이지요.
실제로 양쪽 국경 검문소는 1Km 정보밖에 되지 않습니다.
리빙스톤과 빅폴 타운을 비교하자면, 리빙스톤이 좀 더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느낌이랄까?
숙소랑 음식점들도 많고 택시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조금 더 번화한 느낌이고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이랄까?
빅폴 타운은 그보다 좀 더 조용하고, 그 대신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리빙스톤이 배낭 여행자들에게 어울리는 북적거림이라면, 빅폴 타운은 휴식처와 같은 느낌이에요.
당초에는 리빙스톤에서 점심만 먹고 짐바브웨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리빙스톤 박물관이랑 잠비아쪽 빅폴을 구경하고 넘어오는게 낫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마침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고, 그래서 리빙스톤에서 좀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리빙스턴 박물관에서 잠비아 축구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잠비아 축구팀의 애칭은 '치폴로폴로(Chipolopolo)'입니다.
그들의 응원 구호이기도 하답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리빙스턴 박믈관에 월드컵 특별관 오픈!
잠비아 축구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수놓은 레전드들! 1974년 아프리카컵에서 잠비아를 결승에 올려 놓은 선수들!
잠비아 축구가 월드컵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마지막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는데 0대1로 패하는 바람에 그들의 꿈은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이여, 잠비아가 온다!"라는 Bag Tag를 만들었지만... 결국 이 Tag를 쓰지는 못했답니다. 그러나, 잠비아의 월드컵을 향한 염원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빅폴 사진!
나이아가라 폭포,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는 그 웅장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요거는 잠비아쪽 빅폴입니다. 짐바브웨쪽 빅폴은 아직 구경 못했어요.^^)
빅토리아 폭포는 굉장히 넓고 높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튀면서 폭포 일대는 항상 비가 내리는 것과 탁습니다. 그래서, 맑은 날에도 이렇게 우비를 입고 폭포 구경을 합니다. (비 쫄딱 맞을려면 우비가 필요 없겠지만... ^^)
빅폴까지 구경하고 나니까 얼출 시간이 꽤 되더군요.
빅폴은 바로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이기 때문에, 빅폴 구경하고 바로 국경 넘으면 됩니다.
저는 리빙스턴 다리를 걸어서 국경을 건넜습니다.
국경 검문소 사이를 오가는 택시들도 있는데, 가격이 너무 일관성이 없더라구요.
게스트 하우스에 여쭤 보니 2달러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10달러, 5달러 막 불러대더군요.
나는 2달러라고 알고 있다고 했더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합승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옆에 어떤 아저씨 한 명 있어서 눈길을 싹 주니까... 자긴 걸어서 갈거라고 하네요.
돈 몇 달러가 아까운게 아니라, 그냥 제값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걸어서 건너면서 리빙스톤 다리에서 빅토리아 폭포와 잠베지 강을 구경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폭포에서 바라본 리빙스턴 다리. 이 다리를 경계로 잠비와와 짐바브웨가 나누어집니다.
이 다리를 타박타박 걸어가면 짐바브웨로 들어가는거죠.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이 아닐까 싶네요.
루사카에서 빅폴 타운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여행이었네요.
(모르지요... 그 전에 하도 버스와 기차에 시달렸기 때문에 상대적인 만족감일뿐일지도...)
그리고, 빅폴 타운에서는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기 때문에 간만에 집에 온 것 같은 푸근함도 느껴지구요.
여기서 며칠 요양겸 휴양겸 관광겸...
잠시 동안 어드벤쳐는 좀 접어두고 룰루랄라 모드로 며칠 지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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