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13. 13:19ㆍ사는게 뭐길래
아마 내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그의 이름을 들은 것 같다.
극장을 드나들만큼의 여유는 없어서 그의 영화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름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이따금씩 MBC의 '쇼! 2000' 같은 오락 프로에도 게스트로 등장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때로는 극장에서 때로는 비디오로 그의 영화를 보게 되었고
명절 무렵이면 TV를 통해서 철지난 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대강 고등학생 무렵부터는
용돈을 모아서 극장을 찾아다니면서 성룡 영화를 봤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도.... '유치하다'는 그의 영화를
난 유난히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그 시기부터는 어지간한 그의 영화는 모두 극장에서 본 것 같고...
행여나 놓치게 되면 비디오 테잎을 빌려서라도
성룡의 영화는 빼먹지 않고 다 본 것 같다.
어떤 때는 꼭 보고 싶어서 일부러 찾기도 했고
반면에 비디오 가게에 가서 별다른 흥밋거리를 찾지 못했을 때
"성룡꺼 뭐 없나?" 하는 식으로
미처 챙기지 못했던 그의 영화를 보기도 했고...
웃긴 것은...
추석이나 설 무렵이 되면 어김 없이 성룡은 영화 한 편을 올렸고
나는 그냥 의례 그렇듯이 그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성룡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명절 무렵에 개봉하는 그의 영화는 무슨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내 주변에는 그의 포스터에 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성룡의 영화는 나와 스무살 이상 차이가 나는 내 조카들이
함께 웃고 떠들며 공감하는 코드라는 점이다.
이제는 그의 영화를 하도 우려먹어서
추석이나 설 때도 성룡의 역작인 쾌찬차, 프로젝트-A, 취권, 폴리스 스토리 같은
명작들을 접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그래서 조카들과 함께 키득거리면서 그의 영화를 볼 기회도 없고...
그는 올 추석에도 'BB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내 놓는다고 한다.
우연히 시내버스의 광고 포스터를 봤을 때는
'BB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젝트-B'로 보였던 것만 봐도
내가 성룡 영화에 뭔지 모를 애착을 가지는 것 같아서 슬쩍 웃음이 나온다.
그가 영화를 내 놓았다.
이제는 예전만큼 관객이 몰리지도 않을 것이고
예전처럼 그의 날렵만 액션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룡의 영화를 보지 않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제 나에게는...
극장에 가서 그의 영화를 볼 의무가 있다!
나에게 있어서...
진짜 완벽한 추석이 되기 위해서는 성룡의 영화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PS) 와이프는 또 얼마나 투덜거릴까?
그렇잖아도 요즘은 1년에 영화 한 편 볼까말까한 수준인데
하필 그 영화가 성룡 영화냐고 투덜거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결국은 함께 가게 될 것이다.
그녀도 나의 성스런 의무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함께 본 영화가
'80일간의 세계일주' 였듯이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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