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육로원정에 소요된 대강의 비용

2006. 8. 2. 11:16월드컵 여행 - 2006 독일/14.컴백 홈

저의 이번 여행을 지켜보신 많은 분들께서
아마도 비용과 시간에 대해 많이 궁금하실 것 같네요.

자세한 내역을 시시콜콜 밝히기에는
저의 사생활이 있으니 좀 그렇고 ^^
대강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서 참고하실 정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여행은 총 40박 41일 걸렸습니다.
이 중에서 전체 여행의 절반에 해당하는 20일 가량이
기차를 타고 독일까지 가는데 소요되었습니다.

우선 직장인이 그 긴 휴가 기간을 어떻게 냈는가?

전적으로 제가 다니는 회사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저는 함께 창업한 동지들과 함께 일하는 작은 회사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5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는 안식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지요.

그러나,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설사 휴가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들이 닥치는 일들이 종종 발목을 잡게 되지요.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런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데...
전적으로 직장 동료, 더 가깝게는 같은 팀의 멤버들과 직속 상사들의
이해와 용서(?)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난 3년간 꾸역꾸역 빠득빠득 우겨대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독일로 튀어버린 제가 좀 못된 짓을 한거지만 말입니다.

직장인으로서 긴 시간을 내는 문제는 제가 뭐라고 하기가 힘드네요.
여러분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낼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돈은 얼마나 들까?

이게 가장 궁금하시죠?
저의 여행 기준으로 약 6백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뜨악?)

갑자기 여행을 가겠다고 생각하면 이 돈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월드컵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족쟁이들은 월드컵이 끝나는 순간
다음 월드컵을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것을 아셔야합니다.
미리미리 예산 계획도 세우고, 저축도 하고, 여행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대략 월드컵 지역 예선이 시작될 무렵에는
FIFA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입장권을 구입할 준비도 하셔야 하구요.

월드컵 여행은 족쟁이들이 4년에 한 번 큰 맘 먹고 지르는 짓입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월드컵 여행은
엄두조차 나지 않을 일이지만...
족쟁이들은 4년 내내 거지같이 지내는 한이 있어도 월드컵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러 버리는 무모함이 있기에 가능하겠지요.

대강.. 카드로 3백, 현찰로 3백정도 됩니다.
현찰로 2백만원을 중국 위엔, 달러, 유로로 환전해서 나갔고
몽골, 러시아, 폴란드, 체코에서는 달러와 유로를 적당히 환전해서 썼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돈이 좀 모자라서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약간 받았고, 중간에 가족이 합류했을 때
와이프가 환전해온 돈 중에서 남는 돈을 제가 좀 받았고요.
그래서... 대략 현찰이 3백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카드는 대부분 독일에서 사용하였고 중국, 몽골, 러시아에서는 주로 현찰빵 했습니다.
(현찰 2백만원 중에서 70만원 정도는 유로화 여행자 수표로 가져갔습니다.
독일까지 가는 기간이 길어서... 혹시나 도난을 당할지도 몰라서요.)


열차가 비행기보다 쌀까?

교통비의 경우, 기차로 가면 비행기보다 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주의할 점은, 편도를 기준으로 보면 비행기가 더 비쌀 수도 있지만
통상 비행기는 왕복으로 티켓을 사기 때문에 비행기편이 더 저렴합니다.
2등석 기준으로 할 때, 오히려 순수 교통비만 따져도 기차가 약간 비쌉니다.
유라시아 횡단은 장거리 열차라는 점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좌석형 기차가 아니라 침대 열차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지요.

더구나, 비행기의 경우는 인천에서 타면 바로 독일까지 가겠지만
열차의 경우는 중간중간에 체류지에서 1-2일 머무르기 때문에
숙박비와 식비, 일비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지요.

결론적으로... 열차를 이용해서 유럽에 갈 때는 비행기편 보다 비싸다!
그러나, 열차 여행이 주는 느긋함과 창밖의 다채로운 풍경,
체류지에서의 경험과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멋진 것이었습니다.


배낭 여행보다는 훨씬 럭셔리... T.T

이번 여행의 경우, 그리 헝그리하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기본 시설이 되는 숙소에서 잠을 잤고
(민박은 이용했지만 유스 호스텔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세 끼 중에서 한 두 끼는 대강 샌드위치나 빵 쪼가리를 먹었지만
그래도 한 끼 정도는 현지에서 제대로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에는 맥주로 목을 푸는 것도 잊지는 않았지요. ^_^

축구판에서 족쟁이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까
현지에서 만나게 되는 지인들도 꽤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제가 술을 사기도 하고, 또 얻어 먹기도 하고 그러죠.
일일이 따지지는 못하겠고... 대강 사기도 하고 얻어 먹기도 하고 했습니다. ^_^

현지에서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는 비용은 거의 쓰지를 않았습니다.
대신에 예정에 없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추가로 티켓을 구입한다거나
아니면 티켓 가진 사람에게 공짜로 얻으면서 대신 술로 접대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지출이 좀 발생했고요.
그리고, 중간에 가족들이 오는 바람에 약간의 지출이 더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월드컵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독일에서의 모든 숙소가 평소보다
훨씬 비쌌다는 것이 지출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도 몇 달 전에 예약을 한다고 하긴 했지만
중간중간에 새로 숙소를 잡거나 할 때는 만만찮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숙박비, 지출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처음에 인철형이랑 둘이 여행하다가
중간에 정훈이랑 합류하고 그랬는데...

통상 두 사람 이상이 되면 숙박비가 반토막 나게 되죠.
그런데 저희의 경우는 중간에 서로 보는 경기가 달라서 찢어졌다가 만나기도 하고,
또는 같은 경기를 보게 되지만 호텔에 빈 방이 여의치 않아서
서로 다른 호텔로 찢어지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좀 더 지출을 늘인 것 같아요.
이것들 역시 여행 준비를 잘 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지 정보를 사전에 좀더 파악하고
여행 계획을 미리미리 잘 짜면 좀 더 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준비를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월드컵이란 특수상황 때문에 일부 숙박지에서는 다른 곳의 두 배 가량
지출이 발생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좀 더 진득하게 조사를 했다면 싼 숙소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현지에서 만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보니까
아무리 성수기라고 해도 발품과 시간을 좀 팔면 숙소를 좀 더 싸게 구할 수 있고
개최지의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을 찾으면 훨씬 저렴하게 묵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교통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제 예상보다 훨씬 교통이 좋아서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져도
이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군요.

숙소를 좀 더 잘 고르고, 밤에 술을 좀 덜 마시고,
호텔에서는 잠자는 것 외에 부대시설은 이용하지 않고,
좀 더 치밀하게 가계부 관리를 하고
체류기간을 약간 줄이고...
그리고, 동행하는 사람과 너무 죽이 맞아서 룰루랄라 거리지 말고 ^^

이렇게 해서 여행 계획을 잡으신다면
저보다 훨씬 알뜰하게 여행하실 수 있을거 같아요.
제가 언뜻 돌이켜보아도...
최소한 1백만원은 정신없이 아깝게 낭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PS) 여행 떠나기 한 참 전에 미리 준비한 월드컵 경기 티켓과
열차 패스까지 합치면 백만원 쯤 늘어나네요. 쩝!
(에휴.... 월드컵이 뭐길래....
하긴 40일 동안을 해외에서 지랄했으니 지출이 만만찮겠지...
이제부터 허리띠 졸라 매고 살아야지...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