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23. 14:10ㆍ축구가 뭐길래/축구란?
무엇보다 자신의 팀을 가질 것
팀의 승리에 터질 듯이 기쁘고, 팀의 패배로 가슴이 쓰릴 때 승부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응원을 할 것
하다못해 박수라도 열불나게 쳐대야 하며, 중요 순간에는 최소한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는 예의는 있어야죠. 서포터스에 참가한다면 금상 첨화!
혼자가지 말고 몰려서 갈 것
혼자가면 조용히 보게 되고 이야기할 상대방이 없으면 흥이 나지 않습니다.
함께 쑥덕거리며 보면, 욕도 하고 칭찬도 하고, 아는척도 하고...
응원 바람잡이도 하고...
역시 서포터스와 함께한다면, 축구장 갈때마다 동행을 찾아헤메지 않아도 되겠죠?
경기전에 출전 선수 명단을 확인할 것
스포츠서울 같은 스포츠 신문을 보면 포지션별 출전 선수와 예비 엔트리가 실립니다.
그리고 그날 경기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각 경기별 특기사항이 간단히 소개됩니다. 예를 들어, "포항 7경기 연속 무패" "차범근, 감독으로 100승 - 1" 등의 사항이 소개됩니다. 이런 사항을 미리 알고 가면 볼 거리가 더 생기게 됩니다.
경기를 예상해 본다
선수 명단을 보고, 또 각 선수의 부상 여부나 최근의 플레이 컨디션 등을 종합해서 예측을 해 봅니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예측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경기는 좀 어렵겠다"
"A가 요즘 감각이 좋고, 우리팀은 B가 수비에서 부진하니까 마크에서
구멍이 뚤리겠군.."
등의 평범한 예측을 하다보면, 실제로는 더 많은 것을 미리 점쳐볼 수
있으며 의외로 적중 확률이 높습니다. 승패는 공이 둥근만큼 경기를 끝내야 알 수 있는거지만 대체적인 경기 흐름이나 양상은 예측과 비슷할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선수를 주목하라
새로 영입된 용병, 신인, 2군에서 처음 얼굴을 내미는 선수,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리다 최근 복귀한 선수, 타 팀에서 트레이드된 선수...
이런 선수들의 특기사항은 대개가 스포츠 신문에 실립니다.
경기장에서 이런 선수들을 유심히 보십시요.
저절로 장단점 및 플레이 스타일이 눈에 들어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어도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아.. 이런 선수구나.." 하는 감은 잡힙니다.
감독의 전술과 팀의 포메이션을 살펴보자
1-6까지는 비교적 편안히,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되지만 이번 항목은 약간의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TV 중계를 통해서 마르고 달토록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우리팀은 일본팀과 달리, 최전방에 이동국을 원톱으로 세우고, 그 대신에 미드필드와 수비를 강화하는 3-4-3 포메이션을...."
이런 이야기 자주 들으실겁니다.
포메이션은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먼저 스포츠 신문에 소개되는 그날의 출전선수 명단을 보면 포지션이 표시가 되는데, FW(Forward)가 공격수, MF(Midfielder), DF(Defender) 식으로 표기를 합니다.
그러니, 수비 3, 미들 6, 공격 1 이면 3-6-1이 되는거죠.
하지만 정확한 포메이션은 경기를 봐야 압니다.
감독마다 약간씩 변형을 가하고, 경기중에도 필요에 따라 포지션 이동 및 공격과 수비 과정에서 포메이션이 변하기도 합니다.
포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는, 포메이션과 이에 따른 포지션별 선수 기용을 통해서 감독의 전술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기를 보면서 상황을 이해함은 물론, 한걸음 더나아가 예측마져 가능한 것이지요.
그리고 구멍이 생기는 부분을 찾게 되고 전술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교체 선수와 시기가 중요함
7번까지 어느 정도 소화가 되면, 신기하게도 거의 70% 이상 교체선수와 타이밍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경기(프로리그의 경우)에는 선발 11명과 예비 5명이 출전할 수 있습니다.
예비 5명중 1명은 대개 골키퍼 이며, 나머지 4명중 2명은 수비수, 2명은 공격수나 미드필더 입니다. 그러니, 구멍만 정확히 짚어 내면
누구 대신에 누가 나올지를 알 수 있죠.
또한 몇경기 보게 되면 감독의 교체 기법을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비를 중요시하는 감독의 경우, 이기는 상황에서 후반 중반이 넘어서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들 한명을 빼고 수비수를 투입합니다.
공격이 풀리지 않더라도 수비 숫자를 줄이면서 공격수를 투입하는 모험수를 두지는 않습니다.
대신 득점력과 감각이 좋은 공격형 미들을 교체 투입하죠.
개인기가 유날리 좋고 재치가 있는 선수가 요럴때 긴요하게 쓰입니다.
부상이라든가, 아니면 어느 한 선수가 유난히 못뛰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후반 15-20분 경에 교체 타임이 옵니다.
이유는, 승리를 굳히거나, 역전 시키거나, 체력이 소진된 선수를
바뀌기 위해서 입니다.
굳히기에 들어갔을 때, 시간을 끌기 위해서 막판 5분쯤을 남기고 선수를 교체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날의 조우커가 있다!
선수 교체와 관계가 깊습니다. 항상 경기에는 조우커가 있습니다.
1점차로 지고 있거나 동점상황에서, 우리팀에 선물을 안겨줄 조우커가 대개의 경우 벤치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은 후보 중에서 당일 컨디션이 디빵 좋거나, 개인기는 대표급인데 체력이나 체격이 약한 선수, 골 감각과 재치는 무지 좋지만 역시 체력이나 체격이 약하고 골을 주워 담을 뿐 움직임이 좀 떨어지는 선수, 부상중이지만 한 방을 확실히 갖춘 명실공히 스타급 선수...
대개 이런 부류의 선수들입니다.
조우커의 투입시기는 경기의 주도권(볼 점유율, 사기 또는 투혼, 공격빈도)이 우리쪽으로 올 때가 적절한 시기이며 주로 후반 중반쯤이나 그 후에 옵니다.
반대로 우리팀이 허벌나게 몰리고 있어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도
조우커가 투입됩니다.
굳이 "조우커"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수를 바꾼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선수의 투입을 통해 감독이 뭔가를 구사한다는 의미에서 "조우커"라고 말한 것입니다.
응원을 하면서, 조우커 투입 시기를 감지한 후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쳐 보세요.
신기하게도 마치 나의 주문을 감독이 받았다는 듯이 그 선수가 투입되는 광경을 의외로 자주 볼겁니다.
경기 후 되새김질 하기
한 번 경기를 되새겨 보세요. 앞의 1-9 항목들도 다시 살펴보고
또 처음의 예상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틀린가를 살펴봅니다.
승리의 요인 또는 패배의 요인이 어디에 있었는가
우리편과 상대편에서 특히 눈에 띈 선수는 누구였나
약팀 작전의 특기 사항으로 뭐가 있었더라...
사실, 축구 경기를 보고나면 골이 들어간 상황조차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경기장이 많지만, 그래도 TV처럼 슬로비디오 볼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경기 후에 다시 되새겨 보면 경기의 뒷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신문선씨가 나랑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겁니다.^^
다음 경기도, 또 그다음 경기도, 자련스레 나의 발길을 축구장으로 향하게 만들죠.
사람들은 나에게서 축구 이야기 듣는 것을 재밌어 합니다.
축구장에서 볼만 보지 않고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감추어진 축구의 매력과 재미를 즐기는 것입니다!
-- 1997년 11월 5일, 하이텔 축구동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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