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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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건달농부, 다섯번째 봄
무모하게 시골에 집을 지은지 벌써 5년째 됩니다. 이 짓을 왜 했을까 후회 막급일 때도 있지만, 비록 주말에만 짬짬이 움직이는 시골생활임에도 몇 년을 계속하다보니 익숙한 일상이 되었네요. 머랄까... 설레임과 감동, 신선한 재미는 떨어졌지만 이제는 그냥 떼어내기 힘든 삶의 일부가 된거 같습니다. 다섯번째 봄이라고 해서 특별한 변화가 있는건 아닙니다. 시골집을 짓고 첫 해부터 3년정도는 정말 변화가 많았습니다. 여러가지 작물도 심어보고, 농사를 배워가면서 농사짓는 방법도 바꿔보고, 뭔가를 사고 설치하고 고칠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겨울이면 수도랑 보일러가 말썽을 부리고, 큰 비라도 오면 흙이 쓸려 내리질 않나, 고라니가 밭을 망쳐 버리지를 않나, 눈 길에 차가 미끄러져 개고생, 진흙밭에 차가 빠져서 개..
2016.04.18 -
2014년, 농사 시작
별거 하는 것도 없는데 철되면 또 농사를 짓네요.^^나름 3년차 주말 농부가 됐습니다. 언제 무엇을 심을까... 답은 단순합니다."남들 심을 때, 남들 심는 걸 심는다!"나름 이제는 동네 분들로부터 이런저런 조언도 들어가면서 짓게 되었네요. 우선, 올해는 감자와 옥수수를 먼저 심었습니다.봄이라고는 하지만 산골은 새벽 기온이 낮기 때문에 모종부터 들고 덤비지 말고땅속 작물을 먼저 심으라 하시더군요.고구마는 조금 뒤에 심고, 감자와 옥수수를 먼저 심으라십니다. 작년에는 대충 멀칭(비닐덮기)도 하지않고 툭툭 심었는데, 올해는 멀칭을 했습니다.잡초도 억제하고 수분증발도 막아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요즘 농사는 죄다 멀칭을 하지요.게다가 저는 오는 6월에 한달가량 농사일을 접어야하는 상황인지라... 최대한 손이 ..
2014.04.30 -
옥수수 이야기
처음 농사를 짓기 전, 아직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어느 봄날.동네 아저씨들께 초보 농사꾼이 100평정도 농사를 지을려면 어쩌면 좋을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옥수수 심어. 씨 심고, 비료 한 번만 주면 돼!" 어른들 말씀으로는 옥수수나 들깨, 콩 같은 것이 손이 덜가는 작물이라고 하시더군요.(실제로 그런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옥수수는 개중 쓸모가 있을 듯 했습니다.프로 농부님들 말씀처럼 농사 짓기 쉬운 것도 있겠지만, 수확해서 우리가 먹기도 좋고 아는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좋구요. 별다른 조리법이나 가공처리 없이, 그냥 쪄서 먹으면 그뿐! 덕분에 처음 옥수수를 심어 보게 되었고, 지금은 제법 많은 옥수수를 키우게 되었습니다.프로 농부님들처럼 관리를 못하기 때문에 모양도 제멋대로고 크기도..
2013.08.26 -
2013년, 올 농사는 작년과 뭐가 다를까?
이것 저것 또 심긴 했는데, 뭐가 어떻게 자랄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 작년에도 대충 심고 대충 나오는 놈 중에서 대충 먹을만한 것들만 먹겠다는 건달농법이었는데, 그래도 꽤 먹을만한 것들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간 늦게 농사를 시작했는데... 그래도 자랄 것들은 알아서 또 자라주네요. 전략은 작년과 비슷하게... 알아서 자라주는 놈들만 먹어준다! 옥수수 대세는 옥수수! 작년에 보니까 대충 잘 자라면서 먹는 맛도 쏠쏠한 것이 바로 옥수수더군요! "미백2호"라고 강원도 일대에서 많이 재배하는 찰옥수수 품종인데, 자라기도 잘 자라고 맛도 아주 좋습니다. 올해는 작년 경험을 토대로 약 2주 정도의 간격을 두면서 씨앗을 뿌렸습니다. 대량으로 수확해서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2013.06.16 -
긴 가뭄 끝에 받은 선물
참으로 긴 가뭄이었습니다. 주말에만 살짝 기웃거리는 건달농부로서는 이렇게 긴 가뭄에는 거의 속수무책! 게다가 농사 준비가 어설퍼서 땅도 기름지지 못한 지경에 농사짓는 기술도 완전 초짜니 더 말해서 뭐할까... 그냥 부지런히... 주말이면 잽싸게 내려가서 스프링클러 열라 돌리면서 물 뿌려주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그냥 대책 없이 건달농부 건들건들 두어달을 보냈더니... 그러다가... 긴 가뭄 끝에 단비가 한 번 내렸을 뿐인데... 다른 농부님들 밭과 비교해서 너무너무 더디게만 자라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고, 꽃이 피더니 작은 열매가 띄엄띄엄 보이는 것이 전부였는데... 단비 한 번 맞더니 세상이 확 바뀐걸까요? 1주일 후에 다시 찾은 밭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장맛비에 ..
2012.07.09 -
대충 심었더니, 대충 자란다!
유기농법도 아니고 자연농법도 아니고... 저는 지금 건달농법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 대충 심고, 대충 뿌리고... 대충 물주고... 대충 잡초 뽑고... 그랬더니... 뭔가 대충 자라네요. ^^ (작물의 생명력에 무한한 존경을!) 방울 토마토. 모종을 심었는데, 개중에는 죽기 일보직전으로 말라 비틀어가는 놈이 있는가하면 또 개중에는 알맞게 열매를 맺은 놈들도 있습니다. 요놈들... 빨개져랴! 빨개져라! 대충 씨를 뿌려도 대충 잘 자라는 대표적인 효자, 상추와 쑥갓! 상추는 제법 아이 손바닥만큼 입이 벌어진 놈도 있어서 한 쪽 따서 먹었더니... 고소하고 쌈싸름하고... 오호라~ 씨 뿌리고 물 몇번 줬을 뿐인데, 이런 가뭄 속에서도 제대로 자라주다니!~ 흔히 먹을 수 있고, 쉽게 자라고, 보아하니 벌..
201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