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족쟁이 2024. 7. 5. 18:07

이번 유로2024 직관 여행을 결산해 봤습니다.
총 11박 12일 동안 독일의 5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조별예선 3경기를 직관했습니다.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큰 대회 직관을 꿈꾸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 엄두조차 못내는 분들이 대부분일테구요. 제가 경험한 내용을 참고하시면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유로 직관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년 후에 유로는 또 돌아 오니까요^^


비용 (숙박, 입장권, 교통, 생활비)

항공료 제외하고 숙박+입장권+교통비+현지생활비
627.2 + 180 + 258.4 + 420 = 1,485.6 유로 (약 222만원/1인)
 
숙소는 2성급 내지 3성급 호텔 또는 비슷한 비용의 아파트를 이용했고, 특별히 먹고 마시는 돈을 아끼지는 않되 중간중간 마트에서 장보고 직접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집밥:외식 5대5)
교통은 유로 입장권 소지자에게 제공되는 할인 또는 무료  승차권과 한 달 정액권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상세한 항목별 비용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숙박


입장권
3등석(Category 3) 3경기
60 × 3 = 180 유로

교통

  • 프랑크푸르트공항-뉘른베르크-뒤셀도르프-함부르크-뷔르츠부르크-뮌헨-프랑크푸르트공항
    • 유로 입장권 소지자 할인티켓 29.9 유로 (거리무관, ICE 고속철), 좌석 예약시 5유로 추가
    • 총 6회 사용 : (29.9+5)×6 = 209.4유로
  • 지역 근거리 및 시내 이동
    Deutschland Ticket 1개월 49유로 (1개월 구독 후 해지)
  • 입장권 소지자는 경기일 기준 36시간 시내교통 무료 (트램/버스/전철 등)



생활비/식비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싼 편이고 레스토랑은 한국보다 비싼 편입니다. 저희 일행이 먹고 마시는데 주저하지 않는 타입이라서 좀 더 비싼 가게를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만, 코스요리 먹은 것 한 번 말고는 일반적인 수준의 레스토랑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레스토랑의 경우 맥주 포함하여 한 끼에 대략 15유로 내외였고, 1인 45유로짜리 고급 레스토랑에도 한 번 갔습니다.
몇 차례 아침식사를 카페&베리커리에서 했는데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전체 여행기간 동안 대략 400유로/인

마라톤 참가비
유로 직관여행 중에 지역 마라톤 대회 참가했습니다. 이거 절대 공짜 아니죠.
풀코스 참가비 100유로!
저에게는 100유로 이상의 경험과 가치가 있었습니다!!워
 

유로 vs. 월드컵 비교

입장권 구하기 - 유로 험난
이건 뭐 비교 불가, 유로가 몇 배 어렵습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입장권 경쟁률이 50대1 정도 된다네요. 유로 참가국도 아닌 나라 팬들에게는 입장권 구하는 것부터가 너무나 힘듭니다.
저희는 약 10여개의 사용자 ID로 신청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됐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암표 가격이 액면가의 4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조별예선 3등석 암표가 250유로 내외)
 

축제 분위기 - 월드컵
아무래도 월드컵이 더 축제 분위기입니다. 주최국이 큰 맘 먹고 준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축제의 현장에 왔다는 느낌이 팍팍들죠. 만나는 현지인들도 웰컴 웰컴하는 분위기이고 어느 도시를 가나 신나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에 비해 유로는 좀 더 축구대회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자원봉사자도 현저히 적고 도시가 온통 유로로 뒤덮이지도 않습니다. 물론 후끈한 분위기, 팬들의 열정은 월드컵에 못지않습니다.

경기장 분위기 - 유로
이건 뭐 부러워 미칠 지경이지요. 월드컵은 전세계 먼 곳에서 팬들이 모이기 때문에 몇몇 인기 팀을 제외하고는 직관하는 팬들의 수가 몇 천, 심지어 몇 백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유로는 지역 대회이기 떄문에 아무래도 직관하는 팬들의 규모가 큽니다. 어지간한 경기는 3만명 대 3만명의 관중들이 응원전을 펼치죠. 보통 축구 경기는 절대다수의 홈 팬들과 소수의 원정팬이 서로 응원전을 펼치는데 반해 유로에서는 50 대 50의 응원전이 펼쳐지는겁니다. 게다가 만원 관중은 기본!
아마 이런 열기와 분위기야말로 유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가장 유로 다운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시안컵에서도 이런 분위기와 열기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관전/여행 편의 - 월드컵
월드컵은 개최도시의 온 시민, 그리고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밥을 떠먹여 줍니다. 도시의 모든 시스템이 월드컵 관전을 위해 재정비되고 최적화 됩니다. 도시 어디에서나 눈만 돌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고요.
유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알아서 움직여야하며 최소한의 도움과 편의를 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제공하는 느낌입니다.
이건 전적으로 대회의 규모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규모도 월드컵에 비해 작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예산과 지원도 월드컵만큼은 안된는 것 같습니다.

경기장 자유도 - 유로
월드컵 직관할 때 가장 힘들고 귀찮은게 보안검색과 안전규정입니다. 반입금지 대상도 많고 짐 검사와 몸 수색도 철저하게 합니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게 하며 관람객의 이동 동선에도 통제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유로는 훨씬 느슨합니다. X레이 검색도 없고 짐 검사도 빠르게 진행합니다. 경기장 내에서도 티켓만 확인되면 그 이후로 크게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경기 중간에 홍염이나 연막을 터뜨리는 팬들도 종종 보게됩니다.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때문에 바로 제재가 가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나 관전의 흐름을 끊을만큼 제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요놈들이 이걸 아는지... 쫒겨나지 않을만큼 야금야금 띄엄띄엄 그 짓을 하더라고요.
제가 체감하기에는 K리그 보안검색보다 살짝 쎈 정도의 느낌이랄까? 몸 한 번 훑어보는 정도? 딱 그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경기장 앞 게이트에서 죽도록 길게 늘어선 줄줄이 웨이팅 없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필수 앱 (App)

이제 월드컵이나 유로 관전은 확실히 모바일 앱 중심으로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입장권은 모바일 티켓으로 제공되며 할인 기차표도 앱을 통해서 접근합니다. 러시아 월드컵과 카타르 월드컵 때는 무료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팬아이디(Fan ID)나 하야카드(Hayya Card)를 목에 걸고 다녔는데, 이번 유로 2024에서는 EURO 앱 외에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경기 안내, 경기장 및 팬 존(Fan Zone) 안내, 경기장 가는 방법, 교통편 안내, 시설 안내, 입장객 주의 사항이나 알림 등도 모두 앱에서 잘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가지는 통념, "주최측이 제공하는 앱이 다 그렇지 뭐~"라는 수준보다는 훨씬 쓸만했습니다.

  • UEFA Tickets 
  • 모바일 입장권. 경기장 입장 게이트 근처에 가면 활성화되며, QR 스캔 후 입장
  • EURO
  • 유로2024 Guide App. 경기, 스타디움, 교통편 등에 대한 모든 안내
  • DB
  • 독일철도(Deutsch Bahn) 검색 및 예약. 단, EURO 앱을 통해 입장권 소지가 확인된 사용자만 할인예매 가능
  • MVV-App
    뮌헨 지역 교통 앱. 1개월짜리 독일 교통패스(Deutschland-Ticket)를 구입하기 위하여 설치. (도이치란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는 여러가지 인데, 그냥 어느 블로그에서 MVV-App 소개하는 것을 따랐음)

다시 4년을 기다리며...

4년 후, 유로2028은 영국+아일랜드 공동개최입니다.
축구의 고향에서 열리는 유로!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UEFA 웹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다음 유로 직관을 슬슬 알아봐야죠.
4년 동안 야금야금... 찔끔찔끔... ㅎㅎ
 
이 짓도 하면 할수록 더 재밌게 놀 수 있는 경험이 쌓이는 것 같아요.
다음 유로는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먼저... 아직 유로가 한창이죠?
남은 유로나 마저 즐기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