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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4] 그 잘난 프랑스도 골을 못넣어요!

민간인 족쟁이 2024. 6. 18. 19:54

2024.06.17, 오스트리아:프랑스, 뒤셀도르프
 

메르쿠어 슈필 아레나(Merkur Spiel-Arena)

저는 에스프리(ESPRI) 아레나로 알고있었는데, 정식명칭이 저런가 보네요. 있어보이면서도 낯설고 긴 이름^^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의 홈 경기장. 차두리가 여기서 뛴적 있겠죠? 아이고야, 언제적 차두린지....
 
뒤셀도르프 중심부에서 좀 멀리 위치해 있습니다. 심플한 사각형 구조에 관전시야 잘 나오는 좋은 경기장입니다. 남자 화장실이 생각보다 작아서 고통속의 줄서기를 한 것 빼고는 딱히 거슬리는거 없는, 그렇지만 우와~ 하는 감탄포인트도 없는, 그래서 딱 축구장 같은 축구장입니다.^^
경기장 바깥 잔디밭에 앉아 햇빛 쬐면서 맥주 마시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네요. 

 

프랑스를 잔뜩 기대했건만....

역시 프랑스는 프랑스입니다. 월드컵 우승, 준우승하는 팀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프랑스이기에 다소 아쉬운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전반 20분경까지는 그리즈만의 경기 리드와 패싱, 캉테의 넓은 활동량을 직접 보면서 혀를 내두를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터지는 당연히 최상급이 선수들이지요. 게다가 공 소유에 대한 자신감, 동료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어 그런지 공격 전개가 빠르고 과감하고 정확했습니다.
 
금새 한 두 골 뽑을 것 같더니... 왠걸... 상대 자책골 하나 외에는 골을 만들지 못하네요.
후반 들어가면서는 과감함과 정교함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비록 투박하긴 했지만 오스트리아의 공격이 더 매서울 때도 많았습니다. 만약 오스트리아에 1대1 파괴력 있는 공격수 한 명만 더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빠르고 정교하고 화려한 플레이에 감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역시 오스트리아를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실력차이는 있었지만, 그렇게 당당하고 용맹하게 싸우면 되는거죠!
 
골 결정력이라는게 그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오스트리아도 프랑스도 결정적이다 싶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음바페 특유의 치달 플레이로 한 골을 더 만들 수 있었는데... 실력과 경험과 여유를 가진 음바페도 실수를 하네요.
나중에는 부상으로 교체 아웃 되었는데, 그 과정이 약간 시간을 끄는 행동처럼 보여서 오스트리아 팬들이 적잖이 흥분했었습니다. 맥주컵도 몇 개 날아다니고.... ㅎㅎ 
경기장에서는 몰랐는데 상당히 심한 부상을 입었더라구요. ㅜ.ㅜ

 

그냥 다 떠나서, 난 니들이 열라 부럽다!

지난 2016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유로 직관입니다. 진짜 모든걸 다 떠나서 이렇게 치열하고 재밌게, 수준 높게 즐기는 유럽 애들이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도 대회 열기나 수준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올라갔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우리나라, 아시아 축구 모두 계속 향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거 같네요. 오히려 남들은 빠르게 올라가는데 우리가 뒤쳐질까봐 그게 걱정이죠.
 
하지만, 여전히 유럽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월드컵에서도 볼 수 없는 유로 특유의 팽팽함과 몰입감이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에 비해 훨씬 많은 자국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훨씬 강렬하게 경기를 치릅니다. 그러면서 관중들의 자유도는 월드컵보다 높습니다.

팬들의 몰입과 열기는 정말 어마어마하죠. 어림짐작으로 양쪽 팬들이 각각 2만명씩은 될거같았습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양팀이 반반씩 차지한 채, 그런 만원 관중을 두고 경기를 한다고 상상을 해 보세요.
이런 분위기와 서포팅이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도 당당하고 용맹하게 프랑스와 맞짱을 뜰 수 있는거 같아요.
 
제3자는... 한 편으로는 승패 부담없이 재밌게 관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냥 모든게 다 부럽기만합니다.

생각보다 덜 조직적인 유로, 이게 독일 스타일인가?

일단, 유로가 월드컵 보다 좀 더 유연하게 대회를 운영하긴합니다만 이번 독일 유로는 생각보다 훨씬 덜 조직적(?)입니다. 지난 2016 프랑스 유로 때는 폭탄 테러도 있었고 여러가지로 빡빡하게 대회를 운영했습니다. 월드컵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보안검색은 물론이고 경기장 내에서도 상당한 통제를 따라야합니다.
 
이번 독일 유로는 그에 비해 훨씬 유연합니다. 자원봉사자와 보안요원이 쫘악 깔리지도 않았고 카타르처럼 수천대의 셔틀버스가 투입되지도 않았습니다.

경기장 주변 1-2키로를 넓게 통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엑스레이 검색대도 없었습니다. 금연 경기장이지만 경기장 계단에서 담배를 피는데 별다른 제재도 없습니다.

돈을 아낀 걸까요? 준비가 허술한 걸까요?

유로 티켓 소지자에게 장거리 고속열차 할인도 해주고, 시내 및 인근 도시간  무료 교통을 깔끔하게 제공하는걸 보면 결코 준비가 허술하진 않은거 같거든요.

그게 아니면, 독일은 그냥 평소 리그 운영하는 거에 조금만 후까시 주면 유로 정도 개최할 수 있는건가요?

누구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이런 대회 치를 수 있을텐데... 독일뿐아니라 유럽에서 축구 잘하고 쫌 사는 나라는 다들 이 정도는 할까요?

우리도 K리그 운영하는 기준에서 조금만 손대면 아시안컵 정도는 치를 수 있을까요?

모르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더 높은 곳에 도달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독일과는 그 차이가 좀 크게 보이네요. 다들 최소한의 통제 속에서 아무 문제없이 축구를 들기는 것같았습니다.

맥주 컵이나 좀 잘 만들어라~

월드컵이나 유로 최고의 기념이 바로 맥주 컵인데...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는 아예 맥주도 제대로 안팔았으니 넘어가 주겠지만, 맥주의 나라 독일이면 좀 더 멋지고 기념품 가치가 있는걸 만들어야하는거 아님?

뭔가 개최도시 상징도 들어가고, 경기 날짜랑 팀 이름도 찍어주고... 지난 유로나 월드컵에서 재밌게 잘 하던게 왜 이렇게 밋밋해졌을까?

나 컵 사러 독일 왔는데... 컵 보증금을 3유로나 받으면서 말입니다. 종이 티켓도 없고, 개최도시와 경기를 상징하는 맥주컵도 안말들면 곤란하잖아!

다음 경기는 함부르크! 거기서 한 번 더 체크해 볼랍니다!!!
멋진 경기, 멋진 맥주컵을 달라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