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족쟁이 2024. 6. 17. 01:45

올해 3월, 거의 10년째 해마다 참가하는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일명 '동마')을 망쳐버렸습니다.
기록 욕심을 좀 내다가 개망한 케이스인데... 거의 4개월간 열심히 훈련했는데 대회를 1주일 앞두고 부상이 왔습니다. 욕심이 과했던 탓이겠지요.
결국, 완주조차 못하고 레이스는 하프에서 포기하고 말았죠.
 
그러던 중, 유로 2024보러 독일 놀러간 김에 독일에서 마라톤이나 한 번 뛰어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침 하나 걸리는게 있기는 한데...
입국 다음날 바로 풀코스를 뛰어야하는 일정도 부담되고, 저뿐만 아니라 동행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정변경이 생기기 때문에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다행히 함께 유로 직관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때는 이 악물고 각잡고 노는 체질들이라 흔쾌히(?) 동참해 주었습니다. 저는 풀코스, 나머지는 10km 짜리 뛰는걸로!
참가비 입금을 위해 독일에 은행계좌가 있는 사람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결국 신청완료!
 

메트로폴 마라톤 (Metropol marathon)

뉘른베르크(Nürnberg)와 인근 도시 퓌르트(Fürth)를 오가는 마라톤 대회입니다. 한번은 뉘른베르크에서 퓌르트로, 그 다음해에는 퓌르트에서 뉘른베르크로 해마다 번갈아 가면서 출발/골인 지점이 바뀐다고합니다.
올해는 퓌르트에서 뉘른베르크로 진행이 되는데, 아래의 코스맵처럼 퓌르트를 한 바퀴 돈 후 뉘른베르크로, 그리고 뉘른베르크를 한바퀴 돈 후 시내의 중심 광장으로 골인하는 코스입니다.
 
 

코스 대만족

마라톤 풀코스는 거리가 42km나 되기 때문에 보통은 도시를 관통하거나 도시 외곽을 순환하는 코스를 만듭니다.
뉘른베르크와 퓌르트를 둘 다 둘러보면서 독일의 농촌과 작은 마을, 전원의 풍경과 중세풍 도시의 모습을 모두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코스 내내 중간중간 그늘이 있는 숲을 지날 수 있어서 상당히 상쾌하게 달릴 수 있었고요.
관광객이 아닌 지역의 이벤트 참가자로 즐기는 여행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기록에 신경쓰면서 달리기 보다는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지역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한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몸이 디지게 힘든거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
 

 

오전 마라톤, 오후 시체놀이, 저녁만찬

오랜만의 풀코스라 그런지 완주 후 완전 녹초가 되었습니다. 뿌듯함 한 스푼에 피곤함 한 국자랄까...  게다가 시차까지 ㅎㅎ
점심은 대강 라면으로 해결한 후 다들 오후 내내 침내에 쓰러진채 시체놀이만 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뿌듯하고 재밌어 하네요. 

저녁에는 맛집 리스트에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만찬을 즐겼습니다. 거의... 이걸로 오늘 한끼를 다 채운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이렇게 즐기면 뭔들 맛이 없을까 싶지만 실제로 정말 맛있는 집이었습니다. 요리도 맛있고 맥주는 더 맛있고, 축구단 회식을 하고도 남을 만큼 넓고 고풍스러운 가게 분위기는 덤이고요.
비록 뉘른베르크의 명소를 제대로 둘러보진 못했지만 마라톤 뛰면서 주요 랜드마크는 다 지났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죠.
역시, 관광보다는 경험이 더 재밌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죠!
 

 


 와이프는 이번이 첫 10km 도전이었습니다. 만만찮은 도전이었을텐데 별 무리없이 잘 마무리했네요.
집에서 운동할 때는 엄두도 못냈는데 역시나 해외여행 뽕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지에서 운동하는 재미! 이제 뭔가 우리 가족 여행의 기본 액티비티가 될 것 같네요. 
 
내일은 드디어 유로 경기를 보러갑니다.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프랑스 경기!
마라톤을 뛰지 않았다면 경기 하루전에 뒤셀도르프에 입성했을텐데, 마라톤으로 하루를 쓰는 바람에 뒤셀도르프에서는 경기만 보고 관광은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하긴, 음바페와 그리즈만이 뛰는 축구 콘서트 보면 됐지 관광 따위가 뭐가 필요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