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월드컵 12년만에 온 찬스인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그리고 정말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없을만큼 아쉬운 패배였음에도 끝까지 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아무리 가슴이 찢어져도 직접 뛴 선수들 만큼 아쉽고 분하고 힘들진 않겠지요. 그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도 팬들을 먼저 생각해 주는 모습은 분명히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성숙해진 대표팀의 모습이었습니다.
월드컵에 나서는 팀의 강인함과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결과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6번의 월드컵을 직관했습니다. 우리팀의 모든 경기를 함께했죠. 이번 가나전까지 15경기입니다. 그런데, 2002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제가 우리 팀의 승리를 본 것은 단 3번 뿐입니다. (2006년 토고전, 2010 그리스전, 2018 독일전)
그리고, 이 중에서 우리가 내용과 결과 모두 상대를 누른 경기라면 2006년 토고전과 2010년 그리스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전의 승리도 자랑스럽지만, 경기 내내 우리가 상대를 압도하면서 경기를 주도하지는 못했지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 만큼 어제 경기가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경기 시작전부터 완전 한국의 홈 분위기, 선수들의 투지와 기량도 좋았고, 실제 경기 내용에서도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팬으로서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신나게 즐기자는 입장이지만, 가나전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네요.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경기장에서 느꼈던 현장의 압도적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말 많은 팬들이 카타르까지 날아왔습니다. 카타르 사람들도 압도적으로 한국의 편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양팀의 국기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태극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금새 동이 났습니다. 너무나도 승리의 기운과 기대감이 충만한 그런 날이었는데...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기회가 없었던 그런 경기였습니다.
다음 월드컵에 또 어떤 상대와 어떤 경기를 할 지 모르겠지만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닐겁니다.
우리가 포루투갈을 못 이길 것도 없고, 그보다 더 강한 상대라 할지라도 이길 기회가 있는 것이 축구이고 또 축구의 매력이기도 하죠.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와 내용까지 완벽하게 우리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경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이 좋은 기회를 우리의 승리로 마무리 짓고 모든 것이 완벽한 우리의 날을 만들 수 있었기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네요.
축구 강국의 선수들은 우리보다 쉽게 골을 넣고 또 승리도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월드컵에서 승리를 올린다는 것, 득점을 올린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에게 평생에 한 번 올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이 멤버가 그런 평생의 업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리고 우리 팬들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멋진 승리의 날이 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아프게 끝나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포루투갈 전은 쉽지 않을겁니다.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되었기에 포루투갈이 다소 느슨하게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아예 접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경기를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골도 넣고 승리도 얻을 수 있을겁니다.
월드컵에서의 득점, 승리, 그리고 그것과 함께 따라오는 무한의 행복과 자부심을 우리 선수들이 꼭 한 번은 느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 집중하고 더 간절하게,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경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가나전에서 놓쳐버린 기회가 4년 후, 그리고 또 4년 후에도 쉽게 주어지지는 않을겁니다. 이제 포루투갈이라는 더 어려운 상대와 맞서야 하겠지만, 이 경기는 선수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리고 더 강한 상대와 맞서는 중압감이 있겠지만, 부디 잘 극복하고 집중했으면 합니다.
수십년간 다양한 축구 경기를 현장에서 보면서 정말 간절한 팀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기회가 온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놓쳐버린 기회가 너무나 아쉽지만 강팀 포루투갈을 꺽고자하는 간절함도 그 만큼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4년을 아쉬움 속에 기다리기는 정말 싫네요.
16강 진출을 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정말 찢어질 듯한 행복함과 자부심을 느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