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도시 포트 엘리자베스!

2010. 6. 26. 17:42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6. 포트 엘리자베스


[6월 25일]

16강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행운과 승리를 가져다 주는 곳이죠?
그래도 한 번 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친숙하기만 합니다.
사람들도 친숙하고, 해변도 친숙하고...
남아공에 있는 고향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좀 어렵게 왔습니다.
더반과 포트 엘리자베스를 연결하는 버스 중에는 그레이하운드(Greyhound)가 좋다는데, 제가 버스표를 끊으로 갔을 때는 그레이하운드는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레이하운드에서 같이 운영하는 Citiliner라는 버스를 끊었습니다.
일단, 버스에 타는 순간 5열 좌석이 저를 짓누르더군요.
(한 줄에 다섯 명씩!)

이 버스는 더반에서 케이프타운까지 거의 24시간을 내리 달려가는 장거리 버스 입니다.
포트 엘리자베스는 대략 중간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이눔의 버스가 3시간쯤 잘 가다가 중간에 멈추더군요.
운전기사 왈, 기계적인 문제가 좀 있는데 장거리 운전할 때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버스를 바꿔야겠답니다.
그러니... 더반에서 다시 새 버스가 올 때까지 2시간 가량 기다려야 한다는군요.
운전기사가 자기 손으로 좀 고쳐볼라고도 해 봤는데... 버스를 바꾸는게 안전하다고 말하더군요.
안전 때문이라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늘상 일어나는 일인양, 남아공 사람들은 누구도 불만이나 불평없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신기할 뿐입니다.
이렇게 버스가 중간에 3시간 가량을 낯선 도시에서 멈춰 섰고, 그 덕분에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고 이것 저것 서로 물어보면서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버스 기사 아저씨... 우째 함 고쳐볼라고 애쓰는 중 ^^



결국, 오전 7시쯤에 도착할 예정이던 버스는 10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더반 터미널에서 한국에서 온 친구 2명을 만났습니다.
예선 3경기만 보고 갈려고 했는데, 한국이 16강에 진출해서 일정을 좀 늘였다네요.
그 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여행길이 됐습니다.

이 친구들... 재수없게 더반 시내에서 카메라와 휴대폰을 뺏겼다고 하네요...
더반 시내 중심부에서 좀 껄렁껄렁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던데, 재수없게 이 친구들이 당하고 말았다네요.
남은 여행길에서는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여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까지 셋이 움직이면 전보다는 더 안전하고 서로 의지가 되겠지요.

포트 엘리자베스는 고향처럼 푸근합니다.
친근한 사람들... 친근한 풍경...
승리의 예감이 팍팍 느껴지는 곳!

포트 엘리자베스에 염전이 있습니다!



낮에는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인 Boardwalk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브라질-포르투갈 경기를 봤습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살짝 브라질을 더 많이 응원하더군요. ^^
Boardwalk에서 몇몇 한국 사람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사람을 보기는 힘드네요. T.T
경기장에 가면 많이 보이겠죠?

숙소는 Hippo Backpackers라는 곳에 잡았습니다.
저는 다른 곳을 예약했는데, 더반 터미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려고 숙소를 그 친구들 묵는 곳으로 바꿨습니다.
여유있는 방이 없다고 하더니...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제 잠자리 하나는 만들어 주네요. ^^
한 걸음 더 나가서, 경기 당일날 합류하는 다른 친구 2명 자리는 되겠냐고 했더니... 그건 안되겠다고 말하네요.
잘 아는 다른 백패커스라도 좀 알아봐 줄 수 없는가... 방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했더니...
한 직원이 나서서 자기방을 내 주겠다고 하네요. ^^
넌 어디서 잘거냐고 물으니, 그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이곳 백패커스에서 미국에서 온 한국인 친구도 만났고 (Korean American),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독일, 캐나다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저녁에 모두 의기투합해서 숙소 근처의 팬 페스트로 가서 스페인-칠레 경기를 같이 보았습니다.
맥주 한 잔 흥겹게 나누면서, 남아공 사람들과 떠들고 놀면서 재밌게 단체관람 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니까 훨씬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모두들 서로에게 참 친절하고 좋네요. ^^

팬 페스트에서 축구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신나게!



느낌이 좋습니다.
한국팀이 한 번 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 주네요.
저도 이곳이 낯설지 않고요.
모두들 한국을 응원하겠다고 합니다. ^^

이 기운 팍팍 받아서... 이 참에 8강까지 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