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2008. 6. 18. 13:29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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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이윤기 역 | 열린책들

책 제목은 "그리스인 조르바"라고 하기도 하고, "희랍인 조르바"라고 출판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앤소니 퀸이 주연한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에 우연히 눈길이 가서 읽게 되었습니다. 보아하니 꽤 오래전에 사둔 채 읽지 않고 있던 책이 분명합니다. (이런식으로 책장에 처박힌 채 읽지 않는 책이 꽤 되지요 ^^)

지중해의 아름다운 나라로, 그리고 수 많은 신화와 영웅들을 가진 나라로만 알고 있지요. 그리스... EURO 2004에서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우승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

이 나라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아프리카에 접해있습니다.
수 많은 신화와 영웅의 이야기는 그들의 역사가 얼마나 많은 전쟁과 침탈, 반면에 또 그만큼 많은 문화의 교류가 있었는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책 속에는 이웃 나라인 터키나 불가리아와의 오랜 앙숙관계를 볼 수 있으며, 전쟁과 독립의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 이야기)

'조르바'는 책 속의 등장인물이기도 하지만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실존 인물을 그래도 소설에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조르바' 거창한 지식인도 아니고 대문호도 아닙니다. 배움이 극히 짧으면서 인생의 여러 굴곡을 헤쳐나온 노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책상물림 지식인들이 가지지 못한 자유와 저항의 정신, 인생과 사물을 꽤뚫어 보는 명쾌한 통찰력과 경륜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꿰뚫어 볼 줄 알고, 또한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눈과 철학을 바탕으로 아주 창조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줄 압니다.
이 모든 것을 '조르바'는 인생이라는 큰 대학에서 배운 셈이지요.

자유로움... 제가 느낀 '그리스인 조르바'의 키워드입니다.
흔들림없는 뚜렷한 주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옳곳은 독립에 의한 자유,
세상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고 억압받지 않는 투쟁과 독립에 의한 자유,
세상의 통념이나 관습보다는 스스로의 명쾌한 주관에 의해 살아가는 자유...

이것은 비단 '조르바'라는 개인의 이야기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라는 나라가 겪었던 침탈과 억압으로부터의 독립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그리스인들의 바램일 수도 있습니다.

...

지금 나는 얼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이 자유는 내가 얻은 것인가, 아니면 앞 세대의 사람들이 나에게 만들어준 것일까?

저는 저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만' 자유로운 존재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나보다 앞선 사람들이 만들어준 그 범위까지의 자유를 선물로 누리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의 내가 누리는 것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리고 싶은데
이 자유는 온전히 제가 스스로 얻어내야 할 몫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내 아이가 누릴 자유의 범위가 내가 누리는 것보다 좀 더 크기 위해서는
저 또한 그만큼을 아이에게 선물해 줘야 할테지요.

저의 인생 철학에 잇어서... 이 세상에 자유보다 더 큰 가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을 들고 시청앞에 모이는 것이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상사에게 대들기도 하고 부부싸움도 하는 것이겠지요.

...

어딘가에 속박되어 있는 우리들입니다.
직장에, 가족에, 사회에, 국가에, 온갖 규제와 갈등상황에.
그리고, 교육의 기간이 길어지고 사회에서의 위치가 높아질수록 그런 속박은 더 많이 나타납니다.
내일 당장 휴가를 쓰고 싶은데 고객사와의 미팅이 잡혀 있는 나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지요.

지금 저는 분명 모든 면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책 속의 '조르바'처럼 내가 60대의 노인이 되었을 때
그 나이의 경험과 경륜과 철학이 몸과 정신속에 체득된
진정한 자유인, 강하고 씩씩한 독립군의 모습이기를 바래봅니다.